이 책 때문에 '평화 팔이'가 안돼?대놓고 북 편드는 좀비들 구역질 난다
  • 태영호 증언 '3층 서기실의 암호’(도서출판 기파랑. 대표 안병훈)이 출판됐다.

    태영호 공사는 50대 후반이다. 이쪽의 386 세대와 가까운 세대다. 그의 386 동세대가 김일성주의에 미치기 시작했을 무렵 그는 김일성-김정일 왕국의 금 수저 코스를 밟으며 성장했다. 그러다가 이게 영 아니구나 하고 깨치면서부터 그는 평생 처음으로 ‘생각하는 갈대’가 되었다. 늦은 깨어남이었지만 영 깨어나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축복이었다.

    그의 망명은 북한 최고 엘리트 계층의 이반(離叛)이란 점에서 의미가 심상치 않다. 고(故) 황장엽 씨의 경우도 그랬지만, 태영호 공사의 경우는 그가 황장엽 씨보다 훨씬 젊은 세대라는 점에서 각별한 차별성을 갖는다. 그는 세뇌를 한 세대라기보다는 세뇌를 받은 세대다. 따라서 그의 망명은 세뇌당한 좀비의 깨어남과 환생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하면 남쪽의 일부 386 출신들은 주술에서 깨어나기를 바라기는커녕 그 미망(迷妄)에 계속 잠겨있기를 자원(自願)하는 한심한 부류라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필자는 그의 저서 가운데 2 가지에 주목한다.
    그가 현재의 북한을 ‘노예제 사회’로 규정하고 있는 점, 그리고 지금의 북한은 해체되고 있다는 관찰이 그것이다. 

    왜 노예제 사회인가? 

    한 사람을 빼놓고는 모두가 ‘물건’이기 때문이란다. 그런 북한에도 이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그 변화는 인위적으로 막을 수가 없다고 그는 증언한다. 인터넷 혁명, 시장의 힘, 종교(기독교)의 힘이 바로 그 변화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빅 브라더와 그의 거짓의 왕국에 대한 주민과 엘리트의 충성심에 금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북한의 해체를 남쪽의 좌파가 자꾸만 되살려주고 또 되살려주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말을 하는 태영호 공사가 이쪽의 주사파와 그 동조자들에겐 얼마나 밉고 죽이고 싶을 것인가? 아닌 게 아니라 태영호 공사가 국회의사당 안에서 강연을 하고 책 출판 기념회를 하자마자 북은 남쪽 정부가 이런 사람을 손보지 않는 한 남한 정부와는 더 이상 만나지 않겠다며 야료를 부렸다. 그러나 북한이 그러는 것은 그러려니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쪽의 운동권 출신들이 북한의 그런 시비에 발맞춰 ‘태영호 죽이기’에 나서는 꼬락서니엔 정말 구역질이 나지 않을 수 없다.
  • 저들은 이젠 아주 드러내놓고 저쪽 편을 든다. 

    북이 태영호 공사를 욕하고 겁박하면 당연히 태영호 편을 드는 게 아니라 “태영호가 안 좋다”는 식이다. 이게 도대체 완전 거꾸로 된 세상 아니고 뭔가? 김정일 김정은의 노예제 사회를 비판하는 태영호 때문에 ‘평화 팔이’ 장사가 안 된다는 게 저들의 18번이다. 한 마디로, 북한주민들더러 이제는 더 이상 탈북하지 말라는 공갈이나 다름없다. 
    이게 요즘의 미쳐 돌아가고 있는 세태의 진면목이다. 정말 어디로 가고 있는 열차인가? 낭떠러지 끝으로 치닫고 있는 열차다.

    태영호 공사를 국회의원 회관에 초청한 당사자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국회부의장이었다. 그는 현재 자한당 의원 37명을 끌어 모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포럼’을 이끌고 있다. 그 모임을 통해 그는 “대한민국 헌법이념을 위협하는 좌편향 정책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고 했다.

    심재철 부의장은 1980년 신군부 등장 직전에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학생운동 지도부에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극좌로 가지 않고 자유민주주의 테두리 내의 반(反)권위주의 개혁 노선을 견지했다. 극좌파가 득세하자 그는 자연스럽게 반(反)극좌의 선봉에 서게 되었다. 이는 양식 있는 지식인 활동가로서 건전한 노선 선택이었다.

    암담한 시국이다.

    그러나 태영호의 증언 ‘3층서기실의 암호’ 같은 책이 있어 한결 마음의 위로를 얻는다. 그리고 그런 그를 의원회관에 초청해 말을 하게 한 심재철 부의장 같은 배려가 있어 한결 답답함을 풀 수 있다. 이 책을 출판한 안병훈 기파랑 대표 같은 열의에서도 격려를 받는다.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 2018/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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