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이인제 충남도지사 후보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 보수가 중심 잡아야"
  • ▲ 자유한국당 이인제 충남도지사 후보는 14일 충남 천안 캠프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이인제 충남도지사 후보는 14일 충남 천안 캠프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충남도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절망하는데, 문재인정부는 북한 이슈로 지방선거를 덮어버리고 있습니다. 북풍을 통해 지방선거를 석권하고 일당 체제를 만들려고 획책하고 있을 뿐입니다. 유권자들이 중심을 잡아줘야 합니다."

    최연소 노동부장관, 초대 민선 경기도지사, 6선 의원, 유력 대선 후보…… 자유한국당 이인제 충남도지사 후보의 정치 인생 30년 동안 수없이 많은 타이틀이 붙었다. 그러나 지금 이인제 후보에게 가장 간절한 꿈은 '충남도지사'다. 내 고향 충청남도가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그의 미래다.

    이인제 후보는 14일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논산의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을 큰 정치인으로 키워준 고향 충남도민들과 다시 한 번 잘 살아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정부가 6·13 지방선거에서 외교·안보 이슈로 승기를 잡겠다는 속내를 내비치는 상황에서 민생을 여권에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미투로 상처받은 주민 마음 치유하고 싶다"

    유력 대선 후보로 이름을 올렸던 이인제 후보가 충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날, 의아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대선 후보에서 도지사로 체급을 낮춘 것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인제 후보는 관련 질문에 "내 고향 충남 도정이 큰 충격을 받아 표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도민들이 많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거기에 충청남도가 많이 침체되고 있다"며 "그동안의 경험과 경륜, 역량을 다 쏟아 도민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날 단독 인터뷰에서 이인제 후보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행 혐의를 가리켜 "충남도민들이 굉장히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화를 내고 계신다"며 "민간 기업에서 출장을 간다고 해도 회사 여직원과 단 둘이선 못 간다. 이목이 두려워서라도 못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지사라는 고위공직자가 국가 돈으로 해외출장을 가면서 자기 조직 안에 있는 어린 여성과 갈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저쪽 사람들(여권)은 저런 짓을 하고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문제는 끝까지 버티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 일탈의 문제가 아니고 집단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빠른 시간 안에 도민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공직사회의 기강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인제 후보는 1988년 13대 총선서 경기 안양갑에 출마, 당선되며 처음 선출직에 진출했다. 이후 1995년 경기도지사 선거, 1997년 대통령 선거 등 30년째 계속된 선출직 생활 동안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무수히 많은 큰 선거와 경선을 치렀지만, 한 번도 사생활이나 신변의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다.

    현 여권과 대조적인 이러한 신변관리에 대해 이인제 후보는 "상식을 가지고 정치를 했을 뿐"이라고 겸양했다.

    그는 "나도 일반 사람과 똑같이 욕망도 있고 일탈의 유혹도 있을 수 있지만, 중심을 잃지 않고 상식선에서 모든 것을 생각하고 행동하려 했다"고 밝혔다. "상식 이상의 왕도가 없지 않으냐"고도 반문했다.

    나아가 "침체된 충남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봉사하고 헌신해야겠다는 각오로 출마했다"며 "대통령직이나 도지사직이나 높고 낮음은 없다. 고향 충남을 위해 일할 기회를 허락해주신다면 영광"이라고 강조했다.

  • ▲ 자유한국당 이인제 충남도지사 후보.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이인제 충남도지사 후보.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민생 대신 1당 체제 완성에 집중한 문재인정부 막아야"

    이인제 후보가 출마를 결심한 또 하나의 결정적인 이유는 문재인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이인제 후보는 문재인정부의 제1 목표가 '민생'이 아닌 '일당체제 완성'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문재인정부는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안보·외교 이슈로 지방선거에서 나와야할 모든 이슈를 덮어버리고 있다"며 "그 분위기를 가지고 모든 자리를 석권해서 일당 체제를 만들려고 획책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지방선거는 지방일꾼을 세우는 선거"라며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인데, 외교·안보 이슈로 지방선거를 덮으려고 하는 건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주장했는지 모르지만, 미북정상회담도 (지방선거) 투표 전날 잡았다"며 "그게 민주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지 않나, 북한 노동신문은 한국당을 맹렬하게 비난하고 민주당에게 투표하라고 선동까지 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지방선거가 매몰된다면 충남의 미래도 암담하고 나라도 큰 불행에 빠지게 될 것"고 판단했다.

    이러한 국면 속에서 제1야당인 한국당이 진짜 민생을 챙겨야 한다는 게 이인제 후보의 생각이다.

    이인제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 국정 운영 1년에 관해 "민생 경제가 완전히 역주행을 했다"며 "경제가 살고 민생이 따뜻해져야 하는 데, 내려야할 세금은 더 오르고 물가도 올라가고 정부가 민생을 파탄시키는 나쁜 정책을 추진해 최악의 상황이 됐다"고 질타했다.

    그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대하고 강성 귀족노조를 개혁하고, 규제를 혁파해서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한다"며 "소득주도성장이라고 하는 것은 허구고, 청년 일자리 대책도 상식을 배반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냥 변호사고,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후보는 사법시험에 늦깎이로 합격하기조차 전이던 1993년에 이미 최연소로 국무위원(노동부장관)이 돼서 국가정책을 다뤘던 경륜의 정치인답게, 그의 문재인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은 구체적이고 디테일했다.

    이인제 후보는 현 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이라는 공공일자리 확대에 대해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정부가 비대해지면 그게 유지가 되겠느냐"고 따져물었다.

    또 "청년 한 사람이 중견기업에 취업하면 3년 동안 1년에 천만 원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3년 뒤 정부 지원이 끊기면 그 청년은 어디로 가는 것이냐"며 "완전히 청년 취업 시장을 교란해서 다 망가뜨리려 하는 것 아니냐"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금이나 공적부담을 경감시켜줘야 한다"며 "거미줄 같은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값싼 포퓰리즘 방식의 접근은 오히려 청년 실업을 더 악화시킨다"며 "청년들이 도전할 수 있는 벤처 생태계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 ▲ 자유한국당 이인제 충남도지사 후보.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이인제 충남도지사 후보.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중앙정부 말 잘 듣는 도지사 뽑는다고 충남에 미래가 있을까"

    이인제 후보가 상대해야 하는 사람은 민주당 양승조 후보다. 천안의 4선 의원으로 이인제 후보만큼 중앙정치권에서 화려한 활약을 펼치지는 않았으나, 충남에 터잡고 나름 오래 정치활동을 해왔다.

    더욱이 양승조 후보는 최근 고공행진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를 의식한 듯 '정부와 함께 갈 수 있는 여권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론조사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인제 후보는 "주민들의 민심은 실제로 그렇지 않다. 풀도 바람이 불면 그 방향으로 눕지 않느냐"며 "바람이 멈추면 금방 제자리로 돌아간다"고 일축했다.

    이인제 후보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외교·안보 폭풍 때문에 민심이 기울어져 있을 뿐이지, 국민들이 바로 중심을 잡아주실 것"이라며 "후보의 비전이나 역량이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양승조 후보가 '나라는 문재인에게, 충청남도는 자기에게' 맡기라고 한다"며 "중앙정부가 민생경제를 파탄시키고 있는데, 중앙정부 말 잘 듣는 도지사를 선택해달라고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동안 고향의 미래를 생각하는 듯 단어를 고르며 고심하던 이인제 후보는 마침내 "그래서야 충남의 미래가 있을까요"라고 씁쓸한 심경의 일단을 드러냈다.

    지난 10일 자유한국당 충청남도 필승 결의대회에서 대전 출신의 장·차관 인사가 하나도 없는 문재인정부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듯, 이른바 '충남 홀대론'이 나오는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인제 후보는 "불행한 일이지만 한국 정치는 영남패권과 호남패권이 충돌하면서 가고 있다"며 "국가 경영은 결국 인사하고 예산인데, 인사에 있어서 충청지역이 홀대받는 것처럼 예산 배정도 홀대를 받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충청이 지역패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충청의 인물이 국가경영을 맡을 수 없는 상황도 혁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 자유한국당 이인제 충남도지사 후보.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이인제 충남도지사 후보.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인제의 마음엔 내 고향 '민생'이 일 번지

    이인제 후보는 '충남을 위해 진짜 일할 사람이 누구인가'로 도민의 선택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인제 후보는 양승조 후보의 '보편적 복지' 공약에 맞서 '성장과 함께 가는 맞춤형 복지'에 초점을 맞췄다. 사실상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의 대결을 예고한 셈이다.

    이날 단독 인터뷰에서 이인제 후보는 "양승조 후보는 충청남도를 복지 수도로 만들겠다고 한다. 5개 핵심 공약 중 4개가 복지"라며 "퍼주기식의 보편적인 복지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반면 이인제 후보는 충남의 '성장 가능성'에 주안점을 두고 공약을 준비했다. 그는 "충청남도는 새로운 성장의 원천과 동력을 만들어내야한다"며, '1-3-5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1-3-5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충남의 1인당 GRDP를 10만 달러로 만들어 GRDP 전국 1위 광역단체로 만들고, 기업 유치를 통해 충남의 인구를 300만 명까지 늘리며 신규 일자리도 50만 개를 만들어내겠다는 구상이다. 한마디로 '소득 10만 달러~인구 300만 명~일자리 50만 개'를 '1~3~5'로 압축 표현한 것이다.

    그는 "2030년을 목표로 잡은 것은 12년 뒤 충남의 모습은 지금 도지사가 어떤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도정을 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라며 "역동적 맞춤형 복지를 가지고 따뜻한 공동체로 발전시킬 자신이 있다"고 자부했다.

    고향 충남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듯 권역별로 세세한 정책 소개도 뒤따랐다.

    그는 "충남 서북부 지역의 천안·아산·당진을 새로운 벤처기업들이 밀림처럼 형성되는 '벤처 생태계'로 육성하려고 한다"며 "국제 과학 비즈니스 벨트를 아산·공주까지 확대하고 서남 해안권인 보령이나 서천과 서산 쪽에는 지역특색에 맞는 여러 형태의 산업벨트를 구축한다"고 했다.

    또 "동남 내륙권은 백제 역사 문화 유산과 같은 독특한 지역 자원이 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해서 산업벨트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인제 후보가 성장에 집중했다고 복지에 미적지근한 것은 아니다. 맞춤형 복지를 넘어 수요자 선택형 복지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이인제 후보는 70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버스비를 무료화하겠다는 양승조 후보의 공약을 예로 들어 "버스비 때문에 고통받는 노인도 있겠지만 어떤 분들은 병원에 자주가야 하는데 치료비가 없거나 목욕·이발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듯이 (수요가) 다 다르다"며 "노인 어른들의 가장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복지 정책을 잘 다듬어서 접근해야지, 차비가 없어 고통받는 노인들만을 위해 돈을 다 쏟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통합복지카드를 가지고, 목욕을 원하면 목욕을 하고 이발을 원하면 이발을 하고, 차를 타고 이동을 하고 싶은 사람은 그걸 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수요자가 상황에 맞게 복지를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양승조 후보의 고등학교 무상교육 공약에 대해 "중앙정부가 하는 정책을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해선 안 된다"며 정책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충남은 성장이 정체돼 있어서 일자리가 안 만들어지고 경기가 자꾸 나빠지고 민생이 어려워지는 것"이라며 "어떻게 하면 성장의 불길을 지필 수 있나 고민하면서 성장과 맞춤형 복지가 함께 가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나이가 어리다고 역동적인 도정 이끄는 것은 아냐"

    이인제 후보는 마지막으로 "도민들이 원하는 것은 역동적인 충남이 되는 것이지, 나이가 어린 사람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나이가 어리다고 도정을 역동적으로 만들 능력이 있다는 건 결코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언론이 앞다투어 그를 '올드보이'로 소개한 데 대한 항변이다. 아울러 "외교·안보 이슈로 지방선거를 질식시키고 일당 체제로 가려는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며 "충청남도에서 자유한국당의 승리를 꼭 이루어주시는 게 나라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절실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