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악재'가 나온다면? 한달 뒤에 '긴급대책'은?
  •  “척 슈머(뉴욕주)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언론에 드러나는 이미지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우려했다.
    그는 의회 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타협하고 외부의 찬사를 받고
    사진촬영 기회를 얻고 싶은 나머지 졸속협상, 나쁜 협상을 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5월 11일자 기사다.

     필자도 비슷한 걱정을 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북한의 김정은이나 다 이번 회담을 ‘성공한 것’으로 만들고 싶어할 것이다.
    ‘실패한 것’으로 끝날 경우 김정은의 리더십엔 흠이 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정치의 곤혹으로부터 벗어날 길이 막힐 것이다.

    국내정치의 곤혹이란 그를 죄어오는 법망(法網)을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러시안 커넥션과 사법방해 행위에 대한 탄핵 움직임으로 코너에 몰려있다.
    사법 방해란 그가 자신을 조사하려던 FBI 수장을 해임한 것을 지칭한다.
    이래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미-북 정상회담을 무슨 수로든 기필코 ‘성공한 것’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그러자면 김정은에게서 받아낼 것은 받아내되, 그에게도 그만한 보상을 해줘야만 한다.
    김정은은 이른바 ‘체제보장’을 원한다. 문제는 이 보상 가운데 우리의 자유민주 진영이 우려하는 바가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라도 포함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지나친 낙관도 지나친 비관도 다 부질없다.

     이와 관련해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란 인물의 유형(類型)이다.
    그런 유형에겐 모든 게 다 흥정거리가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어떤 것이라도 장사만 될 듯싶으면 흥정의 도마 위에 올릴 수 있는 유형 아닐까 하는 찜찜함이다.

      그는 고고한 이념파도 아니고 가치론자도 아니고 일정한 원칙대로 움직이는 타입도 아닌 듯싶다.
    그에게는 그 때 그 때의 이익이 자신의 판단과 행위를 결정하는 가장 상위의 기준일 것 같다.
    그래서 좀 우려스럽다.
    ‘오늘의 한국’ 돌아가는 모양새는 이미 그의 마음속에선 달갑지 않아 보일 것 같다.

      필자는 미국이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는 데 있어 한국이 가지는 지정학적, 전략적 가치를
    트럼프 대통령이 결코 과소평가하지 않기를 소망한다.
    소망해 보았자 아무 실효는 없을 것이나,
    그래도 그것만이 한국에 드리워진 안보적 위험을 막아낼 유일한 길이다.
    이것마저 무너지면 그 후의 사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그런 일은 없어야 하고 없을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나갈 수밖에 없다.

     우리로선 미-북 정상회담을 그야말로 속절없이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영향을 미칠 길은 전무하다. 여기서 우리라 함은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진영을 말한다.
    자칭 ‘진보’ 진영은 우리와는 생각을 180도 달리하는 사람들이라,
    우리에게 좋은 건 그들에게 나쁘고, 그들에게 좋은 건 우리에게 나쁘다.
    이런 그들과 김정은이 가는 길과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이익 우선주의가
    만에 하나 묘한 접점을 만들 때 그건 우리에겐 악재가 될 것이다.

     설마 미국이 그러려고...할지 모르나, 국제정치에서 영원한 친구라는 게 있나?
    그렇다고 미리부터 비관 쪽으로만 바라보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우리로서도 이런 우려에 대비하는 ‘컨틴전시 플랜(긴급사태 대비책)’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일 뿐이다. 더 주시할 밖에-.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 2018/5/11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