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과 3:3 배석에 이낙연 총리·정의용 NSC실장 제치고 배석… 권력 핵심 민정라인도 주춤
  • ▲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모습.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한국사진공동기자단
    ▲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모습.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한국사진공동기자단
    지난달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각각 단 두명의 수행원만 대동한 3:3 회담을 진행하면서, 동석한 인물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임종석 비서실장이 대북담당인 서훈 국정원장과 함께 배석, 문재인 정부에서의 막강한 영향력을 다시금 보여줬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최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임종석 비서실장은 문재인 대통령, 서훈 국정원장과 함께 배석해 북한 측과 의견을 나눴다. 북한에서는 김정은과 함께 여동생인 김여정, 대남 책임자인 김영철이 나왔다.

    남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7~9명의 수행원을 대동해 만났다. 대한민국에서는 서훈 국정원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임종석 비서실장, 송영무 국방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장관, 정경두 합참의장이 이름을 올렸고, 북한에서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철 통전부장, 최휘 당중앙위 부위원장, 리수용 당중앙위 부위원장, 김여정 제1부부장, 리명수 총참모장, 박영식 인민무력부장, 리영호 외무상,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이 수행원으로 남한에 내려왔다. 평소 회담을 할 때 배석자 수를 많이 두지 않는 북한의 스타일에 따라 양측이 각각 이들 중 두 명씩만 추려 배석자로 앉힌 것이다.

    소수정예로 이뤄진 회담인만큼 누가 배석할지에 대한 양측의 고민도 깊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는 헌법상 수반이라 할 수 있는 김영남 대신 김영철과 함께 김정은의 혈육인 김여정이 배석했다. '실세'로 배석자를 꾸렸다는 이야기다. 북한이 3대 세습독재체제임을 감안하면 여동생인 김여정의 북한 내 영향력 역시 막강할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은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한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만큼 북한 김정은에게는 '믿고 쓰는 카드'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남한에서도 '실질적 2인자'를 배석시켜 균형을 맞췄을 가능성이 높다. 남한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은을 환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격' 문제 역시 신경썼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남한 측에서도 직제상 2인자인 이낙연 총리가 수행원으로 동행하지 않았다. 특히 청와대 관계자는 서훈 국정원장의 배석에 대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주로 미국과 대화채널을 담당, 미국에 대한 '카운터 파트너'로 볼 수 있고 서훈 국정원장은 북한과 소통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서훈 국정원장이 대북담당, 북한 김영철이 대남 담당으로 역할상 배석한 것이라면, 임종석 비서실장은 남북정상회담에서 '2인자' 자격으로 참석했다고 볼 수 있다. 명실상부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핵심적 인물이라는 의미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처음 비서실장 직에 발탁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상징적 의미가 강했다. 50대 나이의 젊은 비서실장이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무부시장을 지낸 이력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청와대 내 준비위원회 TF위원장을 맡는 등 내정은 물론 외교에서도 영향력을 발휘, 전방위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임 비서실장은 이미 지난해 말 아랍에미레이트(UAE)에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파견돼 외교 문제를 해결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에도 임종석 비서실장은 UAE의 '2인자'로 불리는 칼둔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특사파견의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아 생겼던 언론에서의 우려도 칼둔 청장을 청와대로 초청하면서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

    남북정상회담 위원장을 맡는 동안에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물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송영무 장관, 강경화 장관 등의 위원들을 이끌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07년 비서실장을 할 당시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것보다 훨씬 거대한 규모다.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은 백종천 안보실장, 김만복 국정원장, 박선원 안보전략비서관 등 4명과 매주 목요일 만나서 상황을 점검하며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했다.

    과거 정부에서 꾸준히 실세였던 민정라인 등이 현 정부에서 주춤한 것 역시 임 비서실장이 청와대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조국 민정수석은 최근 개헌, 검경수사권 분리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냈지만 개헌 문제는 지지부진해졌고 검경수사권 분리 문제 역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퇴로 마무리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논란에 대해 조국 민정 수석이 "적법하다"고 했던 것 역시 타격이 됐다. 드루킹-김경수 문제에 대해서도 백원우 민정수석비서관이 드루킹이 추천했던 인사를 만났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도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 안팎의 시선이 임종석 비서실장에 집중되는 까닭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임종석 실장이 정권 2년차를 거치면서 내치(內治)는 물론 외교·안보 분야까지 명실상부한 권력 실세로 자리매김 했다"면서 "그 위상을 노무현 정부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과 견주는 시각도 존재한다"고 했다.

    다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그가 주사파 출신이고 이후에도 이를 부정한 적이 없다는 점을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경제협력 등 향후에도 북한과 협상이 필수적인데, 이 과정에서 우리의 입장을 제대로 관철시킬 수 있겠느냐는 우려다.

    자유한국당 홍지만 대변인은 지난 3월 임종석 비서실장을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에 임명할 당시 "임 실장은 주사파가 아님을 공개적으로 밝히라"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홍 대변인은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며 전향을 강요한다 할 것도 아니다"라며 "2000년 정상회담 때는 통일부 장관이 준비위워장을 맡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