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 조항에 '법률로써' 문구 삽입 확인돼... 중대성 둘러싸고는 이견
  • ▲ 나경원 의원이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이 졸속으로 발의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뉴데일리
    ▲ 나경원 의원이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이 졸속으로 발의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뉴데일리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11일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중 토지공개념 관련 조항에 중대한 수정이 있었고 이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며 '도둑 수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사실관계는 인정하나 숨기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앞서 10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나 의원은 녹화를 마친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헌안이 졸속으로 발의됐다며 청와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나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청와대가 지난달 22일 법제처에 심사를 요청하며 제출한 개헌안과 2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대통령 개헌안이 서로 중대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나 의원이 지적한 그 중대한 차이는 바로 토지공개념과 관련한 조항인 128조 2항이다. 

    나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가 발표하고 법제처에 제출한 개헌안의 경우 128조 2항에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국회에 제출된 안의 경우에는 '법률로써'라는 문구가 추가로 삽입돼 있다. 즉, 최종 제출된 개헌안은 토지공개념과 관련된 규제 또는 기본권 제한의 근거로서 법률이 별도로 필요하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나 의원은 이 '법률로써'라는 문구의 유무에 따른 차이가 매우 중대하다고 지적하면서 별도의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소위 '도둑 수정'이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헌법이 아니라 법률로써 제한한다는 것은 단순 오탈자 수정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청와대가 설명을 했어야 했는데 도둑수정을 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측도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별도 브리핑을 통해 나경원 의원의 지적에 대해 해명했다. 

    김 비서관은 "토지공개념과 관련해 '법률로써' 문구가 없었고 3월 22일 발표한 시간에도 없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법률로써라는 문구 없어도 토지재산권 관해 특별 제한하거나 의무 부과하기에는 현행 37조 2항 따라서 법률로써만 가능한 것으로 당연히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즉, 청와대는 나 의원이 지적한 '도둑 수정' 비판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역시 "일부러 숨긴 것 아니냐고 하는 보도가 있던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토지공개념 관련된 법률로써 문제도 표현 명확히 한 것 뿐이라고 해서 문제를 그리 느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가 중요시하게 판단하고 있는 '법률로써'라는 문구를 청와대가 대수롭지 않게 바라봤음을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토지공개념 자체가 기본권 제한 조항인데 '법률로써'라는 문구가 없이 헌법에 그대로 명시될 경우 행정부가 재산권을 광범위하게 제한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따라서 '법률로써'라는 문구의 유무에 따라서 재산권 제한 소지에 상당한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당초 '법률로써'라는 문구가 없이 개헌을 추진하려고 했던 것이라면 그만큼 토지공개념에 따른 규제를 광범위하게 적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반대로 법제처의 의견대로 '법률로써'를 삽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할 경우, 청와대가 개헌을 졸속으로 추진해 발생한 참극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이날 청와대의 해명이 어정쩡해 보이는 이유다.

    한편 '법률로써' 문구에 따른 진통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개헌안을 둘러싼 정부·여당과 야당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토지공개념 조항에 대한 이견 역시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 같은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