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Story] 2017년 예고된 SNS·이메일 정보 제출, 반미인사들 입국 못 막아
  • ▲ 서울 광화문 美대사관 앞에서 비자 인터뷰를 위해 늘어선 사람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울 광화문 美대사관 앞에서 비자 인터뷰를 위해 늘어선 사람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3월 3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흘러나온 소식은 한국 사람들도 긴장케 만들었다. 앞으로 미국행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SNS 계정 정보와 이메일 기록까지 제출해야만 한다는 내용이었다. 美정부의 이번 조치는 위험인물의 입국을 막기 위한 조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조치를 통해서는 막을 수 없는 위험인물들이 있다.

    변경된 ‘비이민 비자 신청서’ 및 ‘이민비자 신청서’

    이날 ABC 등 美주요 언론들은 새로 시행되는 비자 신청규정을 소개했다. 국내 언론에서는 “미국 비자를 신청할 때 5년 치의 SNS와 이메일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는 점을 주로 부각했다. 그런데 미국을 비롯한 외신과 美현지 한국어 매체에서는 해당 내용을 비교적 상세히 소개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美국무부는 이날 백악관이 ‘비이민 비자 신청서(DS-156, DS-160)’와 ‘이민비자 신청서(DS-260)’ 개정안을 승인했다며 관보에 게재한 뒤 60일 뒤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美국무부는 무비자 여행 프로그램(ESTA) 이외의 모든 미국 입국 신청에 대해 개인정보를 요구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미 알려진 것처럼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계정 이름과 활동 정보, 이메일 정보를 개정 양식에 모두 적어내도록 했다.

    이때 중요한 점은 비자 신청 양식에 자신의 사용자 이름은 물론 양식에 없는 SNS 플랫폼은 별도의 칸에 직접 적어내야 한다. 지난 5년 동안 단 한 번이라도 사용했던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해외여행 기록도 모두 적어내야 한다.

    美국무부는 신청자에게 받은 정보를 美연방수사국(FBI)의 범죄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사실과 일치하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한다. 만약 사실과 다른 점이 나타나면 미국 영주권 취득이 거절되는 것은 물론 일반적인 외국인은 입국을 거절당할 가능성까지 높아진다고 한다.

    사실 이 같은 내용은 2017년 6월에도 이미 외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당시 英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정부가 비자 승인 요건에 SNS 검사를 넣는 등 매우 까다롭게 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이때 소개된 미국 비자 승인 요건은 2018년 3월 말에 통과된 내용보다 더욱 섬뜩했다.
  • ▲ 2014년 8월 테러조직 IS가 공개한 미국기자 참수장면. 이런 것도 SNS를 통해 퍼졌다. ⓒ당시 영상 캡쳐.
    ▲ 2014년 8월 테러조직 IS가 공개한 미국기자 참수장면. 이런 것도 SNS를 통해 퍼졌다. ⓒ당시 영상 캡쳐.
    2017년 5월 美정부 “과거 15년 동안 생활기록 다 적어내라”

    英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정부가 새로 시행하려는 美입국 비자 신청 요건에 지난 5년 동안의 SNS 정보와 함께 과거 15년 동안의 생활 기록을 요구하려고 시도 중”이라며 “이에 미국으로 유학을 준비하는 기간이 길어져 세계 학생들과 과학자들의 입국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때 英로이터 통신도 美정부가 개정하는 비자 심사 요건에 SNS 활동과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를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동시에 지난 15년 동안의 거주지 주소, 고용 상태, 여행 기록과 같은 ‘생활 기록’을 적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지난 15년 동안의 구체적인 생활 기록과 지난 5년 동안의 SNS 활동을 모두 기억할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를 바탕으로 추진하는 정책”이며 “이런 잘못된 전제 때문에 무고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이민 전문 변호사들의 주장도 곁들였다.

    英로이터 통신은 美정부가 이처럼 비자 취득 요건을 까다롭게 만드는 것이 ‘멕시코 장벽’을 건설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에 따른 것이라고 간주했다. 다른 언론들은 英로이터 통신보다 더 과격하게 트럼프 정부를 비난했다.

    그리고 “6개 무슬림 국가 국민의 미국 이민과 여행을 3개월 이상 보류하라”는 트럼프 美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일부 법원이 반발하며 판결을 내린 것을 더 중요한 소식으로 다뤘다. 언론들은 美안보 관계자들이 “국가안보 측면에서 미국 입국에 부적격인 사람을 가려내는 것”이라는 설명은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사실 英로이터 통신의 지적처럼 SNS 활동이나 이메일 기록, 여행기록 등은 제출할 수 있지만, 지난 15년 동안 있었던 거의 모든 개인정보 변동을 다 적어내도록 한 것은 지나친 감이 많았다. 이런 비판을 고려했는지 美국무부가 새로 내놓은 방안은 SNS와 이메일, 여행기록으로 축소된 것이다. 최근 테러조직들이 SNS를 통해 ‘자생적 테러분자들’을 모집하고 테러를 선동하고 있고, 중남미 마약조직들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청소년들을 유혹하는 사례가 많다 보니 SNS와 이메일 기록은 포기하지 못한 것이다.
  • ▲ 2016년 3월 美핵추진 항공모함 '존 C.스테니스' 함의 입항에 반대하는 시위대(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은 없습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6년 3월 美핵추진 항공모함 '존 C.스테니스' 함의 입항에 반대하는 시위대(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은 없습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美비자 승인 요건 강화해도 한국의 북한 추종자는 못 막아

    사실 美정부의 비자 승인 요건 강화는 테러 때문이다. 2017년 5월부터 한동안 논란이 됐던 ‘과거 15년 동안의 생활기록 제출’은 사실 2015년 12월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샌버나디노 총기난사 테러’ 이후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조치다. 다만 그 대상이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비자 신청자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미주 한국일보의 지난 3월 3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美정부의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는 사람은 연 평균 1,5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평범한 한국인이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SNS 계정과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와 함께 이민법 위반 전과 여부, 비자 신청자 본인과 가족들의 테러 연루 여부를 제출해야 하는데 한국인의 99.99%는 테러와는 무관하니까 말이다.

    美정부의 조치에 미흡해 보이는 점도 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 국력을 집중했던 미국이다 보니 지금도 국가안보의 핵심이 ‘테러’에 쏠려 있다. 그 연장선에 있는 비자 요건 강화 또한 ‘테러’에 맞춰져 있다. 이러니 ‘전통적인 적성세력’, 즉 미국의 ‘적국’에 대한 감시와 경계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현재 미국의 적국이라 부를 수 있는 나라는 북한과 이란이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중앙정보국(CIA)에 ‘임무센터’를 창설하는 등 이들에 대한 정보수집과 경계를 강화했지만 미국 내에서 이들을 돕는 세력들에 대한 대응은 꽤나 허술해 보인다. 미국 국적을 갖고 북한 정권으로부터 훈장을 받고 지원을 받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모임과 강연을 갖고 있다.

    다른 문제도 있다. 한국에는 ‘인생이 반미활동’인 사람들이 적지 않다. 20대일 때부터 주장한 ‘반미 투쟁’을 환갑을 넘겨서도 계속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들의 자녀들 가운데는 미국 유학생이나 미국 국적 취득자가 꽤 많다.

    3만 6,500여 명의 미군이 전사한 6.25전쟁을 “미제의 침략 전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만들어 美본토를 공격하겠다는 김정은 정권에 대해 “미국의 압력 때문에 자위적인 무기로 만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자녀들이 지금도 미국에서 공부 중이거나 미국 영주권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은 제3자인 양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자녀마저도 미국을 드나들면서 일을 한다.
  • ▲ 김정은과 트럼프 美대통령. 5월 회담은 어떻게 진행될까.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정은과 트럼프 美대통령. 5월 회담은 어떻게 진행될까.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금부터 美-北 정상회담 결렬 이후를 대비해야

    오는 5월 트럼프 美대통령과 김정은이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김정은의 발언이나 태도로 볼 때 회담은 결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면 이후 美-北 간의 갈등은 매우 고조될 것이다. 그럴 때 “인생이 반미활동”이었던 사람들의 ‘미국인 자녀들’이 어떤 일을 할지 상상이 가는가.

    트럼프 美대통령이 국내 문제의 원흉으로 보는 중국과 관련된 문제도 있다. 중국 국적을 가진 조선족이 ‘탈북자’로 위장해 미국으로 망명을 하려 시도하거나 한국 국적을 취득한 중국인이 다시 미국으로 이민을 가려는 사례도 적지 않다. 中공산당이 전략적으로 한국을 우회해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진입하기 시작한 지도 이미 10년이 넘었다. 이들은 미국 사회에서는 자신을 한국 출신이라고 소개한다. 이들이 미국에서 주변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키면 비난은 한국인이 먹는다. 이런 中공산당의 한미 동맹 균열책략에 美정부가 대비하고 있다는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美대통령이 “미국의 적이 본토에 발을 디딜 수 없게 만들겠다”는 다짐을 실현하겠다면 북한과 중국에 우호적이거나 관련이 깊은 사람들을 걸러내는 장치 마련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