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교수 "개인을 넘어 공직 지망하는 국민들이 피해 입을 수 있는 심각한 문제"
  • ▲ 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사회)가 2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개방형 직위 공모 과정에서 청와대의 사상검증과 권력남용을 규탄한다'는 주제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좌측부터 박인환 건국대 교수,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조동근 명지대 교수, 전삼현 숭실대 교수. 바른사회 사무총장을 겸하는 전삼현 교수 외 3명의 교수는 바른사회 공동대표를 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사회)가 2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개방형 직위 공모 과정에서 청와대의 사상검증과 권력남용을 규탄한다'는 주제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좌측부터 박인환 건국대 교수,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조동근 명지대 교수, 전삼현 숭실대 교수. 바른사회 사무총장을 겸하는 전삼현 교수 외 3명의 교수는 바른사회 공동대표를 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최근 청와대가 주미(駐美) 경제공사에 응모한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보수 성향 시민단체 활동 이력을 문제 삼으며 불이익을 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최원목 교수가 몸담았던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사상검증이나 다름없다"는 내용의 대정부 규탄 성명을 발표하며 강력 반발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사회)는 2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개방형 직위 공모 과정에서 청와대의 사상검증과 권력남용을 규탄한다'는 주제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바른사회는 성명서에서 "청와대가 주미 경제공사직에 응모한 대학 교수의 (우리 측) 활동 경력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전문성을 요하는 민간 공모직까지 시민단체 경력을 탈락사유로 든다면, 이는 '이념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주미 경제공사직에 응모한 최원목 교수는 심사 과정에서 최고점을 받았지만, 청와대가 정치 성향과 바른사회 활동 이력을 문제 삼으면서 탈락했다. 최원목 교수는 외교관 출신으로 손꼽히는 국내 통상 분야 전문가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자리에서 밀려난 최원목 교수는 "현 정부가 블랙리스트적 인사관리를 하고 있다"며 청와대 직원과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고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현행 '개방형 직위 및 공모 직위의 운영에 관한 규정' 제7조에는 '소속 장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선발시험위의 추천 순위에 따라 임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바른사회는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응모자가 현 정부 정책을 비판해 온 점과, 바른사회 경력을 문제시한 의견서가 인사검증 과정에서 첨부됐다. 청와대가 이를 검증잣대로 선발시험위 결과를 뒤집었다면, 이는 청와대의 규정위반이자 권력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바른사회 측은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 활동 경력을 문제삼은 사상검증에 대한 즉각적인 해명 △공모직 선발임용의 권력남용 행위에 대한 사과 △권력형 부정채용에 의한 희생자 유무 여부 전수조사 등을 청와대에 요구했다.

    조동근 바른사회 공동대표는 "전문성을 기초로 선발하는 개방형 직위 공모에서 시민단체에 잠시 몸담았다는 이유로 정부가 불이익을 줬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동근 공동대표는 "정치성향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인지, 이런 사실을 국민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지난 정권에서 말하는 블랙리스트가 바로 이런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최병일 공동대표도 "응모요건과 평가방식이 확정돼 있는 개방공모직 심사에서 청와대가 국정철학이나 코드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헌법상 언론과 사상의 자유 및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이 정부가 우수 전문가보다 이념성향을 우선으로 두고 있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주미 경제공사의 경우) 규정에 따라 인선절차가 진행 중이며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TV조선은 지난 22일 "이미 정부가 주미 경제공사직 심사에서 2위를 했던 공무원에게 공사직 내정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업무차 싱가폴에 출장 중이었던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보수와 진보를 떠나 공직 임용은 권고된 기준을 바탕으로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만일 코드에 의해 임용 결과가 뒤집히게 된다면, 이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공직에 지원하는 국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문제"라고 성토했다.

    최원목 교수는 청와대 관계자와의 녹취록에 대해 "언론 인터뷰를 많이 하기도 하고 제가 하는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자동 녹음 설정을 해두고 있다"면서 의도적으로 녹음을 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시스템 개선을 바라면서 (녹취록을) 언론에 공개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법적대응 여부에 관한 질문에는 "그런 것을 생각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다만 정부가 (이 문제를) 한 사람의 이슈로 치부하지 말고, 적폐청산과 공정사회를 만들기 위한 계기로 삼길 바란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