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민주당·좌파 세력, 보수정부 9년간 '묻지마 의혹' 제기해 정치문화 흐렸던 것 반성해야
  • ▲ 정봉주 전 의원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터넷매체 〈프레시안〉이 보도한 성추행 의혹을 반박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정봉주 전 의원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터넷매체 〈프레시안〉이 보도한 성추행 의혹을 반박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문화계와 종교계를 뒤엎은 '미투 운동'(Me Too·'나도 당했다'라는 뜻으로 여성이 자신의 성폭행·성추행·성희롱 피해 경험을 용기있게 폭로하는 운동)의 불길이 본격적으로 정치권으로 옮겨붙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처럼 의혹 제기 자체만으로 사실관계를 가리기에 앞서 의원직을 깨끗이 내려놓는다고 천명한 사례도 있지만, 정치권답게 결이 다른 대응 사례도 눈에 많이 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지난 9일 오후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자진출석할 때 "국민 여러분이 내게 준 많은 사랑과 격려, 정말 죄송하다"며 "나로 인해 상처받았을 국민 여러분, 도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고 말했다.

    당시 피해자로 알려진 전 수행비서 김모 씨에 대한 사과나 언급은 없이, 국민과 도민만 언급했다. 마치 양심수 출석하듯 당당한 자세에, 정치권에서는 뭔가 음모에 휘말렸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정봉주 전 의원은 1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터넷매체 〈프레시안〉이 보도한 성추행 의혹을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봉주 전 의원은 "(프레시안은) 서울시장 출마 한 시간 전에 보도함으로서 정치생명을 끊으려 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성추행 피해자라고 보도된) A씨가 문제가 아니라 프레시안을 문제라 본다"고, 보도한 언론매체를 음모 세력인 것처럼 지목했다.

    '미투' 사례는 아니지만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도 논란이 된 내연 문제와 관련해 11일 권력형 부정청탁을 폭로함으로써 맞불을 질렀다. 박수현 전 대변인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런 일은 착하고 여린 아내가 꾸밀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다른 어떤 세력의 음모가 있는지 합리적으로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봉주 전 의원과 박수현 전 대변인은 사례는 다르지만 대응의 공통점을 보자면 A씨나 전처를 문제삼지 않고 배후 세력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김어준 씨가 "내가 공작을 경고했는데 그 이유는 미투를 공작으로 이용하고 싶은 자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공작은 맞고…"라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아직 사실관계는 불분명하지만, 대응하는 당사자들도 경우에 따라서 일응 억울한 점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 ▲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9일 전처 측에 의해 열린 충남도청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향해 제기된 의혹에 적극 반박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9일 전처 측에 의해 열린 충남도청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향해 제기된 의혹에 적극 반박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봉주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자료를 동원해 거의 현장부재증명(알리바이)에 가까운 주장을 했다. 이날 주장한 것이 사실이라면, 확실히 보도된 그날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보도된 사건이 일어났을 개연성은 적어보인다.

    박수현 전 대변인도 전처 측에서 주장한 2009년부터의 내연관계설을 강하게 부인하며, 내연녀로 지목된 인물의 전 남편 진술서까지 동원했다. 주장대로라면 불륜 의혹에 더해 내연녀 비례대표 기초의원 특혜공천 의혹까지 제기된 것은 확실히 억울할 수 있다.

    다만 이를 무조건 '정치공작'으로 몰아붙이고 배후세력을 운운하는 게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는 진중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재 '미투 논란'에 집중적으로 휩쓸린 인사들이 몸담거나 관계맺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그간 반대 세력인 보수·우파 인사를 향해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의혹부터 제기했다가, 아니면 말고 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보수정부 9년 동안 인사청문특위나 국회 상임위 인사청문회, 또 시중과 길거리에서 보수우파 세력의 주요 정치인에 대해 이런 식으로 제기된 음모론과 흑색선전, 마타도어 사례는 일일이 집계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민주당이 야당 시절에 온갖 인사청문회에서 옛 사생활을 들춰내고 작은 흠결을 들어 인격적 모멸까지 이를 수 있는 '묻지마 의혹'을 제기하다가, 이제 여당이 되자 도덕성과 업무 능력을 분리해 검증하자는 제안을 하는 것을 보고 후안무치함을 느낀 국민들이 많다.

    '미투 운동'은 '침묵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우리 사회에서 자주 도래할 수 없는 호기다. '미투 운동'의 불길이 우리 정치권에 옮겨붙은 지금을 정치문화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민주당과 관계된 인사들은 그간 자신들이 속한 세력이 정치문화를 이렇듯 '묻지마 의혹' 제기와 공작이 판을 치는 바닥으로 타락시켜온 것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

    아울러 그 연장선상에서 발전적 제안을 해야 한다. 무조건 맞불 폭로전으로 몰고가면서 정치공작과 배후세력을 운운하는 것은 자칫 '미투 운동'의 순수성을 훼손하면서 정치문화 개선의 기회마저 날려버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