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차 교과서 국회 포럼 "정부나 집필자의 의도대로 왜곡된 기록을 하는 것은 범죄나 다름없다" 강력 규탄
  • ▲ 바른교육학부모연합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대한민국 지우기에 나선 '역사교과서 시안'을 주제로 <제6차 교과서 국회 포럼>을 진행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교육학부모연합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대한민국 지우기에 나선 '역사교과서 시안'을 주제로 <제6차 교과서 국회 포럼>을 진행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지난달 5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에 대한민국 정체성을 뒤흔드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교육계 시민단체·전문가들이 해당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바른교육학부모연합(대표 김에스더)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대한민국 지우기에 나선 역사교과서 시안'을 주제로 <제6차 교과서 국회 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는 각 단체 관계자를 포함해 약 80여명이 참석했다.

    홍택정 문명교육재단 이사장은 격려사를 통해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역사는 사실 그대로의 기록이기 때문에, 역사교과서는 시안이란 것이 필요하지도 않다. 우리는 교육이 국가의 백년지대계라고 귀가 닳도록 들어왔지만, 정권에 따라 뒤바뀌는 역사교과서의 현실을 봐야 한다. 정부나 집필자의 의도대로 왜곡된 기록을 하는 것은 범죄이며, 이런 작업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이완용과 다를 바 없다. 학생들은 나라 역사를 사실 그대로 배울 권리가 있다."

    일정상 포럼에 참석하지 못한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영상을 통해 좌파 세력의 역사 왜곡을 강하게 규탄했다. "자유를 빼고, 남침을 빼고, 인천상륙작전이나 새마을운동을 삭제하는 식으로 대한민국 정통성을 훼손하려는 시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대한민국을 흔드려는 움직임은 문재인 정부 들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것을 막아낼 수 있는 힘은 이 과정을 뚫어져라 모니터링하고, 교과서·학습지·동화책 하나하나를 꼼꼼이 살피는 학부모들과 깨어있는 교사들의 눈일 것이다."

    이날 포럼은 곽일천 서울디지텍고 교장(역사교과서와 자유), 정경희 영산대 교수(대한민국 정통성 부정하는 역사교과서 시안), 언론인 박진용씨(역사과 교육과정 시안의 문제점과 처리대책)가 발표자로 나섰다.

    곽일천 서울디지텍고 교장은 "대한민국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실종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가 빠진 개헌안과 동시에 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에서도 '자유'를 뺀 민주주의로 바뀌었다"면서 "대한민국이 자유진영에서 빠지고 북한이나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공산주의 진영에 합류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교과평)은 지난달 5일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을 공개했다. 해당 시안은 본래 '북한 정권의 전면적 남침으로 발발한 6·25 전쟁'이었던 문장을, 책임 주체를 적시하지 않은 '6·25 전쟁의 배경과 전개과정'으로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인천상륙작전·새마을운동·유엔군 참전 등도 배제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교과평은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우리 원은 교육부의 의뢰로 '역사과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을 개발 중이며, 시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향후 연구를 통해 수정·보완할 예정"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새 집필기준에 따른 역사교과서를 2020년부터 전국 중·고교에 적용할 계획이다.

    곽 교장은 "이처럼 치고 빠지기 식의 국체변경 시도는 매우 조직적이고 의도적이다. 기적의 대한민국에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라고 하는 북한의 억지 주장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강의 기적을 일군 대한민국의 '자유주의'가 얼마나 우수한 이념인지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향성이 체질화되기도 전에 불평과 갈등을 조장하는 사회주의 세력의 음모에 정체성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허위 선동과 감성적 구호로 군중을 선동하며 마음을 빼앗는 이들의 조직적 모략을 철저히 막아내야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우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 곽일천 서울디지텍고 교장이 '역사교과서와 자유'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곽일천 서울디지텍고 교장이 '역사교과서와 자유'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다음 발표자로 나선 정경희 영산대 교수는 교과평의 해당 시안을 정밀 분석했다. 정 교수는 "여러분들도 이번 시안에 '자유'라든지 북한 3대 세습, 인권같은 요소가 빠졌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며 "이번 포럼에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중심으로 이번 시안의 문제점을 짚어보겠다"고 했다.

    해당 시안에서 현대사 부분은 총 8개의 소주제로 이뤄져 있다. 특히 '8·15 광복과 통일 정부 수립을 위한 노력',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이라는 소주제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8·15 광복과 통일 정부 수립을 위한 노력 - (학습요소) 8·15 광복, 냉전, 모스크바 3국 외상 회의, 좌우 합작 운동, 남북협상, 제주 4·3 사건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 - (학습요소) 5·10 총선, 제헌 헌법, 대한민국 정부 수립, 북한 정권 수립, 반민족 행위 특별 조사 위원회, 농지 개혁

    정 교수에 따르면 이 두 소주제를 통해 시안이 강조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통일 정부 수립 노력을 강조한다는 구실로 대한민국 수립을 방해한 사건들을 부각 △통일 정부 수립을 위한 노력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남한 때문이라고 주장 △남한과 북한을 대등한 정부로 취급

    정 교수는 시안에 담긴 내용들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 "시안은 좌우합작, 남북협상 뿐 아니라 제주 4·3 운동까지 '통일 정부 수립을 위한 노력'에 포함시킨다. 하지만 제주 4·3 사건은 결코 통일 정부를 수립하려 한 사건이 아니었다. 이 사건은 남로당 제주도당이 5·10 총선거를 저지하기 위해 저지른 무력봉기가 발단이 된 사건이다. 그 과정에서 무고한 도민들이 희생된 것은 안타깝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대한민국 수립을 저지하려는 정치적 움직임'이었다."

    정 교수는 좌파 세력의 속내를 정밀히 분석하기도 했다. "통일이 실패로 돌아간 것을 권력욕에 눈이 먼 이승만이 단독 정부를 수립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단독 정부를 먼저 수립한 것은 북한이었다. 시안의 '남북에 들어선 정부의 수립과정과 체제적 특징을 비교한다'는 부분을 보면 남북을 대등한 정부로 취급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시안은 '대한민국 정부는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유엔 승인도 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1948년 12월 12일 파리에서 열린 제3차 유엔총회에서 신생국이었던 대한민국은 58개국 중 48개국의 찬성을 얻어 한반도 내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았다. 대한민국에 대한 유엔의 승인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역사적 근거다.

    더구나 현행 교과서 집필기준은 해당 사실을 유의하라고 명기하고 있다. 2013년 검정 당시 교과서 3종(동아·미래엔·천재교육)이 왜곡 서술했다가 교육부의 수정 조치를 받은 사건도 있었다. 정 교수는 "남북을 대등하게 서술하고 있는 시안이 유엔결의안을 교과서에 제대로 서술할 리가 없다. 이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 교수는 "해당 시안은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내용도 들어냈다"고 역설했다.

    2015 개정 역사과 편찬기준에 따르면 '오늘날 북한 정권의 세습 체제 구축 및 경제정책의 실패, 국제적 고립에 따른 체제 위기와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 등을 서술한다', '북한의 3대 세습, 핵 문제 등 최근 북한의 동향에 대해 파악하고,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등 북한의 군사 도발과 그에 따른 피해상을 기술한다' 등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시안은 북한의 실상을 알려주는 내용을 빼고, '남북 관계의 발전', '남북 화해의 과정'에 주목토록 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이번 시안은 심각한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 거듭되는 군사도발 등 역사적 사실은 빼버리고, 실제 변변히 이뤄진 것도 없는 화해 과정만을 교과서에 써넣겠다고 한다. 역사교과서는 역사적 사실이 가감 없이 서술돼야 함에도, 특정 역사관을 지닌 사람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실만을 골라서 서술하겠다는 행태는 역사 왜곡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다음 연사로 나선 언론인 박진용씨는 시안의 문제점으로 "시안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 현실에는 눈 감고 편향된 한국 내부시각으로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개발독재의 미시적인 접근과 부정 과민반응, 권위주의 정부에 대한 일방적 해석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진용씨는 "새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며, 부실화된 역사교육 정상화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합당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현행 검정교과서 문제점을 도출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안의 출발점으로 시안 마련 일정을 최소 2년은 연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