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사 등 유력 매체 "윤서인이 가짜뉴스로 만평 그렸다" 질타윤서인 "'고개숙인 문재인 대통령 가짜뉴스'와 만평은 무관"
  • 이른바 '가짜뉴스(Fake News)'의 사회적 폐단을 지적하겠다고 나선 유력 언론사들이 되레 '허위 사실'을 전파, 특정인에게 오명을 덧씌우는 우(愚)를 범하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H사의 K기자는 지난달 28일 『김영철에 고개숙인 문대통령? 가짜뉴스로 만화 그린 ‘일베’ 윤서인 논란』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영철 통일선전부장에게 고개를 숙였다는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가운데 극우성향 ‘일간베스트 저장소’에서 유명한 만화가 윤서인이 해당 뉴스를 만화로 그려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K기자는 "온라인커뮤니티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방남했던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에게 고개를 숙이며 악수를 했다는 가짜뉴스 및 사진이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있다"면서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방남 이틀째인 지난달 26일 한 페이스북 사용자가 공유했다는 사진을 게재했다.

    이 사진은 지난달 25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선전부장이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 들어설 당시 우리나라의 환영인사와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촬영한 '뉴스1'의 사진 기사(김영철 부위원장 '남-북-미 대화 가능성은?')에 누군가 작위적인 캡션을 덧칠한 사진이었다.

    해당 사진에는 북한의 김영철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네는 인사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잘못된 정보가 담겨 있었다. 애당초 원본 사진을 촬영한 '뉴스1' 기자는 고개를 숙인 사람이 '남측 환영인사'라는 사진 캡션을 달았지만, 이 사진을 공유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문X신은 고개도 못들고 요렇게 김영철은 한손은 뒤로 똑바로 서서 악수하는데 문X신은 고개를 90도로 숙이고 왼손은 앞에 모셔놓고 악수하는데 감히? 얼굴이나 봤겠습니까?...ㅉㅉㅉ"라는 글을 덧붙이며 심각한 사실오인을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원본 사진을 꼼꼼히 살펴보지 못한 누군가가 허위 사실이 담긴 사진 자료를 만들어 페이스북에 올렸고, 이를 공유한 또 다른 이가 문재인 대통령이 김영철에게 90도로 인사를 했다는 잘못된 내용을 전파하면서 소위 '가짜뉴스'가 퍼지는 단초를 제공하고 말았다.

    문제는 K기자가 지난달 27일 미디어펜에 게재된 시사만평을 가리켜 '논란이 된 가짜뉴스 사진을 바탕으로 그려진 웹툰'이라고 주장하며 "작가가 가짜뉴스를 진짜 뉴스로 잘못 인식하고 그림을 그리는 바람에 일부 극우 성향 인사들 사이에 허위 사실이 공유되고 있다"는 우려 섞인 기사를 작성한 것.

    "윤서인은 ‘지켜보고 있다’는 제목의 만평을 그려 인터넷에 게재했다. 이 만평 아래에는 '고개라도 좀 숙이지 않았으면'이라면서 '시사만화 그리기 시작한 이래 가장 분노하면서 그린 컷'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윤서인은 가짜뉴스를 진짜 뉴스로 잘못 인식하고 사상 최대 규모로 분노한 결과가 된다. 이런 극우적 성향의 가짜뉴스 놀이에 대해 무시하고, 신경쓰지 않으면 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런 뉴스와 만평은 일부 극우 성향 인사들 사이에서 엄연한 사실로 인식되며 공유되고 있어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


    K기자가 문제 삼은 만평은 만화가 윤서인이 미디어펜에 올린 '지켜보고 있다'는 제목의 '미펜툰' 만평이었다. 이 만평은 앞서 김영철이 방남했을 때 우리나라의 환영인사가 지나치게 저자세로 나온 점을 비판하고 있었다. 천안함 폭침의 주범인 김영철이 우리나라 땅을 밟은 것도 분통이 터질 일인데, 이를 환영한답시고 우리 측 인사가 90도로 절까지 하고 있으니 앞서 순국한 46용사가 통탄할 일이라는 메시지를 담아낸 것.

    그 어디에도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얘기는 없었다. 머리를 조아린 인사의 얼굴도 사진 속 인물을 그대로 묘사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K기자는 윤서인이 가짜뉴스 사진을 바탕으로 만평을 그렸다고 단정지은 뒤 이를 '극우적 성향의 가짜뉴스 놀이'라고 폄하하는 모습을 보였다.
  • K기자의 기사가 포털사이트에 등재되자 이번엔 다른 매체들까지 합세해 윤서인이 가짜뉴스를 토대로 만평을 만들어 허위 사실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는 잘못된 내용을 전하기 시작했다.

    N사는 지난달 28일 『문대통령이 김영철에 90도로 고개숙여? 사실은...』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문제의 가짜뉴스는 윤서인 웹툰 작가까지 인용하면서 만평을 그리는 등 계속 확산되고 있다"며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가짜뉴스 내용처럼 마치 문재인 대통령이 김영철에 고개를 숙이고 있고, 이를 천안함 사건 희생자들이 지켜보고 있는 것을 연상케하는 내용이다"라고 주장했고, O사는 같은 날 『김영철에 고개 숙였다? 문 대통령 향한 도 넘은 '가짜 뉴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윤서인의 만화를 보면 마치 문재인 대통령이 고개를 숙이고 악수한 것처럼 묘사됐다"며 "전형적인 '마타도어'이자 '가짜뉴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극우성향의 만화가로 알려진 윤서인씨는 페이스북에 '시사만화 그리기 시작한 이래 가장 분노하면서 그린 컷'이라는 글과 함께 <미디어펜>에 연재하고 있는 한컷 만화를 공유했습니다. 만화에는 천안함 장병을 배경으로 SNS에서 돌아다녔던 사진 속 김영철과 악수하는 인물이 담겨 있었습니다. 윤씨는 만화 하단에 '고개라도 좀 숙이지 않았으면'이라는 코멘트를 달았습니다. 만화를 보면 마치 문재인 대통령이 고개를 숙이고 악수한 것처럼 묘사됐습니다. 그러나 김영철과 인사를 한 인물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호텔 관계자였습니다. 사진을 왜곡한 글과 그림에는 '비굴한 행동이다' '빨갱이다' '문재인을 탄핵해야 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전형적인 '마타도어' '가짜뉴스'인 셈입니다."

    '윤서인이 가짜뉴스로 만평을 만들었다'는 낭설은 유력 신문사 중견기자의 페이스북에서도 재차 언급됐다. A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영철에게 고개를 숙였다는 가짜뉴스와 윤서인의 웹툰 캡처를 공유한 뒤 "'시사만화 그리기 시작한 이후로 가장 분노해서 그렸다'는 만화가 이 꼴이니 윤서인씨가 그린 다른 시사만화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것"이라는 조소를 날렸다.

    "'시사만화가로서 전문성' 운운하며 자기가 모 연예인보다는 정치 시사를 많이 안다고 주장해 온 만화가 윤서인씨의 '전문성' 수준은 이 꼴입니다. 윤서인씨가 '시사만화 그리기 시작한 이후로 가장 분노해서 그렸다'는 만화가 이 꼴이니 윤서인씨가 그린 다른 시사만화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보기엔 윤서인씨는 시사만화를 그릴 깜냥이 안 됩니다. 특정 정파 선전 만화는 몰라도요."

  • 이처럼 사실과 다른 얘기들이 언론 매체를 통해 퍼져나가자, 윤서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일이 '맞불'을 놓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단 윤서인은 자신이 가짜뉴스로 만평을 그렸다는 얘기를 처음 언급한 H사의 기사를 캡처한 뒤 "명백한 허위사실에다 극우 낙인까지 온갖 악의로 뒤덮힌 기사"라며 "해당 기자에게 민형사상 소송 등 모든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명백한 허위사실에다 극우 낙인까지 온갖 악의로 뒤덮힌 기사. <일베에서 유명한>?? 제가 일베에서 유명해요? 일베에서 유명한게 제 잘못이에요? 일베에서 저보다 훨씬 더 유명한 노짱한테도 그런 낙인 찍으시나요? 기자님 일베 하세요? 아무튼 이 기자님께는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묻겠습니다. 아무리 기울어질대로 기울어진 세상이지만 이렇게 당하고만 살 수는 없잖어. 민사소송을 중심으로 형사소송까지 모두 진행합니다. 하는데까지 해볼 생각."


    또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윤서인을 비판한 A기자에 대해선 "제 만화에 고개숙인 남자가 문통이라는 근거와 제가 누군지도 모르는 자의 엉터리 SNS를 보고 만화를 그렸다는 근거는 좀 밝혀주셔야 할 것 같다"며 "차장님 페북글 밑에 댓글을 남겨두었으니 거기에 답변을 달아달라"는 공개 질의를 올렸다.

    "거대 언론사 XXXX의 차장님께서 저에게 시사만화를 그릴 깜냥이 안된다고 하시니 저도 그 점은 충분히 동의합니다만 저렇게까지 확신에 찬 글을 올려주신 이상.

    1. 제 만화에 고개숙인 남자가 문통이라는 근거
    2. 제가 누군지도 모르는 자의 엉터리 SNS를 보고 만화를 그렸다는 근거

    요 두가지는 좀 밝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저 남자를 문통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고 (안경을 그리지 않았음), 만화 그리기 전에 저 엉터리 SNS를 본 적도 없거든요. 저는요 저니까 저를 알거든요.

    차장님 페북글 밑에 댓글을 남겨두었으니 거기에 답변주셔도 되고, 이거 보시면 여기에 답변 주셔도 됩니다. 그럼 님의 사회적 위치에 걸맞는 책임있고 근거있는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출처 = 페이스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