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넘은 한국팬 협박 댓글 일파만파… 캐나다 경찰 '악플러 수사' 의뢰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까지 몰려가 킴 부탱 비난 "메달 박탈하자"
  • ▲ 13일 밤 킴 부탱은 한국팬들의 악성 댓글로 소셜미디어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킴 부탱 인스타그램 캡처
    ▲ 13일 밤 킴 부탱은 한국팬들의 악성 댓글로 소셜미디어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킴 부탱 인스타그램 캡처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최민정의 실격으로 동메달을 목에 건 킴 부탱(24·캐나다)에게 살해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 한국 팬들의 악성 댓글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올림픽 위원회와 경찰은 도를 넘은 댓글 테러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다. 

    14일 쇼트트랙 여자 500m 시상식이 열린 강원 평창 메달플라자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킴 부탱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는 시상대에서 눈물만 쏟고 단상을 내려왔다. 전날 있었던 베뉴 시상식에서 기뻐하던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그는 시상식이 끝난 뒤에도 소상 수감 없이 "노, 생큐"라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킴 부탱이 눈물은 보인 건 그의 SNS(소셜미디어)에 달린 악성 댓글 때문이었다. 

    13일 여자 쇼트트랙 500m 결승에서 최민정의 실격으로 동메달을 차지한 킴 부탱의 소셜미디어 계정은 순식간에 악성 댓글로 도배됐다. 1만개가 넘는 댓글 테러가 이어졌다. "찾아서 죽이겠다", "반칙으로 메달 따고 창피한 줄 알아라", "Did your papa teach u to cheat for the medal(아빠가 그렇게 메달 따라고 가르쳤니)?" 등 한글과 영어로 된 인신공격이 이어졌다. 성적(性的) 조롱을 던지는 이도 있었다.

    당시 경기에서 최민정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킴 부탱을 추월하는 과정에서 손으로 상대 무릎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됐다. 

    최민정은 경기 후 직접 "심판 판정이니까 어쩔 수 없다. 결과를 받아들이고 남은 세 종목에 집중하겠다"며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한국 팬들의 생각은 달랐다. 네티즌들은 '킴 부탱도 최민정을 밀었다'고 주장하며, 킴 부탱의 소셜미디어를 악플로 도배했다. 

    일부 네티즌이 비난을 자제하자노 독려했으나, 악성 댓글은 사라지지 않았고 킴 부탱은 13일 밤 소셜미디어 계정을 모두 비공개로 전환했다. 

    결국 캐나다 빙상연맹의 요청을 받은 캐나다 경찰은 킴 부탱을 위협한 악플러에 대한 수사와 선수 신변 보호를 한국 경찰에 요청했다. 강원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캐나다 올림픽위원회는 14일 성명을 내고 "선수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빙상연맹, 캐나다 경찰과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번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IOC는 "온라인상의 욕설까지 통제할 순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킴 부탱을 향한 소셜네트워크 테러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크게 손상시킨 행위"라며 악플러들을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달렸다. 네티즌들은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판정은 억울할 수도 있지만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며 "판정 또한 킴 부탱 선수가 한 것이 아닌데 악플러들이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일부 한국 팬들은 "킴 부탱도 역시 반칙을 했다. 선수의 메달 박탈을 위해 IOC에 항의해달라"고 청원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