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간 대한민국 휩쓴 北대표단, 지방선거에도 영향 줄 듯한미 관계 변수, 여론전 펼치면 손해…'속도전'으로 돌파?
  •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여정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여정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지난 9일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3일간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가면서 다가올 설에는 '남북관계'가 차례상 민심을 관통하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와대로서는 한미관계·비핵화 논의 등 부담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아, 여론전 없이 속도를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 김영남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대표단 일행은 지난 9일 방한해 2박 3일 간의 일정을 마치고 11일 돌아갔다. 문재인 정부는 이들에 각별히 공을 들여 예우, 접견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문 대통령은 그 과정에서 3일의 일정 동안 북한 김여정과 4차례, 김영남과는 5차례를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결국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라는 강수를 던진 끝에 쾨르버 연설에서 언급했던 내용의 일부인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참가'를 현실화했다. 남북관계 진전의 계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때문에 남북정상회담 가능성 논의가 설 차례상에 오를 전망이다. 차례상 민심은 오는 6월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선거 프레임을 청와대가 가져왔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현재 여당인 민주당은 정권 초기인 탓인지 이렇다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청와대의 입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역시 홍준표 대표 체제가 불안한 모습이다.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 등 한국당의 중진들은 원내연석회의도 거절, 홍준표 대표와 회의를 요구하고 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역시 향후 진로를 앞두고 통합과 분열의 진통을 겪고 있다.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설 민심의 눈이 청와대에 몰리는 까닭이다.

    청와대는 내심 남북 평화 분위기가 만연할수록 문재인 정부가 여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과거 북한과 대립각을 형성했던 이전정부와도 명확하게 구분되는 지점이어서, 야권이 제기하는 '안보불안론' 역시 단순 색깔론으로 치부하기도 쉬워진다. 청와대가 남북 평화 분위기 조성에 힘쓰는 이유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오찬한 지난 10일 "남북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는 게 중요하다"며 "2007년 정상회담이 노무현 대통령 말기에 이뤄져 높은 수준의 합의를 끌어냈지만, 정권이 교체되면서 실질적으로 진척이 이뤄진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냥 득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간 문재인 정부가 빈틈없는 한·미 공조를 언급했던 것과 달리, 평창 동계 올림픽 현장에서는 미국 측의 불쾌감이 여실히 드러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평창 올림픽 리셉션 현장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헤드 테이블에 착석하지 않고 5분만에 행사장을 빠져나간 사건이다.

    이는 북미 대화 채널을 열면서 남북 대화에도 선순환을 가져가려 했던 우리 정부 구상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한·미 관계 변수에 따라 남북 평화 분위기 조성이 오히려 문재인 정부에 부정적 여론을 생성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앞서 언급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같은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진척시키고 싶다고 하는 생각도 표명했지만 남북관계만으로 이뤄졌다고는 할 수 없다. 특히 북미간의 문제가 중요하다"며 "북한 대표단에 미국과 대화해보라고 대통령이 말한 것 역시 '두개의 축이 같이 굴러가야 수레바퀴처럼 (남북관계도) 굴러가지 않겠느냐'는 의미"라고 언급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속도전으로 대응할 테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4일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지금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상황을 판단하고 계시고, 빨리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한다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설 연휴기간 트럼프 대통령 등과 통화 계획이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전에 평화무드를 이어가야하기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 관련 구상에 공을 들이겠다는 의미다. 청와대 안팎에서 적어도 3월 말 이전에는 대북 특사를 보내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 경우, 당장 펜스 부통령이 우리 정부에 불쾌감을 표한지 며칠 지나지도 않아 바로 대북특사 이야기부터 꺼내는 셈이 돼 청와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문정인 외교안보특보 등이 대미특사로 함께 거론되는 실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만일 대미 특사로 가게 되면 정의용 안보실장이 가게되지 않겠느냐"면서도 "아직 (대미특사는) 검토되지 않고 있다. 구상중인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