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발의 개헌 위험성 잇따라 지적… "정해구, 이런 인간이 헌법안 만든다는데 가만히 둘 거냐"
  • ▲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함진규 정책위의장 등 원내지도부와 의원들이 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개헌토론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함진규 정책위의장 등 원내지도부와 의원들이 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개헌토론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부·여당의 속도전에 밀려 개헌 논의의 주도권을 잃는 듯 했던 자유한국당이 정책위원회와 당 산하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각계 최고의 전문가만을 섭외한 토론회에서 대통령 주도 개헌의 문제점과 사회주의개헌의 위험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분출하는 등 한국당 내에서 개헌 논의의 주도권을 되찾아오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한국당 개헌토론회 대성공… "이렇게 많은 의원들 이석 않는 토론회는 처음"

    한국당 정책위(의장 함진규 의원)와 개헌특위(위원장 주광덕 의원)는 9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개헌'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모든 면에서 대성공을 이뤘다는 평이다. 토론회가 열린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은 자리가 모자라 북새통을 이뤘다. 미리 준비한 자료집은 일찌감치 다 떨어졌다. 섭외된 발제자와 토론자도 자타 공인 본인이 맡은 분야의 최고 권위자였다.

    많은 의원들도 토론회 도중 끝까지 자리 이석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의원들을 위해 준비된 내빈석이 부족해 일부 의원들은 뒷줄에서 토론회를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한국당 개헌특위 위원장 주광덕 의원은 "정당에서 토론회를 개최하면 의원들은 대부분 이석한다"며 "이렇게 많은 의원들이 발제와 토론을 경청하는 진정성 있는 토론회는 처음이 아닌가"라고 스스로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함진규 정책위의장,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지도부와 심재철 국회부의장, 김재경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장, 신상진 안상수 이군현 이종구 김선동 강석진 곽대훈 김성원 김종석 문진국 박찬우 유민봉 윤종필 이종명 임이자 전희경 의원이 참석했다.

    그 중 심재철 부의장과 김재경 위원장, 안상수 의원은 이례적으로 2시간이 넘는 토론회가 끝날 때까지 내내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 ▲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 등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9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개헌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 등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9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개헌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북한이 혁명에 성공했다'는 정해구가 무슨 개헌안을 만드느냐"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대통령 주도 개헌의 불합리성과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 안·더불어민주당의 개헌안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집권세력이 의도하는 사회주의헌법의 국가파괴 위험성을 경고했다.

    윤종빈 명지대학교 교수는 이날 "대통령이 갑자기 정해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장을 통해서 개헌자문특위를 정부 주도로 구성할 계획에 있는데 생뚱맞다"며 "방법론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야당의 반발만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상준 단국대학교 교수는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하면 실패한 뒤에 정치적 중심에 서지 못하게 되는 등 굉장히 일찍 안 좋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염려가 든다"며 "개헌 논의는 결국 국회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하명(下命) 개헌안을 마련할 실무적 역할을 지시받은 정해구 위원장의 언동에 초점을 맞춰 문제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영기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개헌의 주도자가 정해구라는 사람인데 정해구는 '해방 8년사의 총체적 인식'에서 '해방의 시점에서 요구되는 혁명의 내용은 반제반봉건혁명'이라며 '소련군이 진주한 북한에서 반제반봉건혁명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미군이 점령한 남한에서는 혁명이 미군정의 반혁명정책에 의해 좌절됐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북한이 혁명에 성공했다니 돌아버린 사람 아닌가"라며 "인민이 굶주리는 게 반제반봉건 혁명에 성공한 거냐"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산업화와 민주화 혁명을 이룬 나라를 '미군 밑에서 혁명에 좌절한 나라'라고 하는 인간이 무슨 10차 개헌안을 만드느냐"며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 헌법 만든다는데 가만히 둘 거냐"라고 한국당 의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대통령이 직접 개헌을 발의하겠다고 나서는 행태의 부적절성을 넘어, 연두부터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 안과 민주당 개헌안에서 엿보인 사회주의헌법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발언도 잇따라 터져나왔다.

    윤종빈 교수는 "대한민국 통치의 기본원리였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국가정체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데, (민주당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자유'를 삭제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단순한 해프닝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민주당이 의총을 통해 확정한 당론은 이념이나 국가의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논란의 소지가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전영기 논설위원은 "민주당이 자유민주주의를 빼겠다고 했던 것은 해프닝이 아니다"라며 "문빠(문재인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들은 실제로 '자유'를 빼자고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유를 빼버리면 (헌법이 정한 국체·정체가) 사회민주주의·인민민주주의라는 자의적 해석이 가능해진다"며 "헌법이 대한민국을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 ▲ 국회 헌정특위위원인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이 9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개헌토론회 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권력구조 개편을 제외한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회 헌정특위위원인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이 9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개헌토론회 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권력구조 개편을 제외한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文대통령, 국민 속이고 있다… 권력구조 빠진 개헌은 말도 안 돼"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 등 패널들은 기본권·지방분권 등을 강조하며 개헌의 본질을 흐리는 정부·여당의 술책에 말려들지 말고, 한국당은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청산하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에 집중하라고 한목소리로 조언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장을 지낸 국내 헌법학계의 최고권위자인 한국당 정종섭 의원은 이날 직접 토론자로 나서 "우리나라의 대통령제는 건국기와 고도성장기에는 기능을 했지만 그 이후에는 기능이 소멸됐다"며 "국민 과반수의 지지도 얻지 않은 세력이 이겼다는 이유만으로 국가권력을 독점해서 상대를 배제하고 행사하는 독점과 배제야말로 민주주의의 대척점"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대통령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며 "국가원수와 행정수반의 권력을 대통령과 수상(首相)으로 나눠서 행정수반에게 넘기는 것"이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이것이 사실상의 의원내각제 채택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권위주의시대에 내각제가 망국제도라고 지속적으로 선전해서, 모든 선진국가가 선택하고 있는 내각제를 채택하면 망한다는 사고방식이 있다"며 "민주주의를 시도하기 위해 선배들이 했던 내각제를 왜 우리들이 못하는가"라고 정면돌파를 주문했다.

    가상준 교수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이야기하면서 왜 (개헌안도) 제왕적 대통령제로 가느냐"며 "삼세 번이라고 과감하게 내각제에 대한 논의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내각제를 과감하게 한국당이 먼저 제안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그게 시대정신"이라고 단언했다.

    전영기 논설위원은 "87년에 우리의 구호는 '호헌철폐, 직선제쟁취'여서 그렇게 (대통령직선제로 권력구조를 고치는 방식으로 개헌이) 됐다"며 "촛불 때는 (구호가) '권력사유화, 국정농단'이었는데 그걸 개헌하면 되지 않나"라고 '촛불정신'을 빙자해 전혀 엉뚱한 헌법을 뜯어고치려 하는 문재인정권을 꼬집었다.

    이어 "제왕적 대통령제의 결함을 고치라는 그것 하나만이 '촛불'의 유일한 교훈"이라며 "그것 없이 개헌할 수 있다는 발상을 붕괴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한국당이 별로 지지도 못 받고 리더십도 취약한데 이것저것 하려고 하지 말고 권력구조만 정하라"며 "그러면 국민이 따라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패널들의 주문에 이 자리에 참석한 원내지도부 이하 한국당 의원들은 높은 식견을 보여준 토론회의 내용에 사의를 표하며, 정부·여당의 개헌음모에 대항할 전의를 다졌다.

    한국당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이날 "우리들이 마치 개헌 준비를 안하는 정당인양 왜곡되고 있다"며 "그렇지 않고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책위에서 잘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본권이나 경제조항은 꼭 손질할 게 있으면 손질하면 충분하다"며 "이번 개헌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 통치구조에 대한 것이 핵심"이라고 못박았다.

    국회 헌정특위 위원인 안상수 의원은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을 해보니까 너무 좋아서 그런지 개헌을 원하지 않으면서도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며 "권력구조가 안 되면 지방분권과 기본권만 (개헌을) 통과시켜보자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