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역전?… 유승민, 유성엽에 먼저 "함께 하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의 이른바 '중도통합' 움직임이 김세연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탈당으로 변곡점을 맞이한 가운데, 유승민 대표가 부쩍 변화한 태도를 보여 속내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복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아직 결심한 게 아니다"라고 했던 유승민 대표가 공개된 장소에서 국민의당 통합반대파 의원에게 먼저 "함께 하자"고 손을 내민 것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9일 교육계 신년교례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국민의당 통합반대파 유성엽 의원도 주요 내빈으로 자리했다.

이 자리에서 유성엽 의원에 이어 단상에 오른 유승민 대표는, 유성엽 의원을 향해 "당을 합치는데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이는 그간 중도통합을 향한 유승민 대표의 태도에 비춰볼 때, 상당히 변화한 자세로 읽힌다.

유승민 대표는 그간 "통합을 아직 결단하지 않았다"고 속내를 알 수 없는 태도를 보여왔다. 또, 통합을 전제하더라도 그 "정체성은 보수"여야 한다면서, 국민의당 통합반대파를 통합 과정에서 배제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를 고려할 때, 국민의당 통합반대파에 먼저 손을 내민 것은 변화한 태도라는 관측이다.

오후에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직후, 유승민 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앞으로 통합추진협의체에 직접 참여하겠다"고 말한 것도 오전의 이런 태도 변화와 맞물려, 이날 김세연 의원과 남경필 지사가 당을 탈당한 것과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신년교례회에서 "먼저 축사를 하라"며 화기애애한 모습이었던 유성엽 의원은 유승민 대표의 "함께 하자"는 발언이 나오자, 테이블 위에 있던 물을 급히 들이키며 표정을 고쳤다.

이와 관련, 유성엽 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나중에 축사를 했더라면 뭐라고 대답을 했을텐데…"라며 "그렇다고 다시 나가서 뭐라 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웃어넘겼다.

아울러 "아마 (축사) 순서를 양보하려고 했으니, 고맙다는 뜻으로 그렇게 이야기한 것 아니겠느냐"며 "진정성은 없는 발언이었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유승민 대표의 공개 발언과 유성엽 의원의 반응에서 읽히듯, '중도통합'은 이날 김세연 의원과 남경필 지사의 탈당을 계기로 무너져 있던 교섭의 밸런스가 잡혀가는 느낌이라는 관측이다.

중도통합 교섭의 주도권이 다소 국민의당 쪽으로 이동하면서 균형이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11석 유승민 대표가 왜 39석 국민의당에 저리도 갑(甲)질을 하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가 사정하는 느낌이 강했다"며 "(김세연·남경필) 탈당으로 일종의 공수역전이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공수역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유승민 대표의 태도가 변화한 것은, 첫 탈당자가 바른정당 쪽에서 나오는 등 분열이 현실화되자 중도통합의 드라이브를 빠르게 가져가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유승민 대표가 '결심을 안했다'고 말했던 것은, 바른정당 내에 잠재돼 있던 분란을 잠재우고 당을 단속하려는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며 "탈당이 결행되니 더 이상의 단속성 발언은 필요없어진 것"이라고 바라봤다.

국민의당 쪽에서 이를 틈타 중도통합의 주도권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은 도처에서 감지된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그간 양당에서 논의됐던 당대당 신설합당 대신 개별입당설을 제기했는데, 안철수 대표도 고려의 여지가 있다는 투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 통합반대파도 개별입당에 관해서는 대단히 유연한 태도라, 개별입당설의 제기가 양당 통합 과정에서 어떠한 흐름의 변화를 초래하게 될지 주목된다.

유성엽 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합당은 절차도 복잡하고 논란이 불가피하지만, 개별입당은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나는 예전에도 개별입당은 가급적 관대하게 다 받아주자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