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 침묵' 깨려는 野…UAE 논란 집중 추궁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이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방해 속에서 운영위를 열고,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UAE 방문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운영위원장석을 가로막고 개의를 방해해 "청와대에서 오더를 받았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논란의 당사자인 임종석 실장은 휴가를 내고 출석을 피했다.

국민적 의혹으로 부상한 '임종석 UAE게이트' 규명을 위한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가 19일 오전 11시에 열렸다. 한국당과 국민의당 운영위원들이 착석한 가운데, 민주당에서는 박홍근 원내수석만 들어왔다.

회의장에 들어오면서 김동철 원내대표 등 국민의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박홍근 원내수석은 새로 한국당의 원내대표가 된 김성태 원내대표가 악수를 청하자, 정색하며 "협의를 해서 열어야지 이게 뭐냐"고 항의해 험난한 출발을 예고했다.

이후 운영위 한국당 간사인 김선동 의원이 정우택 위원장으로부터 국회법에 따라 사회권을 이양받아 개의를 선언하려 하자, 박홍근 원내수석은 회의장 중앙의 위원장석을 가로막고 서서 격렬히 반발했다.

박홍근 원내수석은 "사실을 규명해야 하면 여야 간의 간사 협의를 거쳐서 운영위를 소집하면 되지 않느냐"며 "(한국당이) 일방적으로 정치공세의 장을 만들고 있다"고 고성을 질렀다.

도중에 김선동 간사가 "여당 원내수석으로서 할 말씀을 충분히 했다"며 김성태 원내대표에게 의사진행발언을 할 권한을 줬는데도, 박홍근 원내수석은 위원장석 앞에서 고성으로 항의를 계속했다. 이에 한국당 장제원·민경욱·송석준·신보라 의원 등도 박홍근 원내수석에 맞서면서 회의장 안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박홍근 원내수석이 각종 유력 매체 1면 등에 보도된 의혹을 "정당한 외교활동을 앞으로도 찌라시에 나오면 이렇게 할 것인가"라고 폄하하자, 기자 출신인 민경욱 의원이 "기자가, 언론이 말한 게 찌라시라고 하는 것이냐"고 역으로 반발하면서 쌍방 간에 고성이 오갔다.

산회까지 요구하던 박홍근 원내수석은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에게 발언권이 넘어가자 "우리 권은희 간사가 말한다고 하니, 한말씀만 드리고 나가겠다"고 물러섰다. 지난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도 그랬듯 캐스팅보트 역할을 맡고 있는 국민의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함으로 보인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뒤로 빼놓고 여당 원내수석이 나와서 말까지 막느냐"며 "(국회) 운영위는 청와대를 감시하고 의혹을 규명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맞받았다.

이후 운영위회의장에 남은 한국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은 임종석 실장의 UAE 방문과 관련한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앞둔 중차대한 시기에 임종석 실장은 UAE로 날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급박한 상황이 어디에 있는지 국민 앞에 진솔히 밝혀야 된다"며 "상식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에는 반드시 비밀이 있기 마련"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UAE 왕세자가 MB정부의 UAE 원전 수주와 관련해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퍼뜨리는 문재인정부를 국교단절까지 거론하며 격렬히 비난하자, 이를 수습·무마하기 위해 임종석 실장이 달려갔다는 의혹이 제기된다"며 "전임 정권에 보복을 가하려다 의혹을 사서 수습하기 위한 특사가 아닌지 큰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나아가 "임종석 실장은 4일 연차 휴가를 썼는데 운영위에는 출석을 하지 않고, 어제 해외공관장 청와대 만찬에는 또 참석을 했다"며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 운영위에는 아예 참석을 않으면서 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을 대신 시켜 운영위회의가 이뤄지지 못하게끔 의사진행을 방해했다"고 비판했다.

장제원 의원은 "송영무 국방장관이 한 달 남짓 전에 갔다온 파병부대 위문공연을 비서실장이 가는데, 해외파트 책임자인 국정원 1차장은 왜 함께 가느냐"며 "국민이 우습느냐. 믿으라는 거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UAE 원전게이트 의혹이 증폭되니 문재인정권이 정치보복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의 뒤를 캐다가 UAE 왕실자금을 들여다보다 발각돼 대한민국과 국교를 단절하겠다는 항의를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마당"이라며 "이를 무마하고자 임종석 실장이 국정원 1차장을 대동해 왕세제에게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는 의혹"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도 "(임종석 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도 가져갔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며 "임종석 비서실장의 행적에 대해서는 소상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민주당은 오늘 운영위 소집에 응하지 않으면서 의혹을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오늘 운영위에는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았지만, 다음 운영위에서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국정원 1차장, 국방차관과 동행했던 비서진들까지 전부 출석시킨 가운데 제대로 된 운영위가 열려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운영위 국민의당 간사인 권은희 의원은 "불과 한 달 전에 송영무 국방장관이 (위문)방문을 했고, 대통령 비서실장이 특사 자격으로 해외를 방문한 게 14년 만으로 아주 이례적이라는 사실, 그리고 배석자가 UAE 원자력이사회 의장이라는 사실 등에 비춰볼 때, 이 의혹과 관련해 국회에서 질의·답변이 있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 하에 우리 (국민의당)도 운영위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혹과 관련해 일방적으로 찌라시에 불과하다고 봉쇄를 하는 여당의 태도는 과거 (박근혜)정부에서 많이 보던 모습"이라며 "참으로 안타까운 그런 모습"이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