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출마에는 "지금은 저의 때 아냐"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 시사
  • ▲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7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정동영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7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정동영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이 대권보다는 당권으로 마음이 기울면서 전당대회 경쟁자로 불리는 박지원 원내대표를 견제하고 나섰다.

    정동영 의원은 27일 지난 9일 탄핵소추안 표결과 관련, "박지원 원내대표의 독단적인 결정이었고 이것은 당내의 엄청난 상처와 패착으로 귀결됐다"며 "이것이 오늘 위기의 핵심이유다"고 박 원내대표를 맹비난했다. 

    정동영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내 의원들과 토론된 것도 아니고 특히 안철수 전 대표의 뜻도 아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동영 의원은 "그동안 박지원 원내대표는 능수능란하게 3당 원내대표의 면면이나 기량과 연륜, 경륜으로 보더라도 압도적이다"라면서도 "탄핵 정국에서 광장의 민심과 가야 하겠다는 발상을 못했고, 철학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결정적인 시점에 최악의 선택을 했다"며 "12월 9일 탄핵으로 국민의당이 끌고 갔는데 결국 이게 엄청난 패착이 됐다"고 분석했다. 

    앞서 정동영 의원은 지난 2일에도 야3당 대표가 탄핵안 2일 본회의 의결 합의에 실패, 야권 균열이 일어난 것에 대해 "박지원 원내대표가 사과하고 책임감을 느꼈다지만 어제의 실책은 너무 뼈아프다"고 했다. 

    또한 "광주전남 시민단체가 일어나 국민의당을 비판하고 맹공했다. 지지율 추락 통계도 나돈다. 호남민심이 싸늘하게 변한 것을 느낀다"며 "지지율 실추보다 더 아픈 건 신뢰의 추락이다. 어쨌든 우리는 호남의 신뢰를 잃으면 설 수 없다"고 우려했다.

    국민의당은 이번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을 주도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지지도는 10%대 초반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호남 28석 중 23석을 석권하며 '호남1당'이 됐지만 막상 호남에서의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보다 낮게 나오는 상황이다. 

    정동영 의원은 이같은 호남지역 당 지지율 하락에 관해선 "호남의 안방을 (민주당에) 내줬다"며 "지금 국민의당은 곁방으로, 건너방으로 밀려났는데 잘못하며 문 밖으로 쫓겨날 입장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당과 정치인에게 지지율은 생명줄이다. 지지율이 높으면 살고 떨어지면 죽는 것"이라며 "호남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외면을 받고 있는 현실이 뼈아프다"고 개탄했다.  

    게다가 국민의당은 이날 새누리당 탈당파가 모여 창당한 '개혁보수신당'가 출범하면서 제3당의 지위도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새누리당에도 밀려 지지도 4등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동영 의원은 오늘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호남의 신뢰를 회복하는 등 '선(先) 자강'에 나서야한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의원은 "광장에 나온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목표가 아니다"며 "불평등 문제, 정의롭지 못한 사회를 실천적으로 바꿔내겠다는 의지와 철학. 행동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밖에 묘수가 없다"고 내다봤다. 

    국민의당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과 손을 잡는 것에 대해서도 섣부른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정동영 의원은 "국민의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하는 정책성 점검부터 필요하다"면서 "다른 사람과 손잡는 문제에 대해서도 역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동영 의원은 대선 출마에 대해선 "지금은 저의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대신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고심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우선은 당이 살아나야 그 안에 있는 구성원들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권출마 관련) 지금 당 안팎으로부터 강한 요구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연말까지는 결론을 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정동영 의원이 대권이 아닌 당권으로 마음을 굳히면서, 내달 15일로 예정된 국민의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는 전북의 정 의원과 전남의 박지원 원내대표, 그리고 안철수계의 문병호 전 의원 3강 구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