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국내각은 대체로 찬성이나 朴대통령 탈당은 반대… 문재인 향해선 한목소리 '비판'
  • '최순실 게이트'의 직격탄을 맞은 청와대와 정부에 이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마저 아노미(Anomie)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애시당초 야당의 요구였던 '최순실 특검'과 거국중립내각을 모두 수용했지만, 되레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 탈당을 비롯한 각종 요구를 더 얹어가며 정치공세의 강도만 높여가고 있다. 이 와중에 당 내부는 지도부 퇴진론과 반대론이 뒤얽히며 혼돈으로 치닫고 있다.

    이종구(서울·3선) 유기준(부산·4선) 정병국(경기·5선) 권성동(강원·3선) 정용기(충청·재선) 정운천(호남·초선) 강석호(TK·3선) 정갑윤(PK·5선) 의원 등 새누리당 내의 각 권역을 대표하는 의원들은 1일 본지 〈뉴데일리〉의 통화에서, 혼란에 빠진 정국과 새누리당을 수습할 다양한 방안과 의견을 제시했다.

  • ▲ 새누리당에서 각 권역을 대표할만한 유력 국회의원들은 1일 본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정국의 해법에 관한 다양한 입장을 밝혔다. ⓒ표=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새누리당에서 각 권역을 대표할만한 유력 국회의원들은 1일 본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정국의 해법에 관한 다양한 입장을 밝혔다. ⓒ표=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거국중립내각 "달리 방법 없다"… 실현 가능성에 유보적인 견해도

    새누리당 지도부가 지난달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의 거국중립내각 구성안을 전격 수용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로 한 것에 대해, 의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울산의 정갑윤 의원은 "거국중립내각은 민심으로, 달리 방법이 없다"고 했고, 부산의 유기준 의원도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도 들으면서 정책들을 뒤돌아보고, 잘못됐던 것은 가다듬기 위해 (거국)내각을 꾸려서 국정 운영을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새누리당의 험지(險地)인 전북에서 20년 만에 당선된 정운천 의원은 "나라를 끌고갈 동력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거국중립내각 구성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거들었다.

    다만 거국중립내각 구성이 정국의 수습책이 될 수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면서도, 과연 야당이 애초에 진정성을 가지고 이러한 제안을 했던 것인지, 최종적으로 야당이 거국중립내각에 참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도 있었다.

    서울·수도권의 새누리당 핵심 지지 기반인 강남갑의 이종구 의원은 "(국정 운영에 대한) 책임을 같이 져야 하는데, 야당이 (거국내각을) 받겠느냐"고 했다.

    대전의 정용기 의원도 "거국중립내각이 조속히 구성된다면 정국을 수습하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야당이 거국중립내각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진정성이 있는지, 제안을 위한 제안을 하는 측면이 아닐까"라고 의구심을 표했다.

    ◆거국내각의 전제로서 박근혜 대통령 탈당은 대체로 반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거국중립내각을 위해서는 먼저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탈당해야 한다"고 선결조건을 제시한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법조인 출신인 유기준 의원과 권성동 의원은 거국중립내각의 구성과 대통령의 당적 이탈을 결부시킬 수 없다고 반박했다. 권성동 의원은 "대통령의 당적 이탈과 거국중립내각 구성은 꼭 결부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고, 유기준 의원도 "(거국중립내각에) 입각하는 분들이 당적을 정리하고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당적 이탈 요구 뒤에 숨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견해도 있었다.

    정용기 의원은 "(야당의) 주장이 계속 바뀌지 않느냐"며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 요구를 받으면, 또다른 것을 요구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정갑윤 의원도 "하라는대로 다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특검도 수용했고, 거국내각도 수용했고, 야당이 애초에 요구했던 것은 다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정병국 의원은 "야당의 입장에서는 주장할 수 있겠지만, 판단은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고 유보적인 견해를 보였고, 이종구 의원은 "대통령이 당적을 가지면서 '중립'내각을 할 수 없으니, 대통령의 탈당은 당연한 전제"라고 해석했다.

  • ▲ 새누리당에서 각 권역을 대표할만한 유력 국회의원들은 1일 본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정국의 해법에 관한 다양한 입장을 밝혔다. ⓒ표=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새누리당에서 각 권역을 대표할만한 유력 국회의원들은 1일 본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정국의 해법에 관한 다양한 입장을 밝혔다. ⓒ표=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비대위 전환… "당연, 당장" 다수 주장에 "야당에 부화뇌동" 일부 맞대응

    청와대·정부의 수습 방안과 관련해 거국중립내각과 박근혜 대통령 탈당 반대로 중지가 모인 것과는 달리, 당의 수습책에 대해서는 의견이 예리하게 엇갈렸다.

    이날 통화에 응한 의원들 중 다수는 현 지도부의 퇴진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이 당연하고 그 시점도 즉시여야 한다고 밝힌 반면, 부산·울산·경남을 대표하는 다선 의원인 정갑윤 의원과 유기준 의원은 비대위 전환에 반대 입장이었다.

    이종구 의원은 "현 지도부가 바로 물러나고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고, 정운천 의원도 "비대위 구성은 당연한 이야기"라며 "선거가 조금만 잘못돼도 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법인데, 그보다 훨씬 더 큰 사건이 터졌는데 어떻게 그냥 앉아 있을 수 있겠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정현 대표의 구체적인 책임 사유를 거론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정병국 의원은 "이정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밑에서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했다"며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책임론을 거론했고, 권성동 의원은 "국정감사 때 최순실 씨의 증인채택을 방해하고 비호한 책임은 당 지도부가 질 수밖에 없다"고 잘라말했다.

    정용기 의원은 "비대위를 구성한다고 해서 당장 뾰족한 방법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지금 지도부가 그대로 가면, 우리 국민들의 정서상 새누리당이 제안하는 어떠한 이야기도 꼴도 보기 싫을 것"이라고, 비대위 체제 전환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현 지도부의 일원인 강석호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나가라면 나가지만 지금은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며, 비대위 전환의 필요성에는 동조하면서도 그 시점에 있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면 유기준 의원은 "지금 지도부가 붕괴되면 당을 이끌 사람이 없어지니 되레 수습이 안 된다"며 "(지도부가 퇴진한 이후) 비대위를 구성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더 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정갑윤 의원은 "지도부보고 사퇴하라는 것은 (야당에) 부화뇌동하는 것"이라고 가장 강력하게 반발했다.

    ◆비대위 찬성론자들, 전환 시점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비대위 전환에 찬성한 이종구·정병국·권성동·정용기·정운천 의원은 현 지도부의 퇴진과 비대위 전환 시점에 대해서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을 보였다.

    강석호 최고위원은 "거국내각을 여야가 받으면서 진행이 돼가고, 특검도 협의해가는 여러 과정 자체가 사태 수습"이라며 "수습의 실마리가 나오면 (지도부 책임론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사태가 어느 정도 '바닥'을 찾아갈 때까지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절충적 입장이었지만, 여타 의원들은 '즉시' 비대위 전환을 촉구했다.

    이종구 의원은 "수습된 이후에 물러나겠다는 것은 '꼼수'"라며 "지금 지도부로는 수습이 안 되니 당장 물러나는 게 맞다"고 포문을 열었다. 정운천 의원도 "비대위로 가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동조했다.

    전날 이정현 대표의 "선장처럼 배가 순탄할 때든, 순탄하지 않을 때든 끝까지 책임을 지고 하겠다"고 사퇴 요구를 일축한 발언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견해도 나왔다.

    정용기 의원은 "선장으로서 배를 끝까지 몰고가겠다고 하면, 본인의 뜻은 그게 아니었을지 몰라도 배를 침몰시키는 뜻밖에는 되지 않는다"며 "국민이 보기 싫다고 할 때 일단 비키는 것은 무책임한 게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 ▲ 새누리당에서 각 권역을 대표할만한 유력 국회의원들은 1일 본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정국의 해법에 관한 다양한 입장을 밝혔다. ⓒ표=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새누리당에서 각 권역을 대표할만한 유력 국회의원들은 1일 본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정국의 해법에 관한 다양한 입장을 밝혔다. ⓒ표=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비상대책위원장은?… 대권주자급 비대위원장 찬성론은 소수

    권역을 대표하는 정치인들 사이에서 비대위 전환 찬성 견해가 많았지만,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서는 다시 의견이 엇갈렸다. 당내 일각에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추동력을 얻기 위해 '대권주자급 비상대책위원장'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였다.

    정병국 의원은 "대권주자급들이 전부 비대위에 참여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며 "위원장도 대권주자급으로 세우는 것이 좋지만, 그게 정 곤란하다면 위원장은 당의 원로 중에서 모시고, 대권주자들은 전부 비대위원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종구 의원은 "당에서 여러 가지로 큰일을 맡아봤던 사람들이 하는 게 낫다"면서도 "대선에 나가겠다는 생각으로는 안 되고, 자기자신이 희생하겠다는 생각이라야 할 수 있다"고 밝혀, 우회적으로 '대권주자급 비대위원장' 구상에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권성동 의원도 "위원장이 특정 계파에서 나오는 것은 곤란하니, 당을 잘 아는 외부의 명망 있는 인사를 모셔오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현재 당내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이 모두 비박계로 분류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권주자급 비대위원장' 구상은 어렵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정운천 의원은 "현재 누란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인사가 외부에서 영입돼야 한다"고 '대권주자급 비대위원장'이 아닌 외부 영입설에 한 표를 던졌으며, 정용기 의원도 "대권주자들을 총망라한 비대위를 구성하면 그 중의 한 명을 비대위원장으로 하는 게 합의가 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충청권이 연고인 정용기 의원은 당내가 아닌, 유일하게 당외(黨外)에 머물고 있는 '충청 대망론'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귀국 직후 비대위원장 추대설을 향해 "그 때(내년 1월 중순)까지 3개월 동안 질질 끌면서 비대위를 만들지 않고 이대로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지도부의 일원인 강석호 최고위원은 "(대권주자급 비대위원장이나 관리형 외부 비대위원장이나)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고 입장을 유보하면서도 "(비대위원장으로) 진박(眞朴)은 당연히 빠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비대위 전환에 반대하는 정갑윤 의원은 특히 '대권주자급 비대위원장' 구상에 직격탄을 날리는 모습이었다. 정갑윤 의원은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비대위 전환론에는 비대위원장을 맡고 싶어하는 비박계 중진 의원이 뒤에 있다고 한다"며 "만약 사실이라면, 참으로 기가 찬 일"이라고 혀를 찼다.

    ◆문재인의 '국정 이양 요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비판

    이처럼 혼란스런 정국의 수습 방안에 대해 사안별로 엇갈리는 견해를 표출한 새누리당 유력 의원들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국정 이양 요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비판을 가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표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는 수순이 해법"이라며, 대통령이 국정 권한을 완전히 국회에 이양한다고 선언하고, 국회가 선출한 국무총리가 국정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찌보면 하야(下野)보다 더 잔인한 주장에 대해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은 "그것은 아닌 것 같다"고 단숨에 일축했다.

    정병국 의원은 "야당이 정략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했으며, 권성동 의원도 "거국내각을 구성하면 정국안정에 협조하겠다는 것은 문재인 전 대표가 본인 입으로 먼저 이야기했던 것"이라며 "정치공세로 일관하지 말라"고 꾸짖었다.

    정용기 의원은 "결국 (문재인 전 대표의 거국중립내각 구성 요구는) 다분히 전술적인 차원에서 제안했던 것이고, 그 뒤에는 전략적인 노림수가 있었던 것"이라고 해석했으며, 강석호 최고위원도 "다 빼앗겼다며 정치적 의도로 지르는 것은 우리가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분노한 반응을 보였다.

    문재인 전 대표가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나라 생각하는 마음'이라도 보여야 한다는 일침도 적지 않았다. 정운천 의원은 "우리가 거국내각을 받으니, 다시 그걸 보이콧하고 있다"며 "좀 애국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이종구 의원은 "대통령을 흔들 수는 있겠지만, 대한민국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했고, 정갑윤 의원도 "권력을 다 내놓으라는 말인데, 지금 우리에게는 권력을 부릴 것도 없다"며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나라를 위해서라도 서로 도와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