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잘 모시고 열심히 보좌할 것" '흔들기' 아닌 견제 충실 기대
  • ▲ 전날 전당대회를 통해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강석호 최고위원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공천 협박 녹취록 파문 문제를 제기해 좌중에 일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전날 전당대회를 통해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강석호 최고위원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공천 협박 녹취록 파문 문제를 제기해 좌중에 일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데블즈 애드버킷(Advocatus Diaboli)'이란 집단사고(Groupthink)를 방지하고 논의를 활성화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 사람을 지정하는 제도다.

    새누리당 강석호 최고위원이 새로 출범한 '이정현 체제'에서 '데블즈 애드버킷' 역할을 자처하게 될 것인가. '공천 협박 녹취록 파문' 문제를 신임 지도부의 첫 공개 회의 석상에서 제기해 좌중에 일순 긴장감을 감돌게끔 해, 향후 지도부에서 어떠한 역할을 맡을지 주목된다.

    강석호 최고위원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당내에는 많은 일들이 밀려 있다"며 "빠른 시간 내에 체제가 잡히면 국민과 당원들이 의문을 갖는 사항을 하나하나 밝혀야 하고 투명하게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과 당원이 의문을 갖는 사항'이란 '공천 협박 녹취록 파문'을 가리켰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4·13 총선 공천 과정에서 경기도 모 지역구에 공천 신청을 하려던 김모 전 의원에게 '친박 핵심'인 최경환~윤상현 의원이 차례로 전화를 걸어 "감이 그렇게 떨어지면 어떻게 정치를 하느냐"며 "대통령 뜻이 거기는 아니다"라고 압박했다가, 8·9 전당대회 직전 녹취록이 공개돼 일파만파의 파문을 일으켰던 사건이다.

    새누리당 윤리위에서는 이 사건의 검토를 전당대회 이후로 미룬 상황이었다. 새 지도부가 처음 최고위원회의를 갖는 전당대회 이튿날이라 모두 덕담를 나누고 있었는데, 강석호 최고위원이 이 문제를 제기해 일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8·9 전당대회를 통해 성립한 '이정현 체제'는 강석호 최고위원만 빼고 모두 친박계 인사로 구성돼 있다. 물론 친박이 지도부를 장악했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 박근혜정부 후반기에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지도부에 입성해 당청(黨靑) 간에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면, 국정 과제 추진에 유익한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다만 '반대의 목소리'가 전혀 없는 지도부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자칫하면 민심과 괴리돼 있는데도 이를 모른다거나, 당무 독주가 이뤄지고 있는데도 지적하는 사람이 없거나 하는 등의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도부에 유일하게 비박계로 입성한 강석호 의원의 어깨가 무겁다. 최고위가 한 명도 남김없이 친박으로 구성되면 회의의 분위기가 느슨해질 수 있으니, 이날처럼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석호 최고위원 또한 자신이 '선'을 넘어 지도부를 흔들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강석호 의원은 "상식과 품격이 있는 정치를 시작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대표를 잘 모셔서 우리 당이 상식과 품격 있는 정치를 하도록 열심히 보좌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강석호 의원은 "지도부를 흔드는 사람이 있다면 차기 대표나 최고위원들이 당헌·당규에 따라 강하게 응징을 해야 한다"며 "흔드는 사람은 핀셋으로 찝어내서 출당하든 제명하든 일벌백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강석호 의원이 주의를 환기시킨 날, 공교롭게도 박명재 사무총장은 "최고위원도 필요한 경우에는 공개 발언을 하되, 이견이 있는 당내 문제 등은 가급적 비공개 회의에서 심도 있고 깊이 있는 논의를 한 뒤 조율되고 정제된 내용들을 대변인을 통해서 발표하기로 했다"고 밝혀, 언로(言路) 통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다만 이정현 대표는 이후 직접 당사 기자실을 찾아, 이 조치가 당원과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최고위원들의 '쓴소리'를 제약하거나 당내의 언로를 막으려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정현 대표는 "어떻게 제약을 한다거나 그렇게까지 상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회의를 하기 위해서 최고위에서는 가장 정확한 정보를 보고받고 의결할 것은 의결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고위 도중에) 누가 갑자기 노래를 부른다든지 누가 누구보고 공갈이라고 해서 퇴장을 해버리고 그런 게 국민들이 바라는 회의의 행태는 아니지 않는가"라며 "여러분들은 (이러한 행태가) 재밌던가"라고 반문했다.

    나아가 강석호 최고위원이 이날 제기한 '공천 협박 녹취록 파문'에 대해서도 "최고위원이 제기한 문제이니 그 어떤 것도 묵살하거나 피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일단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 국가안위에 집중하면서 그밖의 다른 현안에 대해서도 서둘지 말고 논의하기로 했다"고, 언젠가는 다룰 뜻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