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법조인·전북·원외 등 다양한 요소 감안, 신중히 결정할 듯
  • ▲ 현 여권의 불모지인 전남·전북에서 각각 당선된 이정현 대표와 정운천 의원이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현 여권의 불모지인 전남·전북에서 각각 당선된 이정현 대표와 정운천 의원이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이정현 체제'의 인사에 여권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이정현 대표는 8·9 전당대회 선거운동기간 중 따로 캠프를 차리지 않았고, 공식적으로는 누군가에게 '빚'을 진 것도 없기 때문에 누가 중용될지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새 지도부에 포함되지 못한 부산·경남(PK) 지역에서 윤영석 의원(재선·경남 양산갑)이 대표비서실장으로 임명되면서 '이정현 체제'의 인사가 신중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지명직 최고위원의 인사다. 지명직 최고위원은 대표가 임명할 수 있는 직책 중 가장 높은 직책이기도 하다.

    12일 여권에 따르면, 지명직 최고위원은 원외(院外)에서 임명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4·13 총선의 참패로 의석이 쪼그라들어 원외당협위원장이 현역 국회의원보다 많아진 상황"이라며 "내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원외당협을 활성화하지 못하면 정권재창출의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당대회 후보자들이 앞다퉈 원외당협의 활성화를 소리 높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정현 대표도 후보 시절 원외 인사를 중용해 일종의 '섀도 캐비닛'을 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적이 있다. 원외당협위원장 중에서 지명직 최고위원이 나올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현재 20대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는 아직 정식으로 구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19대 국회 때 결성됐던 협의회가 당헌·당규 상의 특별한 근거 없이 임시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인지 이정현 대표는 의원총회에 앞서 원외당협위원장 총회부터 먼저 소집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20대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가 정식으로 발족해 이들 중에서 회장이 추대되면, 이정현 대표가 협의회장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인선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정현 대표가 이러한 속내를 드러내놓고 밝히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여권 관계자는 "최고위원은 얼마 전 전당대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치열하게 사투를 벌일 정도로 워낙 격이 높은 자리"라며 "사전에 공개적으로 인선 방침을 밝히면 원외당협협의회장 자리를 놓고 경선이 벌어지는 등 새로운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9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직후 "지금 이 순간부터 당내에 친박~비박 등 어떠한 계파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이정현 대표의 입장에서는,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장 자리를 놓고 혹여 계파 간의 경선이 벌어지는 것은 전혀 원하지 않는 상황이 된다.

    따라서 순조롭게 협의회장이 추대될 수 있도록 일단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되, 협의회장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인선한다든지의 방침을 대외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유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서 이정현 대표와 이성헌 위원장(사진 오른쪽)이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서 이정현 대표와 이성헌 위원장(사진 오른쪽)이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20대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가 구성되면 협의회장으로는 19대 때 회장을 맡았던 이성헌 위원장(서울 서대문갑)의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헌 위원장은 16대·18대 국회의원을 지냈던 재선 의원이라, 주로 3선~재선 급으로 구성돼 있는 타 최고위원에 비해서 격이 밀리지 않고 적절한 정무 감각도 갖췄다는 평이다.

    또, 함진규 의원(재선·경기 시흥갑)의 최고위원 낙선으로 '이정현 체제'의 지도부에 수도권이 완전히 배제돼 있는 상황인데, 서울 지역의 원외당협위원장인 이성헌 위원장이 지도부에 입성하면 이와 같은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 양수겸장(兩手兼將)이라는 지적이다.

    전직 재선 의원이라는 점이 되레 걸림돌이라는 반론도 있다. 전직 의원이기 때문에 순수하게 원외 배려라는 측면에서 보면 반쪽에 그친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19대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에서 간사를 맡았던 조선일보 워싱턴특파원 출신의 허용범 위원장(서울 동대문갑)이나, 지난달 11일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서 "협의회장을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해야 한다"고 발제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 출신인 정준길 위원장(서울 광진을)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특히 정준길 위원장은 새로운 '이정현 체제'의 지도부에 법조인 출신이 한 명도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정현 대표는 최고위가 형식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현안에 대한 심도 깊은 토론과 의결을 하는 위상을 회복하기를 원하고 있는데, 법조인 출신이 없을 경우 현안에 대한 논의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 가능성 때문에 원외에서 갈등 조짐이 벌어질 경우에는, 이정현 대표의 스타일상 이러한 속내도 원점에서 재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에는 이정현 대표 체제 출범에 맞춰 본격적으로 시작될 새누리당의 '서진(西進) 정책'에 탄력을 더하기 위해 원내의 정운천 의원(전 농식품부 장관·전북 전주을)이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인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정운천 의원은 이정현 대표 자신이 2014년 7·30 보궐선거에서 불러일으켰던 '이정현 효과'에 힘입어 지난 4·13 총선에서 전북에서는 20년 만에 새누리당 의원으로 당선돼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전북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전북은 '변방 중의 변방'이라는 인식이 있고, 기존 국민의당이나 친문패권 세력이 호남, 호남 하면서도 전북은 따로 챙기지 않는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며 "이정현 대표가 호남이라지만 전북 출신은 아니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호남'으로 뭉뚱그리지 않고 전북을 따로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적잖은 여파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