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J 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주)플러스엠
    ▲ ⓒCJ 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시대를 가리지 않고 여전히 가치를 인정받는 정신이 있다. 중세 유럽에서 성립된 행동 규범인 ‘기사도 정신’은 용맹, 예절, 명예, 충성, 겸양, 약자보호 등과 같은 덕목을 이상으로 하는 윤리다. 이는 수많은 작품들에서 흔히들 ‘위기에 처한 여성을 지켜내는 남성’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강인한 남자의 보호를 받는 여성은 어떠한 위기에 처해졌더라도 결국 행복한 결말을 맞고, 남자와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까지 맺는다. 이러한 광경은 특히나 여성 관객들에게 감정의 동요를 크게 유발한다.

    사회적인 큰 그림으로나 캐릭터간의 미세한 그림으로나 기사도 정신이 끼치는 영향은 여러모로 긍정적이다. 이 때문인지 최근까지 관련 구도의 영화들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장악하고 있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결과에 따르면 ‘시간이탈자’(감독 곽재용)는 지난 24일 650개의 스크린을 통해 8만 5539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3일 개봉해 누적 관객 수 94만 4263명을 기록한 것. 같은 날 ‘날, 보러와요’(감독 이철하)는 438개의 상영관에서 3만 7277명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4위에 이름을 올렸다. 개봉 당시에는 1위를, 주말 직전에는 2, 3위를 연이어 기록하며 이미 정상 궤도에 올랐다.

    스릴러의 성격을 띠고 있는 두 영화는 같은 장르에 속하지만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감성은 확연히 다르다. ‘시간이탈자’는 결혼을 앞둔 1983년의 남자 지환(조정석 분)와 강력계 형사인 2015년의 남자 건우(이진욱 분)가 우연히 서로의 꿈을 통해 사랑하는 여자(임수정 분)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날, 보러와요’는 타의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감금된 후 강제 약물 투여와 무자비한 폭력 속에 시달리던 여인 수아(강예원 분)의 사건을 시사프로 ‘추적24시’의 PD인 남수(이상윤 분)가 접하고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그린다. 이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더욱 큰 충격을 안긴다.

    ‘시간이탈자’에서는 사랑하는 ‘그녀’를 지킨다는 동일의 목적을 두고 두 남자가 각자의 다른 시공간에서 목숨을 걸고 끊임없이 고군분투하며 감성멜로를 기반으로 한 전개를 펼친다. ‘날, 보러와요’에서 남수는 억울함에 처한 수아를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구출하는 과정 속에서 통렬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비슷한 듯 다른 두 영화는 기사도 정신에 추리적 전개로 스릴러의 텐션을 가미, 다방면에서 끊임없이 흥미를 유도한다. 과거 관련 작품들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육체적인 노력을 하는 정도에 그쳤다면, ‘시간이탈자’와 ‘날, 보러와요’ 두 작품을 통해서는 정신적인 고통도 불사하는 한 차원 진화된 캐릭터가 추구됨을 알 수 있다. 두뇌 플레이가 뛰어난 뇌가 섹시한 남자를 일컫는 ‘뇌섹남’의 개념이 영화계에서도 빠질 수 없는 매력적인 요소로 자리 잡은 것이다.  

    앞으로 영화들에서 선보여질 ‘기사도 정신’에는 어떤 코드가 접목돼 관객들을 매료시킬지 귀추가 주목되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