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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어도 당시를 떠올릴 수 있는 매개체가 있다. 어떠한 음악을 들으면 그것을 처음 접했던 때가 연상되기 마련이다. 영화 ‘해어화’(감독 박흥식)는 이러한 음악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며 일제강점기인 1943년으로 관객들을 인도한다.

    ‘해어화’는 비운의 시대, 마지막 남은 경성 제일의 기생 학교 ‘대성권번’에서 빼어난 미모와 탁월한 창법으로 최고의 예인으로 불리는 소율(한효주 분)과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연희(천우희 분), 그리고 당대 최고의 작곡가인 윤우(유연석 분) 사이에서 벌어지는 위태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혼란스런 시기를 그리는 ‘해어화’는 다양한 음악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1943년은 결코 떠올리고 싶지도, 떠올리기 쉽지도 않은 때이지만, 영화는 그 시대만이 가질 수 있었던 정서와 감성을 음악으로써 공유한다. 당시 유행한 노래인 한국 전통 정가와 가곡 등으로 극중 인물들의 심정을 대변하기도 한다.

    극중 소율(한효주 분)은 정가의 명인으로, 당대 최고의 작곡가이자 사랑하는 남자 윤우의 힘을 받아 최고 가수가 되려는 열망을 지녔다. 그런 소율의 마음을 아는 윤우(유연석 분)이지만, 그는 곧 연희(천우희 분)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심취한 후 감정이 발전한다. 이러한 상황을 직감한 소율은 급기야 연희의 성공을 저지하는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기까지 한다.

    ‘해어화’의 시대적 배경이 1940년대인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당시는 일본 해방을 앞두고 대중 음악계가 잠시나마 황금기를 맞았던 시대. 민족의 억눌린 한이 노래로나마 해소됐던 것이다.

    영화를 통해서는 당시 유행한 이난영의 '봄 아가씨' '목포의 눈물’ 등 현재의 우리들에게도 익숙한 노래를 접할 수 있다. ‘조선의 마음’ ‘봄날의 꿈’ 등은 레트로 감성에 현대의 세련미를 배합해 한층 친근하게 시대의 풍미를 누릴 수 있게끔 재탄생됐다.

    특히 천우희가 부르는 ‘조선의 마음’은 배우가 직접 작사에 나서 캐릭터의 감정 전달을 제대로 꾀한다. 천우희는 곡 준비 기간에 장장 4개월을 투자하며 여러 곡을 시도한다. 천우희와 날선 대립구도를 그리는 한효주 또한 이에 못지않은 열정을 드러낸다. 높은 예술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는 가곡인 정가 ‘일각이’와 ‘일소백미생이’ 등을 직접 열창하며 한국 고유의 정서로 표현하는 것.

    그렇게 '해어화'는 시대의 양상을 음악으로 승화하며 그들이 가진 위태로운 슬픔과 회환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한다. 오는 1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