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통령 선거 2016 (5)
    오하이오 결전/ 플로리다 결전

    수퍼 튜스데이 (Super Tuesday) 예선이 있은 지 2주 뒤에 가진
    3월 15일의 두 번째 수퍼 튜스데이는 2016 대통령 선거의 판세를
    거의 두드러지게 그려놓았습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는 힐러리 클린턴이 확실해졌고,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는 도널드 트럼프가 선두 주자로는 확실해졌으나
    선거인단 대의원의 과반수를 얻을 수 있느냐로 초점이 옮겨졌습니다.
  • ▲ '샌더스 돌퐁'을 잠재우고 민주당 후보로 굳어진 힐러리 클린턴ⓒ연합뉴스
    ▲ '샌더스 돌퐁'을 잠재우고 민주당 후보로 굳어진 힐러리 클린턴ⓒ연합뉴스
수퍼 튜스데이와 제2 수퍼튜스데이 사이에 있었던 미시간주 예선에서
버니 샌더스가 예상을 뒤엎고 힐러리 클린턴을 이겨서
샌더스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느냐로 힐러리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했으나
두 번째 수퍼 튜스데이 5개 예선에서 힐러리가 노스 캐롤라이나, 오하이오, 플로리다, 일리노이, 미조리 모두에서 승리함으로써 샌더스가 힐리러를 이길 가능성은 사라졌습니다.
일리노이주에서 아슬아슬하게 샌더스가 힐러리를 추격하고, 미조리주에서는 승부를 결정할 수 없을 만큼 표차가 근소했으나, 여기서 샌더스가 이겼다고 해도 대세를 결정하는 데는 영향을 줄 수 없었습니다.

민주당 후보 경쟁에서 힐러리가 확실해 진 것은 크게 두 가지 요인에 있습니다.
공화당과 달리 민주당 예선에서는 표 대결에서 이긴 후보가 대의원을 모두 차지하는 승자 독식(winner take all) 제도 대신에 득표율에 따라 대의원 수를 할당하는 득표 비율 할당제(proportional)를 택하기 때문에 대의원 수를 크게 달라지게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힐러리는 민주당의 당직자나 상하의원, 주지사들에 자동으로 부여하는 대의원직,
이른바 수퍼 델리게이트 (super delegate)의 대부분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예선의 대의원 숫자보다 훨씬 많은 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2,383명의 대의원 표가 필요한데
현재 힐러리는 1,606표, 샌더스는 851표를 얻었고, 이 가운데 수퍼 델리게이트 숫자는 힐러리가 467표, 샌더스가 26표이고, 아직 결정하지 않은 나머지 300여 수퍼 델리게이트도 대부분 힐러리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후보는 당 조직이 미는 사람이 후보가 되는 데 유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미국 의회에서 유일하게 스스로 사회민주주의자라고 자처하면서 독립적인 정치 노선을 걸어왔던 샌더스는 거대한 정치 회오리 바람을 민주당에 일으키고 서서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3% 지지도라는 무명의 정치인에서 한 때 힐러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샌더스는
젊은이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으면서 승승장구했으나, 그가 외치던 정치 혁명의 도전은
끝나가고 있습니다. 
샌더스가 끝까지 예선을 치르겠다고 말하는 것은 당선 가능성보다는
그가 추구하는 변혁의 캠페인을 계속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샌더스가 패배했으나 샌더스 사람들의 지지가 없으면 11월 본선에서 힐러리가 이길 수 없으므로 그동안 선거전에서 있었던 상처를 아물리는데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민주당 예선이 평정되면서 선거전의 관심은 모두 공화당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 ▲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들, 케이식, 루비오, 트럼프(왼쪽부터)가 토론장에서 만났다. (연합뉴스)
    ▲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들, 케이식, 루비오, 트럼프(왼쪽부터)가 토론장에서 만났다. (연합뉴스)
    선두 주자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되느냐 아니면
    7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이 후보를 선출하는 대의원 공개 경선으로 가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 말은 제도권 공화당이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트펌프를 거부하고 다른 후보를 선출하느냐 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 제2의 수퍼 튜스데이는 말 그대로 마코 루비오와 존 케이식의 후보 운명을 결정하고,
    트럼프의 후보 가능성을 저울질해주는 결전이었습니다.
    두 번째 수퍼 튜스 데이가 2016년 공화당 예선의 결전 역할을 한 것은 플로리다와 오하이오가
    다른 공화당 예선과는 달리 이긴 사람이 모두 표를 차지하는 승자 독식 제도였고,
    루비오와 케이식의 출신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여기서 반드시 이겨야 후보 생명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루비오는 트럼프에게 거의 20% 차이로 고향 주에서 패배함으로써 후보직을 사퇴했고,
    케이식은 트럼프에게 11% 차이로 승리해 후보 생명을 연장했습니다.
    그동안 바닥을 헤매던 케이식이 오하이오에서 이김으로써 후보 생명을 연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쩌면 제도권 공화당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가져다주었습니다. 

    케이식이 오하이오 주에서 승리하자 공화당의 온 시선이 트럼프와 케이식에게 쏠리고 있습니다. 대의원 숫자로 보면 케이식이 트럼프나 크루즈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은데도 큰 조명을 받는 것은 공화당 제도권(establishment)이 케이식을 선택할 것이냐가 이슈로 부상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공화당 제도권은 루비오를 밀었으나 루비오 지지도가 오르지를 않고, 고향 플로리다에서 참패해 후보 사퇴를 함으로써 더는 루비오를 밀 수 없게 되었습니다.

    케이식이 아무리 공화당 제도권의 지지를 얻어도 트럼프를 따라잡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케이식이 공화당 후보가 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가지게 하는 것은
    공화당 경선이 예선 투표로 결말이 나질 않고 7월 전당대회로 갈지 모른다는 예측 때문입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전체 대의원의 과반수에 해당하는 1,237명의 대의원 표를
    얻어야 합니다. 현재 도날드 트럼프는 673표, 테드 크루즈 410표, 마코 루비오 169표, 존 케이식 143표입니다. 대의원 숫자상으로 크루즈나 케이식이 앞으로 있을 투표에서 트럼프를 따라잡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트럼프는 선두 주자 위치는 확실하지만, 현실적으로 1,237표를 얻을 수 있는 확률은 높지가 않습니다. 트럼프가 1,237표를 얻으려면 남은 선거에서 평균 60%의 지지를 얻어야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트럼프가 대의원의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전당대회에서 후보자를 파격적으로 뽑게 됩니다. 흔히 “브로커드 컨벤션(brokered convention)” 혹은 “컨테스티드 컨벤션(contested convention)”, “오픈 컨벤션(open convention)”이라고 불리는 대통령 후보자 전당대회 선출은
    대통령 후보자 가운데 아무도 대의원의 과반수를 얻지 못할 때 실행하는 응급 긴급 상황입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시민이 직접 참여해서 후보자를 결정하는 직접 투표 선출 방식이지만,
    투표자들이 후보자와 동시에 후보자를 대표하는 대의원에게도 투표를 해서
    대의원들이 후보를 뽑는 간접 투표제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유권자의 표를 더 많이 얻더라도, 대의원 수가 부족하면 후보자가 될 수 없습니다.
  • ▲ 후보 지명 안되면 '폭동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를 발하는 트럼프 후보.(연합뉴스)
    ▲ 후보 지명 안되면 '폭동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를 발하는 트럼프 후보.(연합뉴스)
  • 공화당이 후보자를 예선에서 과반수로 선출하지 못하고 전당대회에서 “브로커드 컨벤션”으로
    선출해야 할 경우, 상상키 어려운 정치적 태풍이 공화당을 뒤 흔들것입니다.
    브로커드 컨벤션은 법으로는 존재하지만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할 것이냐는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1950년대에 브로커드 컨벤션을 한 적이 있지만, TV가 출현한 현대 정치에서는
    어느 당도 실험해 보지 않은 정치적 지뢰밭입니다. 
    전당대회 첫 투표에서는 대의원들이 각자 예선에서 위임받은 후보자에게 투표합니다.
    이 투표에서 아무도 과반수를 못 얻으면 거의 대부분, 약 75%가량의 공화당 대의원들이
    예선에서 위임받은 후보자를 선택할 의무가 없어지고 자유재량으로 누구에게나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케이식이 염두에 둔 것은 바로 이 방법입니다.
    이때 후보자는 지금까지 후보 경선에 나온 후보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출마하지 않은 사람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이미 공화당에서는 2008년 부통령 후보였고 현재 국회의장인 폴 라이언 이름과 2012년 대통령 후보였던 미트 롬니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당대회에서 후보자를 선출하는 “오픈 컨벤션”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다수의 시민이 지지한 후보자의 지지 대의원 숫자가 얼마 모자란다고 해서 이른바 표에 의한 민의를 외면하고 바닥에 있는 후보를 지명하거나, 출마하지 않은 사람을 선출할 수 있겠느냐 하는 논쟁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브로커드 컨벤션”은 대의원과 제도권 정당, 정치인들의 협상과 타협의 산물이 될 수 있으므로 투명성이 약해지고 밀실 담합이 오갈 부패의 가능성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번 선거처럼 “트럼프 현상”이라는 전례없이 비이성적이고 저속한 선거 풍토에서
    최다수 대의원을 확보한 트럼프가 거부되고 다른 사람이 후보자가 될 때
    엄청난 정치적 지진이 공화당과 미국 정치를 뒤흔들 것입니다.
    이미 트럼프는 자기가 거의 과반수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몇 표가 모자란다고 해서 후보 지명이 되지 않으면 “폭동이 있을 것”이라고 협박성의 경고를 했습니다. 

    공화당은 지금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오하이오와 플로리다 결전은 공화당을 정치적 수렁에 빠뜨렸습니다.
    공화당은 트럼프라는 이단아의 폭탄을 안고 갈 것인지
    아니면 거부하고 폭파시킬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