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보병전투력의 극대화! 강력하고 신속하게 이뤄져야"
  • 지난 십수년간 지구촌에서 벌어졌던 전쟁과 테러는 지난세기와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어 왔다.

    금기시 되어왔던 전쟁 중 민간인의 대량살상이 빈번하게 자행되었으며 뜻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형태의 테러도 마다하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전쟁과 테러가 대다수 사람들의 삶의 터전인 도시지역에서 발생함으로써 인류의 기본적인 생활터전에 대한 원초적 공포를 안겨주기도 하였다.
    기존의 전쟁과 테러의 개념을 뒤집는 다양한 형태의 변칙과 비상식적인 상황이 난무하는 현 시점에서 천안함 사태나 연평도 포격사건, 목함지뢰 도발 처럼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수단도 마다하지 않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전쟁 위협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을 주적으로 하는 우리로써는 많은 걸 생각해야 하며 그에 따른 준비를 해야 한다.

    지난 12일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출연한 북한 전문가인 커티스 멜빈,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미국 상업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토대로 북한이 영변군 구산리에 대규모 군사훈련 시설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커티스 멜빈은 북한이 핵시설이 자리한 영변 부근에 설치한 군사훈련장 중의 하나가 구체적으로 어떤 곳인지는 분석하지 못했지만 서울의 일부 지역을 본떠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고 이 내용은 다양한 국내언론매체를 통해 한반도에서의 지상전 형태의 국지도발을 우려하는 내용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사실 김정은 정권은 집권이후 핵과 미사일 개발은 물론, 육•해•공군의 다양한 재래식 군사력을 꾸준히 증강해 나가고 있으며 당장 내일이라도 어떠한 형태의 도발(테러나 국지전)을 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그 위험도는 높아만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북한은 항상 우리가 상상하는 도발,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북한을 과소평가하거나 설마라는 단어로 우리의 대응 능력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 한정된 국방예산과 줄어드는 국방인력으로 문제 해결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지만 못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기존의 국방정책에 관한 많은 내용들이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국방전략과 중대형 무기체계에 초점을 맞추어 제시되어왔다.

  • ▲ 높은 도시화율로 인해 현대전에서 도시지역전투는 일반화 되어가고 있다.(이라크 팔루자에서)ⓒ미 국방부
    ▲ 높은 도시화율로 인해 현대전에서 도시지역전투는 일반화 되어가고 있다.(이라크 팔루자에서)ⓒ미 국방부

    하지만 보다 근본적이며 국방전력의 가장 기본단위인 일선 보병의 전투력의 능력향상에 대한 정책과 사실상 현대전의 주요무대가 되어버린 도시지역에서의 전투(국지도발, 전면전 등)를 고려한 심도 있고 광범위한 정책은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필자는 앞으로 수회에 걸쳐 변화하는 전쟁과 테러의 양상, 그에 따른 한국군과 북한군의 전술변화와 국방전력의 가장 기본인 보병전력을 어떻게 향상시켜야 작금 그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는 북한 특수부대에 의한 국지도발은 물론 유사 시 전투의 주요한 무대가 될 수 있는 도시지역에서의 새로운 전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안을 제시해보도록 하겠다.

    ◇변화하는 전쟁‥이라크전의 전훈 '도시지역 전투의 증가'

    2003년 3월 20일에 시작한 이라크 전쟁은 시작할 때만 해도 그렇게 오래시간동안 전쟁이 지속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긴 전쟁기간과 함께 피해 또한 매우 컸는데 전쟁초기 이라크를 점령하기까지 26일간 미군의 인명피해는 사망 110여 명과 부상 400여 명. 하지만 그 후 8년 8개월동안 미군은 공식사망자 4,400여 명과 32,000여 명이 부상하는 막대한 인적피해와 천문학적인 전비가 투입되었다.

    제2의 베트남전이 된 이라크전에서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저질렀던 과오들의 많은 부분을 답습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군은 40여 년 전 베트남전에서 그들을 괴롭혔던 비첨단 무기체계인 AK 계열 소화기, RPG 로켓발사기, 부비트랩(IED로 대체)등에 이라크전에서도 수많은 손실을 입었고 힘들게 수행했던 게릴라전 형태의 전투를 다시금 맞이하게 되었다. 다만 그 전투의 무대가 정글에서 도시지역으로 옮겨진 것 만 빼고 말이다.

    기존의 대칭전력위주의 뛰어난 전력을 보유하고 있던 미군은 개전초기 막강한 대칭전력중심의 스마트한 중대형 무기체계로 걸프전과 마찬가지로 이라크 군을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내에 괴멸시켰지만 그 승리감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이라크전 후 가볍게 생각했던 이라크의 다양한 저항세력들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시가지전투, IED(급조폭발물), 저격 등 게릴라식 도시지역 전술로 맞서 왔으며 미군은 오랜시간동안 그 전술에 대항해 많은 사상자와 막대한 전비를 소모하게 되었다. 이라크전은 뛰어난 대칭전력을 가진 군대가 비대칭전력을 가진 소수 저항세력에 얼마만큼 시달릴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전쟁이 되고 말았다.

    걸프전을 기점으로 21세기로 들어오면서 대규모 전면전은 사실상 발생하지 않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 되었다. 기반시설이 존재하는 도시지역에서의 전투는 경제적 인도적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오고 있다.

    이런 후유증과 지속적인 여론 악화를 고려해야하는 정규군을 힘들게 하기 위해 공격세력들은 도시지역에서의 전투를 더욱 선호하게 되었다.

    그에 따라 도시지역의 근접전투에서는 많은 전투사상자가 발생하게 되었고 많은 국가들이 국가 간 전면전을 상정하여 기획했던 대규모 전술과 무기체계에 입각한 전투교리는 도시지역 전투에 직면하면서 많은 인적, 물적 피해로 인해 근본적인 변화가높은 도시화율로 인해 도시지역전투가 일반적인 전투의 양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시지역 작전이 주가 되어버린 이라크전에서 바그다드를 순찰하는 미군이 필요하게 되었다.

    ◇진화하는 테러‥복합다발테러의 등장 

    1970~80년대에는 비행기 납치를 비롯하여 인질을 이용하여 다양한 요구와 협상을 제시했던 테러가 주를 이루었다. 때문에 테러를 접근하는 방식도 나름 여유 있는 시간과 특정하게 정해진 공간에 맞추어 발달하게 되었으며 세계 각국은 다양한 테러 진압의 노하우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테러는 9.11 테러를 기점으로 아무런 예측행동 없이 무분별한 대량 인명살상을 그 목표로 추구하는 형태로 바뀌었으며 이라크 전쟁을 기점으로 세계 각국의 분쟁지역에서는 새롭게 나타난 IED(급조폭발물)을 이용한 무차별 폭발테러가 급증하였다.

    특히, 최근에는 2008년 인도 뭄바이 복합다발테러, 2013년 케냐쇼핑몰테러, 2015년 프랑스 파리테러와 같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극한의 공포심조성을 조성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살상을 하는 새로운 형태의 복합다발테러가 나타나게 되었다.

    이슬람 테러조직의 주도하에 고도로 치밀하게 계획되어 대규모로 자행된 인도 뭄바이 테러는 2008년 11월 26일부터 29일까지 인도 뭄바이의 10개 이상의 장소에서 발생하여 4일간 인도를 공황상태에 빠지게 하고 전 세계에 새로운 복합다발테러의 공포를 안겨주었다.

    총 10명의 테러리스트들은 해안을 통해 침투한 후 2인조 5개팀으로 분산하여 정치·종교적 의미가 있는 시설을 목표로 이동하거나 혹은 해당 시설을 점거하면서 최대한 많은 인명피해를 발생케 할 목적으로 아무 요구 없이 군중을 향해 자동소총을 난사하고 동시에 수류탄, 폭발물을 복합적으로 사용하였다.

  • ▲ 높은 도시화율로 인해 도시지역전투가 일반적인 전투의 양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도시지역 작전이 주가 되어버린 이라크전에서 바그다드를 순찰하는 미군).ⓒ미 국방부
    ▲ 높은 도시화율로 인해 도시지역전투가 일반적인 전투의 양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도시지역 작전이 주가 되어버린 이라크전에서 바그다드를 순찰하는 미군).ⓒ미 국방부


    테러리스트들은 원래 계획대로 라면 5,000명을 살상했어야 한다고 밝힘으로써 국제사회를 다시 한 번 경악케 했다.
    테러리스트의 전술을 간략히 분석해 보면 개인 전투기술을 위주로 총기 조작, 사격술, 폭발물 설치·조작법, 보트조종, GPS 사용법, 블랙베리 등 최첨단 IT제품 조작법을 완벽히 훈련하였다.

    이들은 사전에 구글과 GPS 장비를 활용하여 접근할 목표지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고 일부는 사전에 호텔을 예약하여 폭발물을 은닉하여 두기도 하였다.
    2명씩 팀별로 움직이며 최대한 많은 미국, 영국, 이스라엘인들을 색출하여 살해하려고 시도하면서도 일반시민들과 섞여 움직이면서 군·경의 대대적인 진압공격을 지연시킬 수 있었다.

    도시지역근접전투에 부적합한 무기체계와 전투기술 부재로 인해 10명의 테러리스트를 제압하는데 400여명의 사상자와 4일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인도뭄바이 복합다발테러)
    당시, 아무런 요구조건도 없이 최대한의 인명살상을 불사하는 불과 10명의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5개 정도의 테러리스트 팀을 대상으로 무려 4일간이나 진압작전을 펼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분명 군·경의 전술적인 대비부족과 전투원 개개인의 전투기술능력의 부족이었다.

    비록 2명 정도가 점거한 호텔이라도 수백 명의 인질이 억류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작전요원 200여명이 소요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당시 4~5개 지역에서 동시에 진압작전을 해야 하는 인도 당국이 얼마나 당황하였을 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2015년 11월 13일 프랑스는 IS에 의한 동시다발적 테러로 약 132명이 사망하고 350여명이 부상당하는 인명피해를 입었다.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 테러 현장들 중에서 특히 파리 테러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파리 바타클랑 공연장에 테러리스트들이 난입한 시각은 오후 9시 40분쯤이었고 프랑스 경찰이 극장 밖을 오후 10시에 포위한 후 최종적으로 테러리스트 진압을 위해 극장 안으로 들어간 시각은 다음날 새벽 0시 20분이었다.

    그 동안 89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테러발생에서 공연장 현장 도착까지 20분, 그리고 상황해결의 시작까지 2시간 40분, 과연 테러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자들이 테러의 골든타임이라는 것 자체를 알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만약 알고 있었다면 왜 그 골든타임을 그토록 속절없이 허비했는가?

    이 부분은 향후 테러에 대비해야하는 우리로써는 심도 있는 연구와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프랑스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국가들은 이러한 형태의 복합다발테러와 죽음을 전제로 활동하는 테러리스트에 대한 제압방법과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다.

    테러를 효율적으로 대비하고자 우리도 효과적인 테러방지법을 만들려고 하고 충분한 대테러예산으로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실제 복합다발테러가 발생하게 되면 어떠한 방법으로 어느 누가 테러를 제압하여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논의와 준비가 부족하다.

    기습적인 복합다발 테러에 인명피해를 없앨 수는 없지만 그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는 있다.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걱정한다면 아직 늦지 않았으니 연일 벌어지고 있는 세계 각국의 테러를 타산지석 삼아 이제는 테러의 골든타임을 인식하고 그에 따른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실질적인 위협에 대응하는 새로운 준비 필요

    현재 대한민국은 앞에서 열거한 변화하는 전쟁과 진화하는 테러에 동시에 노출되어 있다. 우리의 적은 저 멀리 중동의 사막 한가운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실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바로 눈앞에 있다.
    가장 호전적인 테러국가인 북한을 주적으로 하는 한국군에게는 기존의 대테러개념과 전면전 및 국지전에 대한 개념에서 벗어나야 하며 그 위협의 무대가 될 수 있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 이 도시에서의 전투와 테러를 대비하기 위한 신속하며 강력한 준비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태훈(itaehun@hanmail.net) 우석대 국방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