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통령 선거 2016 (1)
    - 아이오와 코커스 -

    
    조광동 /재미 언론인

    

  • 오픈 프라이머리와 클로즈드 프라이머리

    미국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보통 선거일보다 약 1년 6개월 전에 출마 선언을 합니다.
    후보자들이 칠팔 개월 선거운동을 하면 대략 윤곽이 나오고, 선거 판도를 좌우하는 2개의 여론 조사에서 지지도가 오르지 않는 후보는 일찌감치 사퇴를 선언하기도 합니다.

    성패를 좌우하는 2개의 여론 조사 - 전국 여론 조사와 예선 여론 조사 가운데 특별히 무게가 실리는 여론 조사가 첫 번째 실시하는 지역의 예선 여론 조사이고 여기서 나오는 선거 결과가 당 후보자가 되는 데 큰 영향을 줍니다.

    당 후보를 뽑는 예선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 공개 경선)와 당원들만 참가하는 클로즈드 프라이머리(Closed Primary: 비공개 경선)가 있습니다. 공개 경선은 투표장에 가서 투표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코커스(Caucus)라고 불리는 비공개 경선은 당원들이 특정한 장소에 모여서 정책 토론을 하고, 지지자 연설을 듣고, 대의원도 선출하는 당원 대회입니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평소에 어느 당이나 후보를 지지했느냐에 상관없이 특정 정당을 선택해서 원하는 후보에게 투표합니다. 지지 정당을 마음대로 선택해서 투표할 수 있는 공개 경선은 표심을 반영하고, 이념에 극단적으로 치우친 후보를 걸러내는 강점이 있지만, 상대 정당에서 당선 가능성이 약한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고의로 월당을 해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는 구멍이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 주가 공개 경선을 택하고 있습니다.

    비공개 경선 '코커스'

    비공개 경선인 코커스는 주마다 규정이 다르지만, 일정 형식의 정당 활동을 하거나 지지 정당이 확실한 사람만 투표할 수 있습니다. 정당의 중요성에 역점을 둔 코커스는 다른 당 사람이 의도적으로 잠입해서 경쟁력이 약한 후보를 선택하는 교란성을 제거할 수 있으나 당선 가능성이 있는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후보보다는 극단적인 이념주의자를 선택할 수 있는 약점이 있습니다.

    선거철이 되면 모든 이목이 초기 경선 지역으로 쏠립니다. 첫째, 둘째 경선에서 어느 후보가 두각을 나타내느냐에 따라 선거 풍향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후보자들은 출마 선언을 하기 전부터 초기 예선 지역을 자주 찾아가서 사전 정지 작업을 합니다.

    첫 예선 지역이 갖는 영향력과 선거 경기 혜택 때문에 상당수 주가 서로들 초기 예선을 하려고 경쟁을 하지만, 각 정당은 지역 안배를 해서 교통정리를 하고 특정 주가 반발하면 강제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첫 예선지인 아이오와는 중부, 다음 경선지인 뉴햄프셔는 동부, 세 번째, 네 번째인 사우스 캘로라이나, 네바다는 남부, 서부 지역입니다.

    아이오와 코커스, 뉴헴프셔 프라이머리

    전통적으로 실질적인 예선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시작되었고 영향력도 막강했으나,
    뉴햄프셔보다 앞서 실시하는 아이오와 코커스가 점차로 세를 키우고 있습니다.
    오바마는 아이오와에서 1위로 뛰어 올라 백악관으로 가는 길을 열었습니다.
    민주당과 달리 공화당의 아이오와 코커스는 본선에서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선택하기 보다는
    이념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어서 당선 가능성과 동떨어진 후보를 선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4년 전에는 릭 샌토롬, 8년 전에는 마이크 허커비가 아이오와 후보로 1위를 했으나 잠시 반짝하는 것으로 그쳤습니다.

    첫 예선이 실시되는 아이오와 주의 코커스는1,700개에 달하는 지역에서 당원들이 도서관이나
    교회, 공회당에 모여서 소규모 당원 대회를 가집니다. 다른 지역 코커스 보다 복잡하다는 평을
    받는 아이오와 코커스는 민주당 방법이 더욱 특이합니다.
    시장터에서 손님을 끌기 위해 가게 앞에서 호객을 하는 것처럼, 경선에 참가한 후보자 푯말을
    만들어 놓고 지지자를 모으면서 서로 자기 그룹으로 오라고 설득을 합니다. 지지자가 제대로 안 모이면 문을 닫고 다른 후보 쪽으로 옮겨가는 이합집산을 거쳐서 최종 득표수를 집계합니다.

    민주당 '사회주의자' v 공화당 '우파'
     
    아이오와 코커스는 공화당, 민주당 양 당 간에 아주 극명한 대립을 보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코커스에 참여하는 당원들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하는 좌파가 40%에 이르고,
    반대로 공화당은 우파가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티파티(Tea Party) 성향의 극우 가운데도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습니다.

    샌더스가 상승세를 타는 것도 아이오와 민주당 코커스의 좌파성과 연관이 있습니다.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가 한 때 벤 카슨을 지지하다가 크루즈로 돌아선 것은 극우성향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예선에서는 비판이 만만치 않습니다.

    선두를 놓고 싸우는 크루즈와 트럼프가 모두 성격과 인격에 문제가 있어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독실한 신앙과 높은 도덕성을 중요시하는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이들의 신앙적 가르침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트럼프와 크루즈를 지지하느냐 하는 비판입니다. 이들 이밴제리컬(Evangelical)이 신앙적인 가르침과 인격보다는 정치적 신념, 현실적 가치관에 더 집착한다는, 이들의 이중성에 대한 지적입니다.

    <민주> 힐러리 v 샌더스 <공화> 트럼프 v 크루즈

    2월 1일 실시되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가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습니다.

  • ▲ 민주당 후보 힐러리와 샌더스.(연합뉵스)
    ▲ 민주당 후보 힐러리와 샌더스.(연합뉵스)



    여론 조사에 따라 선두가 다릅니다. NBC와 월스트리트 저널 공동 여론 조사에서는 힐러리가 샌더스보다 3% 앞서고, 공화당은 크루즈가 트럼프보다 4% 앞서고 있습니다.
    퀴니팩(Quinnipiac) 조사에서는 샌더스가 클린턴보다 5% 리드하고, 트럼프가 크루즈를 2% 앞서고 있습니다.


    만약 아이오와 예선에서 샌더스가 클린턴을 이기고, 크루즈가 트럼프를 누른다면,
    지금까지 흘러온 선거 가닥이 다른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클린턴의 민주당 대세론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공화당에서는 크루즈가 부상할 수 있습니다.

    공화당, 민주당 어느 후보보다 아이오와에 가장 공을 많이 들인 후보가 힐러리입니다.
    8년 전 예선에서 오바마에게 패배함으로서 선거 판도를 뒤집게 했던 악몽 때문에 힐러리는 심혈을 기울여 아이오와를 집중 공략했습니다. 지금까지 투자한 선거 운동의 80%에서 90%가 아이오와에 집중되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렇게 정성을 쏟은 효과가 있어서 힐러리는 샌더스에게 40%의 격차를 두고 앞서 갔으나 아이오와 예선이 가까워 지면서 예상을 불허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아이오와 코커스 다음에 실시되는 뉴햄프셔 예선에서는 힐러리가 샌더스에게 30% 가량 뒤지고 있어 아이오와에서 패배하면 연거푸 패배가 됩니다. 뉴햄프셔 주는 8년 전에 힐러리가 1위를 했던 우승지기 때문에 힐러리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힐러리 진영에서는 아이오와에서 8년 전 악몽이 재현할 것에 대비, 민주당 예선이 장기전으로 갈 수 있다는 심리적 방파제를 이미 쌓고 있습니다.

  • ▲ 미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v 테드 크루즈(연합뉴스)
    ▲ 미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v 테드 크루즈(연합뉴스)


    공화당 경우는 아이오와 예선이 민주당 보다 의미나 비중이 약합니다.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가 워낙 오른 쪽으로 기울어 있기 때문에 전국의 선거 분위기와 다르고, 본선에서 경쟁력이 있는 중도적인 후보가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전은 양상이 많이 다릅니다.
    트럼프를 뒤 쫒고 있는 크루즈가 전기를 마련하느냐를 결정할 것이고, 공화당 중도 세력이 암묵적으로 밀고 있는 루비오가 2위와의 격차를 좁혀서 탄탄한 3위를 확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8년 전, 중도 보수인 존 맥캐인은 아이오와에서 3위를 했으나 공화당 후보가 되었습니다.
    만약 트럼프가 아이오와에서 승리한다면 트럼프의 공화당 선두 주자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이고, 트럼프와의 경쟁자로 루비오가 될 가능성이 커지겠지만, 이 예선에서 크루즈가 이긴다면 공화당 싸움은 트럼프와 크루즈가 될 가능성이 많아질 것입니다.

    아이오와 예선을 시작으로 약 3개월이 지나면 민주, 공화 양당의 후보자 윤곽이 대략 나타나지만 2016 선거전은 아이오와 예선 결과에 따라 예선이 6월까지 장기전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전국 여론 조사에서 민주당은 힐러리가 샌더스보다 13%, 공화당은 트럼프가 크루즈보다 15% 앞서고 있지만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에 따라 수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