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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W,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히말라야’(감독 이석훈)는 산악인 엄홍길의 이야기다. 철저하게 ‘그’와 휴먼원정대인 ‘그들’의 실화를 모티브로 했지만, 관객들은 어쩐지 ‘공감의 눈물’을 흘리게 된다. 게다가 복받치는 눈물이 여느 눈물보다 최소 0.5℃는 뜨거운 것 같다. 심장 어딘가도 훨씬 묵직하게 달궈진다. 문득 상반기에 개봉한 ‘연평해전’(감독 김학순)을 보았을 때와 같은 증후군이다. 


    ‘히말라야’는 해발 8,750m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데스존에서 목숨을 잃은 故 박무택 대원(정우)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그 어떤 명예도, 보상도 없이 엄홍길 대장(황정민)과 휴먼원정대가 목숨까지 걸고 나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산 아래 또 다른 가족이었던 엄홍길과 원정대의 가슴 뜨거운 동료애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연평해전’은 지난 2002년 6월 대한민국이 월드컵의 함성으로 가득했던 그날, 연평도 근해 북방한계선 이남지역에서 북한의 무력 기습도발이 일었던 당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싸웠던 사람들과 그들의 동료, 연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故 윤영하 대위(김무열), 故 한상국 하사(진구), 故 박동혁 상병(이현우)를 중심으로 한 전우애가 영화를 보는 이들마저 통곡하게 만든다. 


    두 작품 속 ‘사건’들은 우리가 일생을 살면서 ‘그들’이 아니면 결코 겪어보지 못할 것들이다. 그럼에도 ‘연평해전’은 6백만 명의 가슴을 때렸고, ‘히말라야’는 개봉도 전에 벌써부터 입소문 규모로는 ‘천만 관객’이 기대될 정도다. 이 정도로 일반 대중들에게 ‘그들’의 이야기가 통하는 이유는 ‘동료애’가 근간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리라. (엄밀히 말하자면 ‘연평해전’은 ‘전우애’가 짙지만 상위개념으로 ‘동료애’라 칭하겠다)


    ‘연평해전’을 통해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여성들도 눈물을 쏟아냈고, ‘히말라야’를 보고 등산을 취미로 하지 않는 이들도 함께 안타까워한다. 물론 관객들 중 유사 집단에 속한 이들도 있겠지만, 해당 ‘집단’을 능가한 해당 ‘관계’에 주목하게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겠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삶을 살아가며 학교, 직장, 동호회, 친구 등 어느 한 집단에라도 소속되기 마련이다. 아무리 소속 집단이 없다 할지라도 태생적으로 ‘가족’이라는 소규모 집단에서부터 출발하지 않는가. 이를 지탱하는 기본 요소로, 시각적으로는 두드러지지 않지만 마음으로 전해지는 ‘연대감’이 있다. 재밌는 것이, 이 연대감이라는 게 느껴지는 순간, ‘동료애’로 변화하는 데까지는 정말 단기간이 걸린다. 


    많든 적든, 나이를 먹으며 이러한 과정들을 겪어본 우리들은 꽤 쉽게 참전용사도 될 수 있고, 휴먼원정대원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가상이라 해도 말이다. 두 영화가 추구한 공감, 웃음, 눈물 3박자는 전후과정에 얽매이지 않고 일어날 수 있는 유기적 감정일 테지만, 가장 자아내기 힘든 부분은 ‘공감’이리라 본다. 공감이 되기 때문에 웃음과 눈물이 나든, 웃음과 눈물로 인해 공감이 되든 ‘연평해전’과 ‘히말라야’는 세 감정을 억지스럽지 않게 유발한다. 그러면서 뜨겁게 폭발한다. 이러한 점에서도 최근 ‘히말라야’를 보고 새삼 ‘연평해전’과 결부가 된다. 


    ‘엄홍길이 좋은 대장 이었는가’에 대해서는 분분한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겠다. 기상조건으로나 그의 몸 상태로 보나 자살 행위와 다를 바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 산 사람도 아닌, 시체를 찾으러 떠난다? ‘미친 짓’과 ‘동료로서의 도리’는 이 행동 하나로 아름답게 완성된다. 처음엔 선뜻 나서길 꺼려했던 대원들이 뒤늦게나마 ‘휴먼원정대’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죽은 동료에게라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애정이 남아있기 때문일 터다. 적어도 대원들에게 엄홍길은 신뢰할 만한 리더였다. 


    ‘나’를 위해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하던 이들이 ‘너’를 위해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과정의 변화는 실로 뭉클하다. 그토록 이익을 추구하며 사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계산기를 두드려봤을 때 분명 타산이 안 맞는 값에 행위를 한다는 건,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1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