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 세고 평상심 잃었지만… 문재인 결단하기 나름"
  •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사진 오른쪽)의 탈당을 막기 위해 12일 저녁 긴급 의원총회가 소집된 가운데, 의총에서 문재인 대표(왼쪽)의 사퇴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사진 오른쪽)의 탈당을 막기 위해 12일 저녁 긴급 의원총회가 소집된 가운데, 의총에서 문재인 대표(왼쪽)의 사퇴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13일 오전 11시 탈당 기자회견을 예고한 가운데, 분당을 향한 시계바늘이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12일 오후 8시 30분,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을 막기 위한 마지막 시도에 돌입하는 가운데,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표 사퇴 결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표는 12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마지막까지 함께 만나서 대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고 했지만, 안철수 전 대표 측은 "책임 있는 위치에 있지 않은 의원들을 통해 우회적으로 연락하는 것 같은데 공식적으로 연락받은 바 없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파국을 미리 경고하고 이를 피하기 위한 문재인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지난 8일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던 새정치연합 주승용 의원은 사퇴하기 전날 문재인 대표가 "주승용 최고위원이 가서 (안철수 전 대표를) 좀 설득해서 모셔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모든 것은 문재인 대표가 결단하기 나름"이지만 최근 문재인 대표의 모습이나 성격으로 볼 때, 분당(分黨)을 피할 수 있을지 지극히 회의적이라며 절망감을 토로했다.

    ◆"문재인 관훈토론, 안철수 자존심 상하게 해"

    주승용 의원은 13일 오전 11시로 예고된 안철수 전 대표의 거취 관련 기자회견에 대해 "지금 현재 심정으로 본다면 탈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표의 지난 8일 관훈토론에서의 발언을 화제에 올렸다. 이날 문재인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의 최근 언동을 가리켜 "(혁신전당대회를 소집하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탈당할 것처럼 하니 곤혹스럽고 난감하지만, 탈당이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탈당은 국민이 용인할 수 있는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안철수 전 대표는 우리 당을 만든 공동창업주"라고 비판했었다.

    또 "탈당은 진심도 아닐 것이고, 나에 대한 압박용이라고 생각한다"며 "탈당·분당 이런 것은 서로의 요구가 맞부딪치면서 일종의 기세상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배수진이지, 결코 탈당은 '선택하는 방안'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믿고 싶다"고도 했다.

    6일의 기자회견에서 "이제 더 이상 어떤 제안도 요구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남긴 채 지방으로 내려간 안철수 전 대표의 마지막 호소를 거의 '공갈' 수준으로 치부해버린 셈이다.

    주승용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관훈토론 발언에 대해 "그렇게 말한 것은 (당에서) 나가라는 말"이라며 "굉장히 자존심 상하는 말씀을 하셨다"고 혀를 찼다. 안철수 전 대표가 지방에서 관훈토론 방송을 다 챙겨봤다고 전하며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어 "시간이 없다"며 "안철수 전 대표는 '더 이상 주문도 하지 않고 끝'이라고 했는데, (안철수 전 대표가 실제로 탈당하면) 연쇄 탈당으로 이어질 것이고, 우리 당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安 만나보랬더니 "주 최고가 설득해달라"

    주승용 의원은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과 그로부터 촉발될 분당을 막기 위해 문재인 대표에게 여러 가지를 진언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7일 문재인 대표와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80여 분간 독대한 자리에서 "지금 최급선무는 안철수 전 대표의 복귀"라며 "문재인 대표가 설득해서 데리고 와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러자 문재인 대표는 "내가 간들 만나주겠느냐"며 오히려 "주승용 최고위원이 가서 좀 설득해서 모셔오라. (내가 대표에서 물러나야 하는) 혁신전대만 아니라면 뭐든지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고, 주승용 최고위원은 전했다.

    "내가 안철수 전 대표라면, 혁신전대를 받지 않는 것이 전제라면 탈당하지 않겠느냐"고 주승용 의원이 회의적인 전망을 하자, 문재인 대표는 "(내가) 사퇴하면 그 이후에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지 그게 궁금하다"고 물었다는 것이다.

    뜻밖의 집착에 "물러나면 물러나는 것이지, 사퇴 이후에 어떻게 할지 그림을 보고 확답을 하겠다는 것은…"이라고 당혹스러워 하던 주승용 의원은 어쨌든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만은 막아야 하겠다는 생각에서 "안철수 전 대표는 무당층의 지지를 일정 부분 받고 있고, 중도와 젊은 층 사이에서 지지세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탈당은) 절대 막아야 한다"며 "누가 대신 가고 이럴 것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직접 만날 생각이 없다면, 안철수 전 대표와 공동대표를 지냈던) 김한길 전 대표에게라도 전화해서, (이 사태를) 해결해달라고 전권 위임을 하든지 최소한 전화라도 하는 게 어떠냐"고 다른 방안을 건의했다.

    이에 문재인 대표는 "하겠다"고 답했지만, 김한길 전 대표 측에 따르면 아직까지 문재인 대표로부터 그러한 요청과 관련해 전화를 받은 사실은 없다는 것이다. 주승용 의원은 이 대목에서 "'나가면 나가는 것' 이러한 생각을 하고 계신 것이 아닌가"라고 절망감을 내비쳤다.

  • ▲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의원(사진 왼쪽)은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을 막고 분당을 방지하는 것은 오롯이 문재인 대표(오른쪽)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의원(사진 왼쪽)은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을 막고 분당을 방지하는 것은 오롯이 문재인 대표(오른쪽)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아직도 분당 막을 기회 있어… "文 결단하기 나름"

    이렇듯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과 분당을 막을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고, 여러 차례의 진심 어린 충언과 건의가 있었음에도, 문재인 대표의 대표직에 대한 집착 때문에 모든 것이 무산되는 사이 안철수 전 대표가 설정한 데드라인은 다가오고 있다.

    과연 아직도 분당을 막을 수 있는 기회는 남아 있는 것일까. 주승용 의원은 "모든 것은 문재인 대표가 결단하기 나름"이라고 밝혀, 분당으로 향하는 길에 아직도 최후의 비상 탈출구는 남아 있다고 희망을 걸었다.

    주승용 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결단해주면 당이 살 것 같은데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고 있고, 또 뒤에서 문재인 대표를 (사퇴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분들이 있다"며 "문재인 대표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결단하는 게 1순위이고, 그래야 안철수 전 대표도 돌아올 수 있다"고 관측했다.

    아울러 문재인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는 방안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문재인~안철수 공동비상대책위원장' 구상에 관해서는 "화합의 방법도 될 수 없고, 국민들에게 감동도 주지 못할 것"이라며 "문재인 대표가 발상을 전환해서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면 당이 살아날 수 있는데, 만약에 그렇지 않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한다면 앞으로 당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무거운 심경을 밝혔다.

    ◆"문재인 대표, 의외로 고집이 세서…"

    그렇다면 문재인 대표는 막판에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결단을 할 수 있을까. 지금 이대로라면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전 대표를 당 밖으로 쫓아내 결국 제1야당을 분당에 이르게 한 분열의 책임을 전부 뒤집어쓰게 되는데, 분당 직전의 극적인 탈출구는 마련될 수 있을 것인가.

    주승용 의원은 2·8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최다 득표를 받아 호남을 대표하는 수석최고위원이 된 이래, 비교적 문재인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관찰하고 접촉할 기회를 가져왔다. 지난 8월 23일에는 문재인 대표와 향후 당무 운영 방향에 관해 논의하면서 장시간 독대를 했고, 9월 22일에는 여러 최고위원들과 함께 구기동 자택으로 초청받아 만찬 회동을 하기도 했다. 지난 7일에도 여의도 모처에서 80여 분간 독대를 했다.

    노영민·최재성·전해철·진성준 의원 등 이른바 '측근 그룹'과는 당연히 비교할 수 없겠지만, 오히려 제3자적 시각에서 문재인 대표를 지켜볼 수 있었던 셈이다.

    주승용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막판 결단'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고심하다가 "문재인 대표는 의외로 고집이 세고,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밀어붙이는 성격이라서 쉽지도 않을 것"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그러면서 '총기난사'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에 대한 문재인 대표의 집착을 예로 들었다. 주승용 의원은 "김상곤 위원장의 혁신안은 사실 내용이 별로 없다"며 "사무총장제를 폐지하고 최고위원제를 폐지하고 평가위를 만들고… 이런 것이 사실 패권주의 청산에 얼마만큼 기여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표는 혁신안을 마치 신주단지 모시듯이 하며 폐기되면 안 된다고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새정치연합의 최대의 혁신 과제인 친노패권주의 청산에 전혀 기여하지도 못하는 혁신안 때문에 당을 분당으로 이끄는 것이 당대표가 할 일인지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최고위원(사진 왼쪽)도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전당대회 소집을 위해 문재인 대표의 사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최고위원(사진 왼쪽)도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전당대회 소집을 위해 문재인 대표의 사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다른 사람의 말은 거의 반영되지 않아"

    주승용 의원은 "대표는 여러 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강하게 주장을 한다"며 "최고위원회의를 7개월 해보면서 느낀 게 (다른 사람의 말은)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 열렸던 이른바 '제2차 민중총궐기'만 해도 주승용 의원은 제1야당의 대표인 문재인 대표가 직접 가는 것보다는 정청래 최고위원이라든지 다른 최고위원이 대표로 가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집회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당 전체를 대표하는 문재인 대표가 참석할 경우 구설수에 휘말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주승용 의원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나 밥쌀용 쌀 수입 반대 등의 요구만 나온다면 관계가 없겠지만 '이석기를 석방하라'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인데, 대표가 가는 것은 당 전체가 가는 것인데 거기에 휩쓸려버릴 수도 있는 것"이라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봤을 때 최고위원이 가는 것은 관계 없지만, 제1야당 대표가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익히 알려져 있는데도 문재인 대표는 이러한 당 안팎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5일 집회에 직접 참석했다. 주승용 의원은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고집이 세시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럴 때일수록 평상심 찾으셔야 하는데"

    주승용 의원이 우려하는 것은 문재인 대표가 본래 고집이 센 성격인데, 최근 들어서는 다소 평상심을 잃은 모습까지 보이면서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이나 연쇄 탈당에 따른 분당이라는 파국을 막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주승용 의원은 2·8 전당대회 직후 문재인 대표가 국립현충원을 찾아 이승만 박사 묘역에 참배했던 사례를 들며 "이승만 박사 묘역에 참배한 것이 지지율이 오르는 데 도움이 됐다"고 회고했다. 처음에는 본인의 내심이야 어떻든 폭넓은 행보를 보였던 것이 당과 본인의 지지율 상승의 원동력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농어촌 선거구를 살려달라는 300만 농민들, 특히 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 농어민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비례대표 고집 △지금은 자진 탈당을 받기로 했지만, 얼마 전까지 한명숙 전 대표의 대법원 판결에 불복 의사를 밝히며 재심 청구까지 고려했던 점 △원내지도부가 합의해 의원총회에서 의결됐던 예산안 관련 합의에 당대표가 반대 표결했던 사례들을 볼 때, 문재인 대표가 초심(初心)을 잃은 것은 아닌지 깊이 우려했다.

    주승용 의원은 "내심으로 반대하는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여야가 합의해 의원총회에서 의원들보고 찬성하라고 하게 된 것인데, 본인은 반대하면 누가 그런 대표의 리더십을 믿고 따라가겠느냐"며 "간단한 것인데 구설수에 오를 수 있는 것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지난 8일 밤에 이종걸 원내대표와 통화를 하면서 "원내대표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폭언을 하거나, 오영식 최고위원이 사퇴하고 주승용 최고위원이 당무를 거부하고 있던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이 궐위가 되면 중앙위에서 보궐선거롤 통해 선출한다'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기습 의결한 사례에 대해 평상심을 잃은 증거로 열거했다.

    사람이 항상 평상심을 유지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지금 당의 상황은 누란지위(累卵之危)의 상황이며 토붕와해(土崩瓦解)의 위기다. 평소 성격으로 비춰볼 때도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을 만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평상심마저 잃어서 막을 수 있는 분당을 막지 못해서야 큰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주승용 의원은 "이종걸 원내대표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대표가 상당히 강하게 했다고 하던데, 최근 평상심을 너무 잃은 것이 아니냐"며 "의총에서 뽑힌 원내대표가 자신에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원내대표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사과받아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고위원이 궐위가 되면 중앙위에서 보선으로 선출한다는 당헌·당규 개정안 기습 의결은) '네가 최고위원 사퇴하면 나는 임명해버리겠다'라는, 상대방이 들으면 대단히 불편해 할 일"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평상심을 찾으셔야 하는데, 그럴 분이 아닌데 예민해져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주승용 페이스북 테러당해… 친노 온라인 총궐기?

  • ▲ 7일 분당을 막기 위해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은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과 관련해 유포되고 있는 악의적 선전물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 7일 분당을 막기 위해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은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과 관련해 유포되고 있는 악의적 선전물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그러잖아도 당내 여러 구성원들 사이의 불신과 분열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 분별력 없는 친노 성향 네티즌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총궐기를 일으켜 새정치민주연합 비주류 의원들의 SNS 등에 테러를 가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온라인상에서 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임박한 분당 위기를 가라앉히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되레 문재인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친노패권주의 세력의 독단성과 배타성만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하는 사례로, 야권의 토붕와해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친노 성향 네티즌들은 사실과 다른 내용마저 무분별하게 게시하고 있어, 결별을 앞두고 있는 야권 세력들이 서로를 향해 정치적 공방 뿐만 아니라 법적 공방까지 주고받게 될 개연성을 야기하고 있다는 우려다.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친노의 '여론조사 룰 해석 변경'으로 당권을 문재인 대표에게 탈취당했으나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문재인 대표의 권유를 받아들여 한반도평화안보특위 위원장을 맡는 등 지도부에 힘을 실어왔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표를 위시한 친노패권주의 세력의 독단·독선·독주로 자초된 당의 위기 속에서 뜬금없이 친노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오죽하면 박지원 전 대표가 지난 8일 직접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친노·친문 세력의 필력은 '일베'보다 지저분하다"며 "자기들 맘에 반대면 욕지거리 막말을 남긴다"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친노 성향 네티즌을 향해 "문재인 대표를 만들려면 적군은 극소화하고 우군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욕설과 비난보다 설득과 설명을 하라"고 훈계했다.

    하지만 이런 훈계를 친노 성향 네티즌들이 알아들을 지는 의문이다. 그 정도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지성을 갖췄다면, 애초부터 이런 온라인 테러 행위를 저지를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SNS에 몰려가서 욕설과 막말을 남기는 등 테러 행위를 하면 이를 당한 피해자가 문재인 대표와 친노패권주의 세력에 더욱 앙심을 품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일진데, 자기들이 문재인 대표의 기반을 스스로 허물고 있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분당을 막기 위한 살신성인으로 지난 8일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한 주승용 의원 또한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 공간이 친노 성향 네티즌들의 온라인 테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주승용 의원은 "우리 당이 이렇게 가면 안 된다는 게 민심이라 욕을 먹으면서도 과감히 해왔는데, 요즘은 소위 친노·친문 세력이 일베 수준으로 하루 종일 붙들고 있다"며 "의원실로도 소위 친노, 그런 분들이 악의적인 전화를 해와서, 의원실 전화 네 회선 중에서 세 회선을 끊어버렸는데 직원들이 계속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반면 온라인에서 친노 성향 네티즌들이 날뛰는 것과는 달리 지역 여론은 우호적이다. "대개 호남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신껏 잘했다'는 말씀을 하는 분들이 많다"며 "내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들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데 그런 (격려의) 내용이고, 친노는 의원실로 전화를 하더라"는 게 주승용 의원의 설명이다.

    친노 성향 네티즌들이 온라인 테러를 하면서 올리는 비난과 욕설, 막말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적지 않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최근 '주승용 탈당 이력'이라는 제목으로 나도는 이미지 파일 등이 그것이다.

    이 이미지 파일은 같은 사실관계를 두 번, 세 번 중복으로 나열해 마치 탈당 횟수가 많은 것처럼 의도적으로 조작을 하고 있다. 일례로 '96년 여천군수 보궐선거 경선불복 탈당'과 '96년 여천군수 후보 탈락 후 탈당'은 연도부터 내용까지, 읽어보기만 해도 동일한 내용인데 마치 다른 탈당이 두 번 있었던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98년 여수시장 선거 경선불복 및 탈당'과 '98년 통합 여수시장 경선 패배 후 탈당' 또한 마찬가지다. 역시 동일한 사실관계가 마치 다른 내용인 것처럼 서술이 돼 있다.

    특히 이 모든 사례에서 경선이 부정경선으로 치러졌기 때문에, 결국 본선에서 주승용 의원이 지역민의 선택을 받아 당선됐다는 사실에는 눈을 감고 있다는 점에서 친노 세력의 대단히 악의적인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예 정치에 대한 무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부분도 있다. '2007년 열우당 탈당'과 '2007년 중도통합민주당 탈당'이 그것이다.

    2007년 당시 열우당은 선거마다 연전연패하며 정당사상 이례적인 40연패를 기록해, 그 해 대선과 이듬해의 총선을 이대로는 치러낼 수가 없는 위기였다. 이 때문에 제3지대에서 대통합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었다. 이른바 완전히 당 해체에 준하는 '전면적 재편'과 '창조적 파괴'가 필요한 시점이었던 것이다.

    당시 열우당에서는 지금 친노 원훈으로 분류되는 문희상·유인태 의원 뿐만 아니라 이른바 '민주주의자'라는 김근태 전 의장, 그리고 친노 486으로 분류되는 우상호 의원 등도 전부 탈당했었다. 당연한 것이, 모두가 기존의 당적을 버리고 제로베이스에서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는 것이 '제3지대 창당'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 열우당을 탈당하지 않은 의원이 거의 없을 지경이며, 중도통합민주당은 최종적으로 대통합을 통해 통합민주당을 창당하는 과정에서 임시적으로 존재했던 가설정당이기 때문에 이를 별도의 재차 탈당으로 볼 수도 없다. 이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사당역에서 3호선 양재역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교대역에서 환승한 것을 굳이 '지하철에서 내렸다'라고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분당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 문재인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고자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았고, 그 때문에 친노 성향 네티즌들의 벌떼와 같은 공격을 받으며 심지어 '공천권을 노리는 자들'로 매도당하고 있을 정도이지만 "후회는 없다"는 게 주승용 의원의 입장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당원과 국민으로부터 가장 많은 득표를 받은 사람을 공천에서 떨어뜨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주승용 의원은 "(공천권을 노린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은 이야기로, 가만히 있었으면 오히려 공천받는데 유리했을 것"이라면서도 "(공천) 불이익을 감수하고 최고위원직을 사퇴했기 때문에 떳떳하다"고 밝혔다.

    공천권을 가진 문재인 대표 앞에서 가만히 입을 다물거나 되레 장단을 맞추며 재공천을 향해 묻어가는 사람들도 많은 게 당의 현실이다. 최고위원직 사퇴는 그렇더라도 애초부터 왜 당을 위한 고언(苦言)을 계속했을까.

    주승용 의원은 "사실 내 성격이 옆에 앉혀 놓고 쓴소리하는 성격이 못 된다"며 "당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내게 바라고 있는 당원들이 많은데,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지난 4·29 재보선 영패 직후 이른바 책임론을 제기한 상황을 회고했다. 주승용 의원은 "사사건건 우리 당의 발목을 잡고 잘못된 길로 가기 위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며 "모 최고위원이 '문재인 대표를 끌어내리려는 비주류의 속셈 아니냐'고 하기에 '그렇게 나를 못 믿느냐'라고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4·29 재보선에서 영패한 이튿날 문재인 대표가 "굴하지 않겠다"고 한 말은 호남에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주말간 여수에 머물던 주승용 의원은 민심의 심각성을 느꼈다. 생각해보면 문재인 대표의 호남 지지율이 앞으로 5%까지 주저앉는 전조에 해당하는 일이었고, 이 때 주승용 의원의 고언을 받아들였더라면 지금의 당 상황은 많이 달랐을 것이다.

    주승용 의원은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책임론을) 제기해주는 것이 당의 균형추 역할을 지키겠다는 (2·8 전대에서의) 공약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에 소신껏 했던 것"이라며 "사실 비주류의 대표라는 말을 너무 듣기 싫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주승용 의원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자신이 문재인 대표를 위해서 했던 많은 조정 역할에 대해서 설명했다.

    지난달 16일 민주당집권을위한모임(민집모)의 김동철·유성엽 의원 등은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할 예정이었다. 이 사실을 전날 전해들은 문재인 대표는 밤 10시 무렵 주승용 의원에게 전화를 해서 "민집모가 사퇴 촉구를 한다는 데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주승용 의원은 "그 사람들이 내 말을 듣고 (취소를) 하겠느냐"고 하면서도, 민집모 오찬 장소에 나가서 설득을 했다. 사실 주승용 의원은 그 전주에도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민집모 의원들을 설득해 이미 일주일 연기를 시켰던 터였다.

    그는 "뭔가 문재인 대표가 이번 주중으로 결단을 하겠다고 하니 일주일만 더 기다려주자"고 했고, 이에 김동철·유성엽 의원 등은 불만스러워하면서도 주승용 의원을 믿고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는 그 주중이었던 18일 광주광역시에 내려가 조선대학교에서 강연을 하면서 이른바 '문안박 연대'를 제안하고, 호남 지역 의원들을 "당을 끊임없이 분란 상태로 보이게 하고, 공천을 요구하는 사람들"로 매도했다. 여러 사람의 뒤통수를 동시에 때린 것이다.

    주승용 의원은 이 때의 일을 회고하며 "그러고서 광주에 가서 안 해도 될 말을…"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친노 성향 네티즌들의 흑색선전에도 의연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주승용 의원은 11일 지역구민인 여수시민을 향한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 메시지에서 주승용 의원은 "'당을 살리느냐, 개인이 사느냐'는 기로에서 당을 살리는 길을 선택했다"며 "지금까지 키워주신 시민 여러분 앞에 부끄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고, 진심과 충정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이어 문재인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친노패권주의 세력으로부터 '공천권을 노리는 자'로 매도됐던 아픔을 상기하며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최고위원직에 남아 있었다면, 내년 총선 공천도 보장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나아가 "도의원 주승용을 군수·시장으로 세워주시고, 3선 국회의원으로 키워주신 여러분께 더 큰 정치, 더 바른 정치로 보답하겠다"며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낮고 겸손한 자세로 여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