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소위 일정 파행… 양당 원내대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전전긍긍'
  • ▲ 예산소위 정수 증원 시도가 김재경 예결위원장의 반대에 가로막히면서, 예산소위 일정이 계속해서 공전되는 파행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예결위 회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예산소위 정수 증원 시도가 김재경 예결위원장의 반대에 가로막히면서, 예산소위 일정이 계속해서 공전되는 파행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예결위 회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예산안조정소위 '꼼수 증원'에 따른 후폭풍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김재경 예결위원장이 직접 브레이크를 걸어 예산소위 운영을 중단시키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담합했던 여야 정치권은 당황해서 '네탓' 공방에 돌입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낯부끄럽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11일 각각 9명과 8명으로 구성된 예산소위 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지난 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예산소위 정수를 15명으로 정하는 의결이 있었음에도 갑자기 2명이 늘어난 것이다.

    당초 여야 양당은 예산소위 정수를 15명으로 할 예정이었으나 내년 4·13 총선을 앞두고 예산소위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의원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내부 조율에 실패하고 원내지도부 합의만으로 예산소위 정수를 2명 늘리는 '담합행위'를 저질렀다.

    그러자 김재경 예결위원장은 1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소위는 15명으로 한다는 의결이 있었다"며 "15명으로도 이미 소위의 효율적 진행이 어렵기 때문에 소소위(小小委)까지 운영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결로 확정된 예산소위 위원을 증원하기보다는 의결된 바에 따라 명단을 수정 작성해 소위가 정상 운영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예산소위 위원장도 당연직으로 겸직하도록 돼 있는 김재경 위원장은 이날 예정돼 있던 예산소위 회의 일정도 직권 취소했다.

    일이 이렇게 되자 '담합'했던 여야 원내지도부는 '당황'했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야당이 위원 한 명을 더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러한 정략적인 판단은 국민의 지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신박(新朴·새로운 친박)인 원유철 원내대표가 친박 이정현 최고위원을 소위에 넣으려다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서로 간에 '네탓 공방'이 시작된 것이다.

  • ▲ 김재경 예결위원장(사진)은 예산소위 정원이 17명까지 늘어나서는 효율적인 예산안 심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재경 예결위원장(사진)은 예산소위 정원이 17명까지 늘어나서는 효율적인 예산안 심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재경 위원장은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소위 정원을 줄이지 않으면 회의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성태·안민석 예결위 양당 간사가 원유철·이종걸 양당 원내대표와 각각 접촉하고 있지만 쉽사리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결책이 쉽게 도출되지 않는 것도 당연한 것이, 애초에 예산소위 명단에 넣는 것만으로도 물밑 싸움이 극심했는데, 이미 들어가 있는 누군가를 끄집어내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예산소위 위원 선정을 둘러싸고 새정치연합에서는 이미 12일 '큰 소리'가 한 번 났었다. 당초 새정치연합의 '광주 몫' 예산소위 위원으로는 광주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혜자 의원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정작 확정 발표된 명단에는 이종걸 원내대표의 비서실장인 권은희 의원이 들어갔다.

    박혜자 의원은 12일 의원총회에서 "소위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명단에서) 빠졌다"며 경위 설명을 요구했으나, 이종걸 원내대표는 "박혜자 의원 말씀을 잘 들었다"고 두루뭉실하게 넘어가려 했다. 이에 박혜자 의원이 큰 소리로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5명인 예산소위 위원 정수는 이미 너무 많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일반 상임위원회의 경우 소위를 통상 7명 정도의 인원으로 구성하고 있으며, 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안건 중 하나인 정치관계법을 다루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쯤 돼야 공직선거법심사소위를 12명, 정당법·정치자금법심사소위를 10명으로 구성하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예결특위 위원장을 지낸 바 있는 3선 의원은 "소위는 적은 인원이 밀도 있는 심사를 진행하자는 데 그 개설 목적이 있는 것인데, 위원이 15명이 되면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3~4분씩만 의견을 말해도 1시간이 훌쩍 가버려 소기의 취지를 달성할 수가 없다"며 "하물며 17명이 되면 반드시 모두가 한 마디씩은 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미 효율적인 심사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이 확대간부회의에서 공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13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예결소위가 예결대위가 됐다고 한탄하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이 확대간부회의에서 공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13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예결소위가 예결대위가 됐다고 한탄하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 때문에 당초 국회의 예산소위는 과거 계수조정소위라 불리던 시절에는 9명으로 구성됐으나, 90년대 이른바 '민주화' 이후 선거전이 치열해지고 지역구를 위해 예산을 따오는 능력이 선거전의 중요한 척도로 부각되면서 11명, 13명, 15명으로 급증해 왔다.

    예결특위 의결도 무시하고 합의만으로 이를 17명으로 늘리려 한 여야 양당의 원내지도부는 예산소위 일정이 공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소위 위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는 의원들의 반발이 두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원내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예산소위 위원을 선정할 때도 온갖 민원 문자에 시달리고 큰 소리가 났었는데, 이미 들어가 있는 사람 한 명을 자르는 게 쉽겠느냐"며 "시쳇말로 멱살 잡힐 각오를 하지 않는 이상 못할 짓"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정치권 내부에서 자성의 한탄까지 나왔다.

    새정치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은 13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국회가 예결소위를 예결대위로 만들어버렸다"며 "나 역시 국회의원이고 원내지도부를 했던 사람이지만, 이건 아니다"라고 개탄했다.

    아울러 "나 역시 정치인이지만 국민 앞에 낯부끄러운 일"이라며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서 참으로 안타깝고 국민들께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