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勢과시·당명 발표 안 해… "통합 과정서 기득권 포기한다는 뜻"국감 종료 후 개혁적 국민정당·신민당·민주당 등과 통합 협상 전망
  • ▲ 박주선 의원이 22일 국회 기자회견장에 들어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과 중도개혁·민생실용 신당의 창당을 선언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장의 마이크 높이를 조정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박주선 의원이 22일 국회 기자회견장에 들어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과 중도개혁·민생실용 신당의 창당을 선언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장의 마이크 높이를 조정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과 중도개혁·민생실용 신당 창당을 선언한 박주선 의원은 탈당 일정 택일(擇一)에 많은 고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석 연휴 때 정치 일정이 올스톱되는 것을 감안해 내달 8일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 탈당하는 것도 검토 대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현역 국회의원의 연쇄적인 '도미노 탈당'으로 국면을 이끌기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결국 추석 연휴 이전에 탈당을 결행하게 된 것에는 이러한 정치공학적 판단보다는 추석 연휴 때 호남 민심의 차례상에 희망의 소식을 올려놓아야 한다는 동기가 더욱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주선 의원이 줄기차게 주장한 친노패권주의 청산이라는 본질적인 혁신 화두는 운조차 띄워보지 못한 채 공천에만 매몰된 혁신안이 마련됐다. 게다가 이 혁신안은 지난 16일 중앙위에서 반대파의 발언을 야유와 고성으로 봉쇄하고, 중도파 의원들이 퇴장하는 소란 끝에 찬반 토론이나 거수·기립 투표도 없이 박수로 의결됐다.

    그 이후 문재인 대표가 재신임을 묻겠다며 되레 적반하장 격으로 비주류를 압박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박주선 의원의 회의감이 더욱 깊어졌다는 전언이다. 박주선 의원실 관계자는 "이미 새정치연합에 정권교체의 희망이 없게 된 지는 오래됐지만, 최근의 당내 상황에도 영향을 받았다"며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국면 속에서 더 이상 탈당을 미루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야권 관계자도 "추석 연휴 이전으로 탈당 일정을 앞당기게 된 것에는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등 일방통행식 독선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희망이 없는 호남의 추석 차례상에 그나마 희망적인 소식을 올려놓아야 한다는 소명 의식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당초 탈당 일정은 국정감사가 없는 23일이 유력했으나, 21일부터 관련 보도가 잇따르면서 탈당의 전격성(電擊性)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이 급히 하루 앞당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21일 관련 보도가 계속되자 박주선 의원실이 심야까지 대단히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23일로 예정된 새정치연합 혁신위의 마무리 기자회견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표가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신당 창당을 선언한 20일 당무위~의원총회 연석회의 소집을 통한 재신임을 강도 높게 요구하고, 박주선 의원의 탈당이 유력한 23일에는 혁신위의 기자회견 일정을 잡는 등 끊임없이 화제를 '물타기'하려고 시도하는 것을 보고 선수를 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23일 마무리 기자회견을 하면서 현역 의원 용퇴에 관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에 탈당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진 박주선 의원에게 흙탕물을 뒤집어씌우기 위한 정치적 책략이라는 분석인데, 이러한 '잔수 정치'에 당하지 않기 위해 하루 앞당겨 탈당 선언을 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탈당 기자회견은 수많은 사람들이 배석하는 등의 인위적인 세(勢) 과시 없이, 박주선 의원이 홀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단촐하게 진행됐다. 시간 또한 오후 국정감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중대한 정무적 사안에 관한 기자회견으로는 이례적으로 오후 1시 30분부터 시작됐다.

    이는 3선의 국회의원 경력 중 두 차례를 이미 무소속으로 당선됐으니만큼 '정치적 시베리아'로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의 발로와 동시에 기득권을 내려놓고 중도 통합에 헌신하겠다는 의지로 평가된다.

    신당 창당만 제안했을 뿐 가칭의 당명을 발표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생실용 신당추진위의 임종천 대변인도 "신당 창당의 의지는 분명히 하되 기득권을 내세우지 않고 밀알이 되겠다는 뜻"이라며 "굳이 여러 사람을 내세울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 박주선 의원이 22일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과 중도개혁·민생실용 신당의 창당을 선언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박주선 의원이 22일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과 중도개혁·민생실용 신당의 창당을 선언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탈당에 따른 향후 전망에 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박주선 의원실 관계자는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하며 "신당 창당의 로드맵을 밝히기에는 이르다"고 말을 아꼈다.

    야권 관계자는 "당을 이루는 것은 어차피 사람"이라며 "박주선 의원도 사람이 고민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공언했듯이 신당의 참신한 얼굴이 될만한 이른바 '뉴DJ'가 필요한데, 호남에는 신당을 하겠다는 사람이 많지만 전국 정당을 지향하는 입장에서 비수도권의 참신한 인재 수혈이 숙제로 남는다는 지적이다.

    중단기적으로 보면, 내달 8일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로는 △현역 국회의원의 추가적인 연쇄 동조 탈당 △신당 추진 주체들 간의 협의 테이블 마련 등의 두 갈래 흐름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주선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 문답에서 "(동료 의원들과) 많은 교감을 이뤘다"며 "내가 먼저 탈당을 하면 따라 참여할 의원이 상당수 있을 것이고 내년 1월이 되면 원내교섭단체를 분명히 구성할 수 있다"고 20명 이상의 의원들이 연쇄 탈당할 것임을 자신했다.

    이와 관련, 임종천 대변인은 "내달 8일 국감이 끝나면 연쇄 탈당이 이어질 것"이라며 "호남 민심은 어차피 탈당하는 사람들이나, 신당을 만든다는 사람들이나 나중에는 하나로 합쳐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대감이 클 것"이라고 바라봤다.

    아울러 "추석 연휴가 끝나면 여러 신당 추진 주체들 간에 연쇄 회동이 있을 것"이라며 '신당 추진 주체들'로는 △천정배 의원의 개혁적 국민정당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신민당 △김민석 새시작위 의장의 민주당 △정동영 전 의장 △새정치연합 추가 탈당파 등을 꼽았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내달 8일 국정감사가 끝나면 원탁회의든 연석회의든 어떤 형태가 되든 간에 신당 창당을 선언한 여러 세력 간의 협의 테이블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추석 전에 연쇄 탈당과 신당 창당 선언을 통해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켰다면, 추석 이후에는 여러 신당 간의 통합 협상을 통해 국민 여론을 지속적으로 환기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주선 의원도 "10월 이후에는 (천정배 의원·박준영 지사와) 자연스럽게 만남이 이뤄질 것"이라며 "차분하게 서로의 역할을 하다보면 만나는 시점이 있으리라 본다"고 밝혔다.

    이에 비하면 이날 일부에서 문제를 제기한 국회 교문위원장 직의 유지 여부는 그야말로 '곁가지'에 불과한 작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기존의 제1야당을 대체할 새로운 대안 야당을 건설하는 큰 걸음걸이가 내딛어지는 상황에서, 교문위원장 직을 가지고 있느냐 내려놓느냐는 자잘한 사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일각에서는 국정감사 기간 중에 상임위원장이 탈당을 선언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이 때문에 대규모 세몰이를 하지 않고 국감에 방해되지 않는 시간대에 탈당 기자회견을 했으므로 이러한 지적은 그야말로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평이다.

    박주선 의원도 "(교문위원장에 대해서는) 마음을 비웠다"면서도 자신을 향한 새정치연합 일각의 비난에 대해서는 "국회법 절차에 따라 진행하면 될 뿐"이라고 일축했다. 야권 관계자도 "박주선 의원에게는 지난 7월 9일에 선도 탈당한 100여 명의 전직 당직자·당원 등 많은 지지자들이 있기 때문에 세(勢)몰이 형식으로 했다면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겠지만 국정감사를 배려한 것"이라며 "오히려 국감 시작 하루 전날에 재신임 카드를 던지는 등 국감 판을 뒤엎어놓고 나몰라라 한 것은 문재인 대표"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