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서울시 개입은 블랙코미디”..정부, 박 시장 발언 즉각 부인
  • ▲ 14일 오전 서울시청 신청사에서 열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책회의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14일 오전 서울시청 신청사에서 열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책회의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삼성서울병원에서 환자이송업무를 맡았던 직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확진판정을 받은 것과 관련, 박원순 서울시장은 삼성서울병원에 (병원 폐쇄 등의) 전권을 맡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정부와 서울시,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동특별조사단 구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시 자체로 대책본부를 구성한 뒤,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박원순 시장이, 도리어 시민들의 공포와 불안을 가중시키고, 의료시설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4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메르스 대책회의에서, “서울시는 삼성서울병원에 이런 전권을 맡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삼성서울병원 관련 메르스 대응은 병원에만 역할과 책임을 부여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서울시가 주체가 되는 공동특별조사단이 총괄해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37번 환자(삼성서울병원 환자이송업무 담당자) 발생은 메르스 확산의 또 다른 시작점이 될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보건복지부가 정부와 서울시,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공동특별조사단을 조속히 구성해 강도 높은 조사를 실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박원순 시장은 정부와 삼성병원의 대응에 불신감을 나타냈다. 박 시장은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대응과 관련, 국가방역망에서 사실상 열외상태에 놓여있었다. 그것이 오늘날 큰 화를 불렀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시는, 삼성서울병원 비정규직 직원 2,944명 전원에 대해 감염 중상 여부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 이송업무를 담당했던 137번 확진자가 비정규직이었고,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서울시의 판단이다.

    박원순 시장의 주장에 보건복지부는 해명자료를 내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병원 폐쇄 등을 결정할) 전권을 삼성서울병원에 줘선 안 된다”는 박원순 시장의 주장은, 전제된 사실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 ▲ 삼성서울병원의 모습.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삼성서울병원의 모습.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보건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확산방지를 위해 이미 13일 민간전문가를 주축으로 한 즉각 대응팀이 구성돼 총괄 지휘를 맡고 있다”며 박 시장의 발언을 반박했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13일 구성된 즉각 대응팀 행정지원반에 서울시 직원도 2명이 참여하고 있다며, “병원에 전권을 맡겼다”는 박 시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해명자료 마지막에 이례적으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발언 및 보도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원활한 협력이 저해되지 않기를 부탁드림’이란 문구를 넣어, 박원순 시장의 메르스 관련 행보에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박원순 시장의 잇따른 ‘복지부 때리기’는 정치권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

    새누리당 초·재선 모임인 ‘아침소리’는 15일, 박원순 시장의 최근 메르스 관련 행보를 ‘흑색서전’이라고 비판했다.

    이 모임 소속 하태경 의원은 “박원순 시장이 정부의 초등대응 실패, 늑장대응 등을 빌미삼아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흑색선전을 일삼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태경 의원은, 삼성서울병원 부분 폐쇄 등의 조치를, 병원이 전권을 가지고 결정한 것처럼 주장한 박원순 시장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미 8일 박근혜 대통령이 민관 전문가로 구성된 즉각 대응팀에 병원 폐쇄를 비롯한 전권을 준다고 했다”면서, 삼성서울병원 부분 폐쇄는 즉각 대응팀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태경 의원은 박원순 시장이 주장하는 것처럼 병원이 전권을 가지고 있었다면, 폐쇄를 결정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의사 출신인 박인숙 의원은 서울시가 2,944명에 달하는 삼성서울병원 비정규직 모두를 전수조사한다는 방침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 ▲ 메르스 관련 면회제한 된 삼성서울병원 입구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메르스 관련 면회제한 된 삼성서울병원 입구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박인숙 의원은 “(2,944명의 비정규직 전부를) 전수조사 한다는 건 환자를 포기하라는 이야기”라며, “전수조사를 누가 하나. 사람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인숙 의원은 “당장 고발할 일이고 정말 기가 막힌 일”이라며, “정치놀음도 분수가 있지, 박 시장은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이노근 의원은 “35번 확진자 뇌사 상태 오보가 났을 때, 기사를 보면 발언 진원지가 서울시 직원”이라며, “발언 진원지가 정말 서울시 직원이라면 형사 책임까지 물어야 하고, 주민들에게도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도 같은 날, 박원순 시장에 대해 “허위 과장된 사실을 가지고 공포를 확산시켰다.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박원순 시장이 심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언급한) 그 의사는 양식과 상식을 부정당하는 참혹한 결과를 가져왔고, 가족들이 충격과 스트레스로 환자의 증상이 악화됐다고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시장이 메르스 확산을 계기로, 잇따라 ‘보건복지부 때리기’에 나서면서, 박 시장의 전투적 행보에 대한 분석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박 시장의 과잉대응을 서울시장으로서의 당연한 책무라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던 지지율 반등을 노린 비정한 꼼수라는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실제 박원순 시장은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 주변에서는, 4일 밤 심야 긴급기자회견을 비롯한 박원순 시장의 적극적 행보가 결정적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원순 시장의 ‘삼성서울병원 때리기’를 같은 시각에서 바라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망자가 총 16명으로 집계된 15일 오전 삼성서울병원이 부분 폐쇄에 들어갔다. 메르스 환자와의 접촉으로 격리 조치를 받은 사람의 수가 발병 이후 처음으로 5,000여 명을 넘어섰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망자가 총 16명으로 집계된 15일 오전 삼성서울병원이 부분 폐쇄에 들어갔다. 메르스 환자와의 접촉으로 격리 조치를 받은 사람의 수가 발병 이후 처음으로 5,000여 명을 넘어섰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보건복지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되살리는데 성공한 박원순 시장이, 보건당국과 삼성서울병원을 하나로 묶어, ‘무능한 정부와 삼성서울병원’ 대 ‘메르스 구원자 박원순 시장’이란 대립구도를 형성하려 한다는 관측이 그것이다.

    정치권에선 보건당국과 날을 세워 정치적 입지를 상당 부분 회복한 박원순 시장이, 적어도 당분간은 ‘보건당국+삼성서울병원’ 대 ‘박원순’이란 구도를 이어가면서, 정부와 긴장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유독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날을 세우는 이유를, 박 시장의 시민활동가 이력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참여연대와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등의 상임이사로 있으면서,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의 후원금을 거둔 박원순 시장이,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대기업 길들이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을 둘러싼 대기업 후원금 논란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부터 제기됐다.

    2011년 9월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은 대기업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이들 기업들로부터 모두 8억7천만원을 기부 받았다.

    강용석 의원은 “박 변호사가 최근까지 상임이사로 재직했던 ‘아름다운 재단’의 최근 8년간 연차재정보고서와 월별운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자료를 보면, 박 시장은 2004년 3월부터 2009년 2월까지 사외이사를 지낸 포스코 ‘은빛겨자씨기금’으로부터 5억6,624만원을, 2003년 3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사외이사로 있었던 풀무원 ‘푸른세상을여는기금’을 통해서는 2억9,880만원을 각각 후원 받았다.

    강 의원은 이어, 박 변호사가 현대차그룹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으로 선정된 2007년 9월부터 퇴임한 2009년 9월까지, 그룹 계열사들이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한 금액이 5억216만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한나라당 김정권 사무총장도 “재벌로부터 돈을 받아 시민운동을 편안하게 한다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박 시장의 행적을 비판했다.

    삼성서울병원이 부분 폐쇄되면서 그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24일까지 통상적인 외래진료와 수술을 잠정 중단했다. 문제는 이 병원이 전국 암 수술의 약 10%를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다른 장기로의 전이 위험성이 높은 폐암, 대장암, 유방암, 위암 환자의 경우 수술 지연은 치명적일 수 있다. 간과 같은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경우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들 환자의 경우 25일 뒤로 수술을 미룰 수도, 지금 와서 다른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병원 부분 폐쇄의 역기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메르스 대책만 중하고 암환자들가 그 가족들의 고통과 생명은 고려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병원의 부분 폐쇄가 수술이 시급한 암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다. 병원이 25일 정상화되더라도 예정된 수술이 밀리면서, 이로 인한 혼란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 ▲ 삼성서울병원은 공지를 통해
    ▲ 삼성서울병원은 공지를 통해 "메르스 총력 대응을 위하여 부분적으로 병원을 폐쇄하고, 외래진료 및 입원을 한시적으로 제한하며, 응급수술을 제외하고는 수술 및 응급환자의 진료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며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모든 메르스 환자의 진료를 끝가지 책임지고, 보건 당국 및 지자체와 적극 협조한다"고 밝혔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하루 평균 8천명에 이르는 외래 환자와, 이 병원을 입원했다가 퇴원한 환자들이 다른 병원을 찾아갈 경우, 메르스가 다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박원순 시장의 발언이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료인들의 사기를 꺾고, 실제 의료현장과 거리가 있는 공무원들의 섣부른 접근을 부추기는 전형적인 ‘관치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소아과 전문의인 최대집 의료혁신투쟁위 공동대표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제대로 된 사실확인 없이 35번 환자에 대한 ‘인격살인’을 저지른 서울시가 이 상황에 개입하려는 것은 블랙코미디”라면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삼성서울병원의 방역관리에 개입해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최대집 대표는 일부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서울삼성병원의 메르스 대응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고 밝히면서, “감염·방역에 관한한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이 삼성서울병원에도 있는 만큼, 훌륭하게 대처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최대집 공동대표는, “메르스는 우리나라가 처음 겪는 질병으로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첫 확진환자를 발견했다는 것 자체가 매우 대단한 것”이라며,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난에 유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