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태랑이 만난 베테랑]

이명주 홍대 금속공예 교수 한국적인 성작 만드는 '미다스 손'

'기도를 위한 정물'展, 30년전 인연이 11번째 전시금속이 메인, 주문·보수 용이한 '조립식' 택해선반·촛대 등 제기 총 70여점 전시…간결한 외관으로 기도 방향 제시

김보라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5.08.26 15:27:56

 

[배태랑이 만난 베테랑] 직선적이고 간결한 형태의 기물에 시선이 멈춘다. 가까이서 보니 천주교의 미사 중에 사용되는 '성작'들이다. 현시대에 알맞은 제기의 모습을 표현했다고 말하는 이명주 작가. 그의 작품세계가 궁금해 직접 만나봤다.

 

 


◇11번째 개인展 '기도를 위한 정물'···검소·고귀한 성작 제작   금속이 메인, 주문·보수 용이한 '조립식' 택해

명동성당 내 갤러리 1898에서는 지난달 25일부터 오는 6일까지 '기도를 위한 정물'이란 주제로 이명주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생활에서 사용하는 잔에 대한 고찰에서 시작해 종교적 제기 중 하나인 성작으로 눈을 돌린 이명주 작가는 그의 열한 번째 개인전을 성작과 선반, 촛대 등 제기 총 70여점으로 장식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서 특히 "한국적인 성작을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성작은 '성스러운 술잔'으로 포도주를 담는 역할을 한다. 담기는 자체가 고귀하기에 그릇의 화려함에 치중하지 않고 최대한 간결한 형태를 택했다. 영화 '인디아나존스'를 보면 주인공이 나무소재의 성작을 고르면서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지 않나. 예수가 목수의 아들이어서도 있지만, '가장 화려하지 않았을 것'이란 의미도 크다. 이와 상통하는 검소하지만 고귀한 형태의 금속 잔을 만들고자 했고, 나는 그걸 한국적 성향에 맞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가 작품으로 사용한 주재료는 다름 아닌 '금속'이다. 때때로 필요하다면 보석이나 나무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화학약품을 통해 황하칼륨 착색을 하기도 하고, 도금을 활용하는 등 금속 공예로 활용할 수 있다면 최대한 사용했다. 또 이번 작품에선 기계로 성형한 '스피닝' 작업을 한 것이 특징.

"그간 일부 작가들이 선보인 성작들은 수공 생산이 많아 값이 상당히 비쌌다. 때문에 국내 성당에서는 외국기업에서 대량생산한 성작을 사다 들여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는 공정을 최소화해 보통 가격대의 성작을 만들고자 했고, 일일히 손으로 두드려 올리는 '레이징' 기법대신 '스피닝' 가공처리를 했다. 완전한 수공 느낌이 아니면서 산업디자인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전시된 성작의 대부분은 조립형태를 띠고 있다. 과도한 열을 가해 붙이는 '땜'작업을 하게 되면 금속이 물러져 견고함을 잃기 때문이다. 조립식은 쉽게 분리가 돼 주문자의 취향에 맞게 제작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 또 일부가 훼손돼도 쉽게 보수할 수 있다.

대게 성작은 은이나 황동을 쓰는데 이 작가는 단동을 사용했다. 도금이 더 잘 될 뿐더러 황동보다 골드빛에 가까워 더욱 품위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만약 도금이 벗겨졌을 때를 감안해도 단동이 더욱 효과적이다.

◇30년전의 첫 인연···전시회에 이르기까지

세상에는 대학의 전공과 무관한 삶을 사는 이들이 그토록 수두룩 하건만 이명주 작가는 그렇지 않았다. 이 작가는 37년 이상 금속공예와 인연을 이어오며 그간 수많은 조형물을 선보여온 금속공예 전문 작가이자 홍익대학교 교수이기도 하다.

장신구를 즐겨 만들어온 그에게 특별히 이번 전시회에서 성작을 택한 계기를 묻자 그는 "30년 전의 내 논문 기억이 떠오른다"고 회상했다.

"오래 전 석사논문으로 성작에 대해 연구를 한 적이 있다. 관련 작업을 펼치려던 찰나, 미국에 유학을 가면서 작업 방향이 바뀌게 됐다. 그후 수녀원에서 부탁이 들어올 때마다 종종 성작을 만들긴 했으나 작년 연희동 성당의 신부님이 주문을 하면서 본격적인 작업을 하게 됐다"
 
사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성작과 관련한 공예는 대중적이지 않다. 작가층이 많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작품 활동은 큰 의미가 있다. 게다가 대량으로 생산되는 일반적인 성작들과 가격대를 맞추기 위해 공정을 간소화한 점까지 고려하면, 단순한 가공 기법을 택한 그의 작품은 선구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앞으로도 그 만의 성작을 만나볼 수 있을까 싶어 계획을 묻자 그는 다음 전시의 기약을 귀띔했다.

"이번 전시회는 처음 계획과 비교해 성작 60%만을 선보였다. 오는 6월 말에 전시를 하려 했는데 사정상 3개월을 앞당긴 까닭이다. 때문에 작업 중인 성작들이 많이 남아 있고, 작품에 대한 반응도 좋아 작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30년 전을 회상해보면 좀 더 적극적이지 못했던 점에 대한 아쉬움도 남아 있고···" 

그러면서 금속을 메인으로 다룬 만큼, 관련 작업에서 이만한 좋은 본보기는 없다며 후배·제자들을 위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요즘 금속공예의 흐름이 장신구 위주로 펼쳐지다 보니 타소재를 많이 활용하게 되면서 금속만 사용한 작품들이 많이 줄었다. 사실 내 작품은 대학교 2·3학년 때면 다 배우는 기법을 활용, 작품화했다는 점에서 금속공예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됐을 것이다. 특히 잔에 대한 유머스러움을 보여주는 '더블 컵'은 눈여겨 볼 만하다. 뒤집어서 '양쪽을 쓸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이 전시회를 통해 기도의 방향과 '담는 것'이라는 용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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