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자유분방함

  • 책『마지막 정육점』의 작가 김도연과 지난 15일 정동극장에 위치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김도연은 "그동안 '마지막 정육점' 소설을 쓰는게 가장 행복했다"며 "'마지막 정육점'을 읽은 독자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쓰는게 행복하다고 말한 김도연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자유분방함을 보이고 '꿈같은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현실 같은 꿈'을 드러내는 것이 그의 환상을 특별하게 만든다고 호평을 받는 작가다.


    김도연은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나 강원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1991년 강원일보, 199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2000년 중앙신인문학상, 2008년 허균문학작가상, 2011년 무영문학상, 2013년 강원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그는 소설집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십오야월』『이별전후사의 재인식』, 장편소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삼십 년 뒤에 쓰는 반성문』 『아흔아홉』『산토끼 사냥』, 산문집 『눈 이야기』『영嶺』을 펴냈다.


    이번 작품 『마지막 정육점』에서 가장 독특한 점은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이다. 시공간이 자유자재로 변주하는 듯 하다. 이 소설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뛰어넘는데, 타당성이 부여되는 소설이다.


    김도연이 택한 공간은 오대산 월정사와 사하촌의 정육점이다. 그가 말하는 "'현실 같은 꿈'에서 인간세상이란 배 가른 돼지들을 갈고리에 널어놓은 정육점과 같다"고 한 부분이다.


    그 죽음 속에 자신이 있었고 또다른 이들의 죽음을 자신이 죽고 나서야 비로소 볼 수 있었다. 
    -본문 중에서



  • <줄거리 및 정보>


    결혼식 다음날 교통사고를 당한 신혼부부가 십일 일간의 환상적인 신혼여행을 한다. 생과 사의 경계선에서 쫓고 쫓기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결혼식 다음날 교통사고를 당한 도식과 옥자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약 반세기에 걸친 과거, 현재, 미래의 시공간을 넘나든다.


    그들은 부모가 살았던 한국전쟁 이후의 혼란스러운 풍경과 어린 시절 풍문으로 들었던 역사의 비극적 현장을 생생히 체험하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제멋대로의 시공간에 떠밀려 다닌다. 그들은 자신들이 왜 제대로 죽지 못하고 여기에 있는지, 왜 이런 장면들을 보고 있는지, 우리는 과연 무얼 할 수 있는지 묻는다. 


    아래는 『마지막 정육점』 작가 김도연과의 일문일답



    - 절·사원(寺院)을 소재로 한 소설이 흥미롭습니다.


    ▲김도연 : 
    어렸을 때 절 아래에서 자라와서 그런지 절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이 소설은 6.25 전쟁을 겪고 허무함을 달래기 위해서 스님이 된 남자들이 아내가 될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생기는 이야기입니다. 자연스럽게 애정 문제도 겹치게 되고, 시간이 지나서 두 사람의 자식들이 태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 자식과 자식들이 또 얽히고 부부가 됩니다. 어떻게 보면 50년에 걸쳐진 이야기로 소시민의 인생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마지막 정육점에 나오는 편지의 내용이 섬세합니다. 작가님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부분이 어디었나요.


    ▲김도연 : 
    편지부분은 옥자의 연애시절 주고 받은 편지입니다. 편지의 두 주인공은 화전민의 딸과 절에 공부하러 들어왔다가 스님이 될까 고민하는 남자가 주고 받은 내용입니다. 저도 그 대목이 소설을 쓰면서 재밌었던 부분중에 하나입니다. 또 옥자와 도식의 철없던 시절의 연애 이야기도 가장 유쾌한 부분이죠.


    -책 속의 주인공 중에서 가장 응원하는 주인공을 꼽자면?


    ▲김도연 :
    저는 옥자를 응원합니다.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미리 찍어놓는 등 단순한 여자입니다. 소설속에서는 뚱뚱한 여자로 묘사를 했습니다. 본인의 그런 모습으로 남자에게 다가간다면 분명히 싫어할 것 같은 마음. 또 옥자라는 친구가 도식을 자신의 남편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을 쓰면서 옥자에게 마음이 쏠렸습니다.

     

    -자기와 닮은 주인공이 누구인가요?

     

    ▲김도연 : 
    세상의 허무함을 느껴서 스님이된 도식의 아버지와 닮은 것 같습니다. 종교와 사랑에 갈등을 느끼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종교를 버린 남자이지요. 그리고 정육점집 딸과 결혼을 하게 되고 나중에는 먹고 살기 위해서 포수의 길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산돼지를 잡으러 가다가 변을 당해서 생을 마감합니다. 어떻게 보면 한 인간의 걸어갈 수 있는 큰 길을 대부분의 길을 밞고 가지 않았나 싶어요. 우리 부모세대들이 했던 고민과 비슷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작가님의 이상형은 옥자인가요?


    ▲김도연 : 
    소설속에서 보면 사실은 옥자의 엄마이자 화전민의 딸로 태어나서 살다간 은실에게 끌립니다. 그리고 이상형이라는 것과 운명이 결정되는 것은 별개의 일 입니다. 잘되면 누가 원망하고 술을 마시고 화를 내겠습니까. 사람들은 살다보면 갈 수 없는 상황들이 왕왕 벌어지죠.


    -책속의 시점과 과거가 넘나듭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자유분방함을 보여줍니다. 그 방식이 매력적인 이야기와 만나고 있어요.


    ▲김도연 :
    살지 않았던 자신의 이야기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당사자가 겪지 않은은 이야기를 어떻게 전해야 할까를 고민하다보니, 무의식 상태에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주인공인 젊은신혼부부가 결혼식 후 대관령에서 전복되는 상황입니다. 의식 불명의 상태의 신랑신부가 꿈인지, 환상인지 모르겠지만, 의식 불명의 상태에서 부모의 세대로 쭉 올라가는 것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소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이 영화화 돼 촬영할 때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김도연 :

    소설은 혼자하는 장르인데,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움직입니다. 소설은 내가 마음에 안들면 지우고 다시 쓰면 되지만, 영화는 혼자하는게 아니라는게 이상적이었어요. 또 소설에 갑작스러운 표현을 하면 안됩니다. 예를 들면 '마른하늘에 벼락이 친다' 이 문장이 소설에 있을 때와, 영화로 만들어질 때와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영화를 통해 이 문장을 관객에게 보여지게 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또 고생했던 스탭들 감독들, 친구, 밥과 술을 먹고 마셨을 때 인상이 깊었습니다. 처음보는 배우들과 술도 마시는 것도, 소설을 쓰면서 겪어보지못한 일들이었습니다.

     

    -마지막 정육점이 영화로 탄생한다면 캐스팅을 누구로 하고 싶은가요?


    ▲김도연 :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을 임순례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죠. 그때에도 그 배역을 누가 맡을까? 하고 생각을 해본적 있긴 합니다. 여배우에 대한 기대도 있었죠. 같이 다니게 되면 술 한잔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생각을 했어요. 그렇지만 난 소설가인데, 어렴풋이 상상은 하겠지만, 그것은 김칫국을 마시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봅니다. 그런데 책은 점점 읽지 않습니다. 왜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지 작가로서 한마디 해주세요.


    ▲김도연 : 
    사람들이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는 여러가지 답이 있겠지만, 제 식으로 말한다면 아주 조용하게 차분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저도 소설도 쓰지만, 다른 사람의 책을 읽는데, 읽을때마다 다른 사람의 상상력을 엿보기도 합니다. 그 소설에 상상력을 덧붙일 수 있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기 때문에 책을 읽습니다.


    -글은 언제부터 쓰셨는지


    ▲김도연 : 
    글을 쓰면 멋있을 것 같아서 대학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이유로 시작했기 때문에, 오히려 소설가가 되고 나서는 힘들어 단순한 이유로 시작한 계기가 후회되기도 했습니다.


    -언제까지 쓰실건지 궁금합니다.


    ▲김도연 : 
     돌려서 말하면 열심히 책을 읽고 상상을하고 새로운 이야기 거리가 나오길 바랍니다. 그게 나오는 계속 글을 쓸 수 있겠지요. 어떻게 보면 꿈이고 이상이지만, 죽는 날까지 글을 쓰고 싶습니다. 아무리 글을 쓰고 싶어도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때에는 쓰지 못하겠지요.


    -'마지막 정육점'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도연 : 
    이 소설을 쓰는 동안 행복했습니다. 지금껏 소설을 쓰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썼던 시간들이 책으로 나온 것도 기쁩니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전해질지, 이해될지 모르겠지만, 독자들도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좋은 기억이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