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북한 핵개발 실태 파악 위해 포섭 시도” 남아공 정보기관 문서 폭로
  • ▲ 카타르 위성방송 '알 자지라'는 23일(현지시간) 남아공 정보기관 NIS의 문서를 입수, 英 MI6와 남아공 NIS가 북한 남성을 스파이로 만들기 위해 합동작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알 자지라 관련 보도화면 캡쳐
    ▲ 카타르 위성방송 '알 자지라'는 23일(현지시간) 남아공 정보기관 NIS의 문서를 입수, 英 MI6와 남아공 NIS가 북한 남성을 스파이로 만들기 위해 합동작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알 자지라 관련 보도화면 캡쳐

    英작가 '이언 플레밍'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007' 시리즈. 그 중에서도 '어나더데이' 편에서는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려는 미치광이 북한 독재자를 막느라 고군분투한다.

    영화와는 조금 다르지만,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현실에서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다. 그 단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정보기관 비밀문서가 공개돼 이목을 끌고 있다.

    23일(현지시간) 英 가디언, 카타르의 알 자지라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정보기관 내부 문서를 입수해 그 내용을 공개했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기록된 것으로 보이는 남아공 정보기관 문서에는 영국 대외정보기관 MI6와 남아공 정보기관 NIS가 북한 남성을 ‘스파이’로 포섭하기 위해 협력했던 내용이 들어있다.

    이에 따르면, 2006년 영국 대외정보기관 MI6에서 남아공 정보기관 NIS에 협조 요청을 해왔다고 한다. “북한 남성 한 명이 곧 남아공을 방문할 테니 그에게 항공편 정보와 안가(安家, Safe House)를 제공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남아공 NIS가 북한 남성에게 편의를 제공하면, 그와 몰래 만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당시 MI6는 남아공 NIS에게도 얻은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하고, “북한의 비밀 핵개발 프로그램을 파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끈질기게 설득했다고 한다.

    남아공 NIS 문서에 따르면, 이 북한 남성은 英MI6로부터 “스파이가 되어주면 충분한 보상과 함께 안전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는 제안을 받은 뒤 1년 넘게 답신을 주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 ▲ 英런던 템즈 강변에 있는 대외정보국 MI6 본부. ⓒ제임스 본드 홈페이지 캡쳐
    ▲ 英런던 템즈 강변에 있는 대외정보국 MI6 본부. ⓒ제임스 본드 홈페이지 캡쳐

    남아공 NIS 문서에는 英MI6 측은 이 북한 남성이 ‘귀중한 정보원(Asset)’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남아공 NIS 문서에 관해 처음 보도한 카타르 ‘알 자지라’는 북한 남성의 신변안전을 위해 그가 북한에서 어떤 직위에 있으며,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알 자지라는 또한 “이번에 유출된 남아공 NIS 문서는 편집된 것이라 MI6가 언제 남아공에 협조를 요청했는지, 북한 남성과 실제로 접촉을 했는지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밝혀 유출된 문서가 관련 보고서의 일부임을 밝혔다. 

    한편 이번에 공개된 남아공 NIS 문서 가운데는 한국 국가정보원이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고위급 인사들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내용과 이란의 핵 위협을 놓고 모사드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간의 의견 대립이 있었다는 내용, 美CIA가 정부의 ‘금지 명령’을 어기고 팔레스타인 테러조직 하마스와 접촉했다는 내용,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이 팔레스타인을 압박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