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겐 너무 아찔한 '세월호 청춘열차'

    -이 열차는 희망을 향해 달리는가, 아니면 절망을 향해 달리고 있는가-

     여 명 (한국대학생포럼 회장/숙명여대 정치외교학3)

1월 16일 저녁, 팽목항으로 향하는 열차 한 대가 있었다.
일명 ‘세월호 청춘열차’이다.
일반인과 청년을 대상으로 216명의 비통한 숫자를
우겨 맞춘 이 열차는 팽목항에서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남긴 노란색 ‘희망’ 풍선을
하늘로 날려보내며 피날레를 장식한 모양이다.
이 열차는 1월 24일, 고등학생들과 대학생을 싣고
한 번 더 팽목항으로 향했다. 
 
이 세월호 청춘열차에는 여러명의 강사가 참여했다.
신부, 변호사, 농민, 노동자, 선생님의 열차 안 강연과 함께하는 이 열차는
우리사회의 다양한 직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매력적인 프로그램을 포함하고 있다.
물론 ‘세월호’ 청춘 열차이기에 유가족의 강연(?)도 포함되어 있다. 

 팽목항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기원하는 해돋이를 마친 참가자들은
남도 ‘맛 기행’으로 마지막 프로그램을 소화한다.
추모의식에 이은 청춘남녀의 맛 기행이라.
포스터만 봐서는 문화행사인 것인지 교육행사인 것인지 추모행사인 것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내가 보기엔 저 청춘열차는 선동열차다.
‘선동’이라는 노골적인 언어로밖에 표현이 안 된다.
참가 농민은 전국농민회총연맹의 사무국장이다.
전농은 지금은 해산 된 통합진보당과 연대하여
FTA 쌀 시장 개방 반대를 위시한 반미투쟁을 해왔다.
변호사는 당연한 얘기겠지만 민변 소속이며,
노동자를 대표하는 강사는 민노총 소속의 변호사였다.
노동자, 농민, 변호사, 신부와 같은 고유명사 뒤로
청소년과 청년들을 의식화하는 척후병들이 대기하고 있던 것이다.
무엇보다, 주최 측인 신난초씨는 전(前)통합진보당 청소년위원장이다.   
  •  행사직후 주최측에서 올린 사진을 보면 
    우리나라 인권문제 Best5 1위에 세월호 참사가, 2위에 통합진보당 해산이 이름을 올렸다.
    세월호 참사와 통진당 해산이 왜 인권문제인가.
    각각은 안전사고 문제이자 대한민국이 아닌 북한을 조국으로 여기는 자들이 구성한 당을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헌법재판소가 심판한 헌법문제였다.
     
     도대체 무엇을 잊지 않겠다는 것이고, 진상규명은 또 뭐란 말인가. 
     
     일례로 한․일관계의 내셔널리즘을 자극할 때 마다 즐겨 쓰이는 문장이 있다.
     ‘역사를 잊은 자에게 미래는 없다.’
    그러나 이는 단재 신채호 선생이 하신 말씀도 아닐뿐더러
    저 문구를 일본이 쓴다고 하면 아주 무서운 논리가 된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일본제국주의에게 침탈당하고 갖은 수치를 당한 사실 그 자체보다
    “왜”라는 질문이다.
    “왜” 우리가 이웃국가에게 역사를 유린당했는지,
    당시에 우리는 “왜” 나라를 지킬 힘이 없었는지를 분석하고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분노로 얼굴이 붉어지라고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역시 마찬가지다.
    세월호가 침몰한 그 사건 자체보다,
    “왜”그러한 비극이 우리나라에 닥쳐왔는지.
    혹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 참사에 대해
    각자의 위치에서 조금씩 책임을 지지 않음으로써
    조금씩 기여를 했던 것이 아닌 지를 반성해고
    다시는 이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유가족분들 중에서 자식이 왜 그러한 비극을 맞았는지
    그 원인을 참사 10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도 모르는 분이 있다면
    조심스런 얘기지만 그 분은 부모 자격이 없다.
    욕심 많은 배 소유주의 부실선박에 대한 집적, 관료들의 도덕적 해이, 안전불감증 등의
    진실은 이미 밝혀진 지 오랜데
    슬픔과 분노를 조장하는 쪽은 아주 무서운,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도사리고 있는 양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   

     뉴스보도에 따르면 이 행사에는 500명의 참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한다.
    저들의 기획력에 박수를 보내며, 더 이상은 전 국민에게 집단적 상처를 안겨준 참사를
    본인들의 선전도구에 이용하지 않기를 부탁 드린다.

    나는 통합진보당 해산 다음날, 구 통진당 의원 5인이 가슴팍에
    그 무슨 방패인 양 노란 색 리본을 달고 나온 것을 보고
    구역질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