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독일공산당(KPD) 해산결정이 한국에 주는 교훈

    배진영   

    *2011년에 작성된 글
    -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사회주의 체제 추구하는 민주노동당을 방치해 둘 것인가? - 
    裵 振 榮: 月刊朝鮮 기자  /한양대학교 법학과 졸업/(現) 月刊조선 기자(차장대우)
    「건국의 아버지 李承晩」 (월간조선 2008년2월호)/ 「위대한 CEO 朴正熙의 열 가지 성공조건」 (월간조선 2001년 3월호) 등의 기사 집필. 특히 2004년 월간조선 4월호에 실린 ‘경고! 귀하의 자녀들은 위험한 교과서에 노출돼 있다'를 통해 高校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의 左편향성을 최초로 고발.

    바이마르공화국 시절, 아돌프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는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반감과 함께 바이마르공화국 체제를 전복(顚覆)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하게 표출했다.
    하지만 그들은 거의 제재를 받지 않았다.
     가치상대주의(價値相對主義)를 추구했던 바이마르공화국은 나치와 같은 체제 전복세력에 대해서도 관용을 베풀었던 것이다. 그 결과 히틀러는 선거에서의 승리와 보수정당들과의 연합을 통해
    합법적으로 정권을 장악한 후 의회민주주의를 폐지하고 1당독재정권을 수립했다.

    나치 독재의 체험은 “올바른 이념은 다수(多數)국민에 의해 선택되고, 그릇된 이념은 국민의 외면으로 자연히 도태될 것”이라는 ‘사상의 자유시장’이론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러한 반성의 결과 나타난 것이 ‘방어적·전투적 민주주의’였다.
    이는 한 마디로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민주주의 그 자체를 공격하고,
    자유의 이름으로 자유 그 자체를 말살하려는 헌법질서의 적(敵)에 대해서는
    민주주의 스스로 방어적·전투적 장치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념이다.
    1949년 제정된 서독 기본법(헌법)상의 위헌(違憲)정당해산제도는
    바로 이러한 요구의 산물이었다. 

    기본법 제21조 제2항은 “목적이나 추종자의 행태에 있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 또는 폐제(廢除)하려 하거나, 또는 독일연방공화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려고 하는 정당은 위헌이다.
     위헌성의 문제에 대해서는 연방헌법재판소가 결정한다”고 규정했다 (위헌정당해산제도). 
  • ▲ 폭력으로 치달은 독일 공산당집회 광경(자료사진).
    ▲ 폭력으로 치달은 독일 공산당집회 광경(자료사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가치에 구속되는 질서”

    지난 60년 동안 서독(독일)에서 위헌정당으로 해산된 것은 모두 두 건(件)이었다.
    하나는 1952년 있었던 신나치정당인 사회주의국가당(SRP) 해산결정이고,
     다른 하나는 1956년의 독일공산당(KPD.Kommunistische Partei Deutschlands) 해산결정이다.

    SRP 해산결정에서 연방헌법재판소는 “기본법 제21조 제2항이 의미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일체의 폭력적·자의적(恣意的) 지배를 배제하고 그때그때의 다수의 의사의 평등 및 자유에 의거한 국민의 자기결정(自己決定)을 토대로 하는 법치국가적 지배질서를 의미하는 질서”라면서 이와 같은 질서의 기본원리로 △ 기본법 중에서 구체화되고 있는 제(諸)인권의 존중, 특히 생명과 자유로운 발전을 위한 인격권의 존중, △ 국민주권, △ 권력분립, △ 정부의 책임성, △ 행정의 합법률성(合法律性), △ 법원의 독립, △ 복수(複數)정당제, △ 반대당의 합헌적인 결성·활동권과 더불어 모든 정당에 대한 기회균등 등을 들었다.

    아울러 연방헌법재판소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가치(價値)에 구속되는 질서이며, 배타적 지배 권력으로서 인간의 존엄성, 자유와 평등을 부정하는 전체주의 국가에 반대되는 질서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질서가 있을 수 있다’는 SRP 대표자의 관념은 잘못된 것이다”라고 판시(判示)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가치상대주의와 결별했음을 분명히 했다.

    SRP에 대한 해산결정이 있은 지 4년 후, 연방헌법재판소는 독일공산당(KPD)에 대해 해산결정을 내렸다. ‘마르크스주의를 이론적 기반으로 하는 노동자 계급의 전위(前衛)정당’을 자처하던 KPD는 1945년 이래 서독의 재(再)군비 반대, 소련 등 동구제국(東歐諸國)과의 평화조약 체결, 독일의 재(再)통일 등을 주장해 왔다. KPD는 1949넌 연방의회 총선거에서는 유효투표의 5.7%를 획득해 15개의 의석을 차지했지만, 1953년 총선에서는 유효투표의 2.2%를 얻는데 그쳐 의석은 하나도 차지하지 못했다. 아데나워 정부가 KPD를 헌법재판소에 제소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 ▲ 독일 공산당 지역 당사들을 강제 폐쇄하는 장면.(자료사진)
    ▲ 독일 공산당 지역 당사들을 강제 폐쇄하는 장면.(자료사진)

    독일공산당 제소 이유

    첫째, KPD는 그 목적과 당원의 행동에 비추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폐제하려 하였으며, 연방공화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려고 기도하고 있다. KPD는 폭력혁명의 방법으로 연방공화국의 권력을 장악, 프롤레타리아 독재국가를 수립하려고 하는 혁명정당이다. KPD는 당헌(黨憲)에서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지배의 달성을 표방하고 있고, 이는 강령(綱領), 성명, 당원의 행동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둘째, 이상과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KPD는 기본법 전문(前文)에 규정된 독일 재통일의 요청을 남용하고 있다. 이것은 KPD가 그 당헌 중에 수용하고 있는 민족전선(독일의 좌파통일전선단체) 강령에 비추어 명백하다. 민족전선은 동독의 사회주의통일당이 그 조직을 지배하고 있다. KPD는 그 강령에서 혁명 또는 폭력적 투쟁 수단에 의한 ‘아데나워 체제’의 전복을 주장하고 있고, 이 투쟁에서 KPD는 이른바 독일민주공화국(동독), 인민민주주의, 소련에 의한 지지까지도 기대하고 있다.

    한 마디로 독일공산당이 독일의 재통일 등을 빙자하여 동독공산정권과 소련의 조종 내지 지원
    아래 서독체제의 전복과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획책했다는 고발인 것이다.
    이에 대해 독일공산당(KPD)은 다음과 같이 항변했다.

    <첫째, KPD는 서독기본법의 내용이 되고 있는 자유민주적 제(諸)원리와 모순되는 정치적 발전을 저지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정당이며, 연방정부야말로 KPD의 그와 같은 호헌적 정치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KPD의 정치활동을 억제하려고 하는 것이다.

    둘째, 마르크스-레닌주의적 세계관의 신봉은 서독기본법에 의해 기본권의 하나로서 보장되고 있다. 마르크스-레닌주의의 궁극적 목표는 사회주의=공산주의의 지배질서이지만, 독일이 통일되기 이전에는 사회주의 혁명과 사회주의 사회의 건설은 달성될 수 없다. 서독기본법 하에서의 KPD의 구체적 목표는 양(兩)독일이 평등한 입장에서 참여하는 집단안전보장제도에 의한 평화의 유지와 보장, 민주적 기초에 입각한 독일의 평화적 재통일, 헌법적 질서에 의거한 민주적 권리와 자유의 보장 및 확장 등을 추구하는 것이다.

    KPD가 ‘아데나워 체제’를 폭력적 방법으로 전복할 것을 주장하는 문서는 없다. KPD의 시위·항의·파업 등의 행위는 헌법적 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행한 것이다. KPD는 독일 재통일에 대한 헌법상의 요청을 남용한 바 없으며, 동독의 지배질서를 서독에 이식(移植)하려 한 바 없고, 민족전선의 목적을 실현하려 한 바도 없다. 오히려 연방정부가 서독기본법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KPD는 정당으로서 정치적 저항권을 행사한 것이다.>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불합치”

    하지만 연방헌법재판소는 “독일공산당(KPD)이 의도하는 프롤레타리아 혁명과 프롤레타리아 독재국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합치되지 않는다”면서 KPD에 대해 해산결정을 내렸다.

    연방헌법재판소는 KPD의 독일 재통일 주장에 대해서 “KPD의 독일 재통일 주장은 그 실제 정책을 평가하여 볼 때, 궁극적으로는 연방공화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므로 이는 위헌적인 것이다”라고 판시했다. 연방헌법재판소는 KPD가 저항권 운운 한데 대해, “저항권은 오로지 보수적인 의미에서, 다시 말하면 법질서의 유지 또는 회복을 위한 긴급권으로서만 이용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저항권을 빙자하여 사회혁명을 획책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연방헌법재판소는 정당해산의 요건과 관련해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견해를 피력했다. 

    △ 정당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최고원리들을 인정하지 않는 것만으로 곧 위헌이 되는 것은 아니며, 그밖에 현존질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공격적 태도가 첨가되지 않으면 안 된다. 

    △ 서독기본법 제21조 제2항은 형법 제81조와 같이 구체적 기도를 요건으로 하지 않으며, 경향상 당의 정치노선이 원칙적·영속적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항할 의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충분하다.

    △ 정당은 모든 종류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보다 쉽사리 폐제하기 위한 과도적 단계로 이용하기 위해 연방공화국의 현존질서와는 상이한 자유민주주의의 사회적·정치적 내용을 추구한다면, 그것만으로 곧 위헌이다.

    1956년 연방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된 독일공산당은 1968년 재건됐다. 위헌정당으로 해산된 정당의 대체정당을 결성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서독정부는 한때 재건된 독일공산당(DKP.Deutsche Kommunistische Partei)에 대한 제소를 검토했으나, 결국 묵인하는 쪽을 택했다. 굳이 강제해산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DKP의 정치적 영향력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독일통일 후, 독일 사회 일각에서는 동독 시절 집권당이었던 독일사회주의통일당(SED)의 후신인 민주사회당(PDS)에 대한 제소 여론이 나왔다. 하지만 “40여 년간의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동독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들에게도 정치적 참여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이유에서 PDS의 선거 참여가 허용됐다. 

    韓헌재, “사유재산제도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내용에 포함”

    독일의 정당해산 사례, 특히 독일공산당(KPD) 해산 사례를 자세히 살펴본 것은 오늘날 우리나라도 비슷한 고민거리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의 존재가 바로 그것이다. 

    대한민국헌법 제8조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민주적 기본질서’는 헌법 전문(前文) 등 헌법 전체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보호를 그 최고의 가치로 인정하고 있고, 그 내용은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 즉 반국가단체의 1인 독재 내지 1당 독재를 배제하고,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평등의 기본원칙에 의한 법치주의적 통치를 말한다”면서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 △ 기본적 인권의 존중, △ 권력분립, △ 의회제도, △ 복수정당제도, △ 선거제도, △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 사법권의 독립 등을 들고 있다 (헌재 1990.4.2 89헌가113). 

    이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내용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흡사하지만,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를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독일의 경우와 다르다. “소유권에 대한 공적 보장과 개인의 자유 사이에는 긴밀한 관계가 있다”(리처드 파이프스)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 헌법재판소가 자유민주주의의 내용으로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를 포함시키고 있는 것은 탁견(卓見)이라고 하겠다. 이상의 헌법규정과 헌법재판소의 결정례(판례)를 염두에 두고 민주노동당의 목적과 활동을 검토해 보자.

  • ▲ 한미FTA 비준을 반대한다며 2011년 11월 국회 의장석에 최루탄을 던진 전 통진당 김선동의원.
    ▲ 한미FTA 비준을 반대한다며 2011년 11월 국회 의장석에 최루탄을 던진 전 통진당 김선동의원.
    민노당, “사회주의적 가치 계승”

    민주노동당의 강령과 당헌을 보면, 민주노동당이 과연 대한민국의 헌법질서 안에 수용될 수 있는 정당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강령 전문(前文)에서 민주노동당은 △ 노동자와 민중 주체의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 △ 화해와 평화의 자주적 민족통일국가 건설, △ 자본주의의 질곡을 극복하고, 노동자와 민중 중심의 민주적 사회경제체제 건설, △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사적 소유권 제한과 생산 수단의 사회화 등을 선언하고 있다.

    한 마디로 노동자-농민 등 민중, 다시 말해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기반으로 한 사회주의 체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강령도 “인류사에 면면히 이어져 온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계승 발전시켜 새로운 해방공동체를 구현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그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체제가 사회주의 체제임을 자인(自認)하고 있다.

    정치 분야의 강령 가운데는 “정치의 근본 혁신을 통해 구시대 정치인, 낡은 법과 제도와 구조를 전면 청산”하고,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 부패정치인들에 대해 영구적인 선거출마금지 조치 등을 실시해 공민권을 대폭 제한 한다”고 한 것이 눈에 띤다. 명분이야 어떻든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참정권 제한 내지 정치적 숙청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통일과 관련해 민주노동당은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는 머지않아 도래할 것으로 예견되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동북아 신냉전이 구축되기 이전에, 최소한 국가연합이나 연방제 방식의 통일이라도 이루어 국제적으로 우리의 민족통일을 기정사실화하는 일”이라고 하여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고 있다.

    경제 분야로 들어가면 민주노동당의 사회주의적 색채가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와 민중 중심의 민주적 경제체제를 지향한다”면서 “민주적 경제체제는 소유의 사회화와 사회적 조절을 다양한 소유와 시장적 조절보다 우위에 둠으로써 자본주의적 모순을 해결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들은 더 나아가 △ 총수 일족의 지분을 공적 기금을 활용해 강제로 유상(有償)환수하여 재벌을 해체하고, 해당 기업의 노동자를 비롯해 다수 국민들이 소유에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 참여기업으로 전환, △ 공공성이 높은 통신, 운수, 병원, 학교 등은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으로 전환, △ 농지와 소규모 생활터전용 소유지를 제외한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는 국·공유화, △ 국민경제를 기획하고 사회적으로 조절하는 경제정책위원회 창설, △ 각종 금융기관은 공적 소유와 경영을 기본으로 함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리 저리 말을 돌리고는 있지만, 이는 결국 사유재산권과 시장경제제도를 종속적인 위치로 떨어뜨리고, 국·공유(國·公有)를 중심에 두는 사회주의 통제경제체제를 수립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이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고 한 헌법 제23조1항,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19조 제1항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다.
  • ▲ 한미FTA 비준을 반대한다며 2011년 11월 국회 의장석에 최루탄을 던진 전 통진당 김선동의원.
    민노당은 계급 정당

    민주노동당 당헌 전문(前文)에서는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농민, 영세상공인, 도시빈민의 정당이며, 여성, 장애인, 청년과 학생, 양심적 지식인의 정당”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이는 민주노동당이 프롤레타리아계급정당임을 자인하는 것이자, “조선노동당은 우리나라에서 노동계급과 전체 근로대중의 선봉적 조직적 부대이며, 전체 근로대중 조직체 중에서 최고형태의 조직”이라고 선언하고 있는 북한노동당과의 친연성(親緣性)을 확연히 보여주는 것이다.

    “민노당 내 NL이 김일성주의자들이라면, PD는 박헌영주의자(스탈린주의자)”라고 한 주대환(周大煥) 전 민노당 정책위 의장(현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의 비판은 이 점에서 되새겨볼만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정당의 목적 뿐 아니라 활동 면에서도 민주노동당은 많은 위헌성을 안고 있다.
    우리는 민주노동당의 일부 당원들이 간첩행위를 한 것(일심회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당내 관련자들의 책임을 묻기는커녕 관련자들을 비호하고, 공안당국을 비난했으며, 당내 비판세력들에 대해서는 “더욱 더 친북(親北)해야 한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독일 헌법학자들의 견해에 의하면, 정당의 일반 당원이 정당의 노선과는 별개로 개별적으로 행한 행위가 정당의 행위로 인정되어 정당해산과 연결될 수는 없지만, 그 정당이 이러한 행위를 의식적으로 묵인하거나 지원할 때, 또는 이러한 행위를 비판하거나 출당(黜黨)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정당의 행위로 간주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민주노동당과 그 산하단체, 지구당, 소속의원들이 국가보안법폐지, 이라크파병반대, 한미FTA반대, 삼성 경영권 세습 반대,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등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렸던 것은 민주노동당이 대한민국의 현존 질서에 대해 지속적으로 공격적인 태도와 경향을 취해 왔음을 보여주는 방증(傍證)이 될 것이다. 

    위헌정당으로 해산 당했던 독일공산당의 경우와 민주노동당의 경우를 비교해 볼 때, 그리고 우리 헌법의 정당해산 관련 규정이나 헌법재판소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정의(定義)에 비추어볼 때, 민주노동당은 위헌의 혐의를 벗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아직 위헌정당 해산결정을 내린 적은 없지만, “어떠한 정당이 외형상 민주적 기본질서를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강령 및 활동이 폭력적 지배를 추구함으로써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반되는 경우, 우리 헌법 질서에서는 용인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헌재 2001.9.27 2000헌마238등).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4년 6월에 국민행동본부 등 보수단체가 정부에 민주노동당에 대한 정당해산 청원을 제출했으나, 기각(棄却)당했다.

    터키에서는 집권당에 대해 해산 결정

    설령 정부가 민주노동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청구를 할 경우, “지난 4월 제18대 총선에서 5석(지역구 2석, 전국구 3석)의 의석을 차지했고, 선거 때마다 일정한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현실 정치세력을 위헌정당으로 강제 해산시키는 것이 정치적으로 가능하거나 바람직한 일이냐”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터키에서 있었던 복지당 해산결정은 이에 대한 좋은 대답이 될 것이다.
    1995년 총선에서 22%를 득표, 전체 550석의 의석 가운데 158석을 차지한 복지당은 이듬해 6월에는 중도보수 성향의 정도당(正道黨)과 연립정부를 수립해 집권당이 됐다. 

    하지만 이듬해 5월 터키 검찰총장은 복지당을 위헌정당으로 헌법재판소에 제소했다.

    이슬람 율법(律法)에 기초한 신정(神政)국가 건설을 지향하는 복지당의 정강(政綱)이 정교(政敎)분리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터키헌법에 반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결국 복지당은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정당으로 규정되어 해산되고 말았다.

    이와 대조적인 경우가 서두에서 언급했던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이다.
    바이마르공화국 당시에도 나치 등을 제어할 방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국가긴급권이나 특별형법인 ‘공화국수호법’에 의해 반(反)헌법적인 정당을 단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 독일 위정자(爲政者)들은 공공연히 체제전복을 부르짖는 나치와 맞서 싸우기보다는 ‘민의(民意)’를 핑계로 나치를 묵인하거나, 야합하는 길을 택했다.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다시 말할 필요도 없다. 

    아마 정부가 민주노동당에 대한 해산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할 경우, 격렬한 저항이 있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독일공산당(KPD)과 유사한 논리를 전개하며 그 부당성을 주장할 것이고,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그리고 북한 김정일 집단 등이 민주노동당을 옹위(擁衛)하러 나설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헌법을 지키려는 위정자의 의지다.
    헌법의 수호자가 될 것이냐, 아니면 반(反)헌법세력의 방조자가 될 것이냐,
    선택은 이명박 정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