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도 前통일부 장관 “만국활계 남조선 예언실현 믿어”

지옥같은 일본의 血祭, 지금도 한반도 노린다?

임진왜란과 동경대지진의 혈제(血祭)…끔찍한 ‘나부리고로시’ 저지른 日

전경웅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5.01.04 17:19:31

▲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을 무차별 학살한 일본 제국 자경단. 이들은 조선인 학살을 '혈제'라고 생각했다. ⓒ뉴데일리 DB

혈제(血祭). 일본말로는 ‘지마쓰리’라고 한다.

사전에는 ‘전쟁에 나서기 전에 신에게 승전을 기원하면서 적군 등을 죽이는 제사, 또는 전쟁터에서 적을 최초로 잡는 것’이라고 돼 있다. 시원(始原)은 고대 중국에서 전쟁터로 출정할 때 제물을 죽여 그 피로써 군신에게 제사를 지낸 것이라고 한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왜군은 부산과 동래에 쳐들어오자마자 3만여 명의 조선 민간인을 학살했다. 그래놓고 이를 ‘혈제(血祭)’라 불렀다고 한다.

가미 가이토는 ‘문록 경장의 역’이라는 책에서 부산에 상륙했던 왜군이 조선 사람들을 무차별 학살했을 때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모두 손을 모아 무릎을 꿇고는 이해도 못할 조선말로 ‘마노라 마노라’라고들 했다. 살려달라는 뜻으로 들렸다. 하지만 들어주지 않고 베어 죽이고 밟아 죽이고, 이것을 군신(軍神)의 혈제라 했다. 여자도 남자도 개도 고양이도 모두 베어 버리니 벤 목은 3만 정도로 보였다.”


▲ 관동대지진 기록 사진. 이때 일본 자경단은 조선인 6,600여 명을 무참히 고문하고 살해했다고 한다. ⓒ日지진 관련 MBC 보도화면 캡쳐

이처럼 끔찍한 일이 일제 때인 1923년 도쿄에서 또 일어났다. 동경대지진 때다. 당시는 히로히토 일왕이 섭정을 하던 때로, 그의 첫 정치적 행동이 지진 이후 계엄령 선포였다고 한다. 미즈노 내무상은 계엄령이 선포되자 ‘공공의 적’으로 조선 사람들을 지목했다고 한다.

일본 곳곳에 조직된 자경단들은 미즈노 내무상의 명령에 따라, “조선인이 일본 사람을 죽인다”고 떠들어 대며, 보이는 대로 조선 사람들을 패 죽였다고 한다.

더욱 끔찍한 것은 일제 자경단이 조선 사람들을 학살할 때 단번에 죽이는 것이 아니라 죽지 않을 만큼 고통을 가하며 서서히 죽이는 ‘나부리 고로시’를 저질렀다는 점이다. 그렇게 학살당한 조선 사람은 6,600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일제가 이렇게 잔학했던 이유가 당시 지배층이 자아도취와 만능감에 빠져 현실감각을 잃었던 탓이며, 21세기인 현재의 일본 지배층도 유사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가 아시아의 장손"
일제의 황당한 역사인식


‘일본통’으로 알려진 허문도 前통일부 장관이 최근 펴낸 책 ‘죄 많은 일본…통일까지 방해할 건가’는 각계각층의 일본 자료를 바탕으로 일제의 침략 정신이 지금 아베 정권에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허문도 前통일부 장관은 이 책에서 일본이 미국의 ‘흑선(黑船)’ 등장으로 개항을 한 다음, 후쿠자와 유키치가 주장한 ‘탈아입구(脫亞入歐)’를 따라 국가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어떻게 ‘잘못된 길’로 빠지게 됐는지를 해박한 일본 근대사 지식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허문도 前장관은 책에서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정치체계를 건설한 요시다 쇼인, 후쿠자와 유키치, 이토 히로부미, 야마가타 아리모토 등이 왜, 어떻게, 무엇 때문에 잘못된 길로 빠졌는지를 작가 시바 료타로, 정치학자 마루야마 이사오 등의 저술을 근거로 분석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일본 지도자들의 비뚤어진 역사관이었다.

메이지 유신 시절 다수의 일본 정치인들이 허구를 토대로 한 역사서 ‘일본서기’를 사실로 받아들인 뒤 이를 근거로 한국과 중국을 바라보면서, 야만적인 범죄를 저지르고, ‘혈제’를 지내면서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집단 정신병자’ 같은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허문도 前장관이 인용한 정치학자 마루야마 이사오 교수의 저술 가운데 일부다. 마쓰이 이와네 일제육군 대장(상하이 파견군 총사령관)의 전범재판 당시 변론이다. 

“대저 일화(日華, 일본과 중국) 양국의 투쟁은 소위 ‘아세아의 일가’ 내에서의 형제 싸움으로서…마치 한 집안 내의 형이 참다가 참다가 그래도 아직 난폭한 짓을 그만두지 않는 동생을 때려 주는 것과 같은 것으로, 그를 미워해서 하는 짓이 아니고, 너무 귀여운 나머지 반성을 촉구하는 수단이래야 하는 것은 나의 연래의 신념으로서….”


일제 최고위 장성이 태평양 전쟁 전범재판에서 ‘귀여운 동생을 때려준 것’이라고 표현한 사건은 30여만 명의 중국 남녀노소를 무차별 학살한 난징 대학살이다. 난징 대학살도 일본 권력층이 좋아하는 ‘혈제’처럼 잔인했다.

허문도 前장관은 일본이 메이지 유신 이후 태평양 전쟁의 패전을 겪은 뒤에도 자기반성이나 발전 노력이 없었는데 최근 아베 정권은 이에 더 해 ‘도조 히데키 정권’이나 그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가 떠받들던 ‘대동아 공영’을 목표로 ‘집단발광’을 하려 한다고 우려했다.

아베 정권이 펼치고 있는 정책들의 바탕에는 '도조 히데키 군사독재정권'의 DNA가 숨어 있다는 지적이었다.

우리나라는 제국주의 DNA를 물려받은 아베 정권에 대항할 방안을 만들 수 있을까.

"만국활계 남조선, 꿈은 이루어질 것"


▲ 허문도 前통일부 장관은 2010년 월간조선에 기고했던 글을 모아 책 '죄 많은 일본: 통일까지 방해할 건가'를 펴냈다. ⓒ뉴데일리 DB

허문도 前장관은 일단 우리나라에 대응 방안을 마련할 토양은 모두 되어 있는 것으로 봤다.

3.1 운동으로 민족의 각성이 시작된 우리나라는, 건국 대통령 이승만 박사의 위대한 국제 전략을 이미 체험한 바 있고, 식민지 경험이 있는 세계 각국이 롤 모델로 삼고 있는 박정희 대통령의 유산 '새마을 운동'까지 더하면, 일본이 다시 ‘집단광기’에 빠지려 할 때 제지할 수 있는 저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한다. 

우선 이승만 대통령의 경우, 젊은 시절에 쓴 명저 'Japan Inside Out'을 통해 일제의 침략주의 속성을 파악한 것처럼, '죄 의식이 없는' 일본 제국주의 지휘부가 美정부 뒤에서 계략을 꾸미는 것을 간파한 뒤 한일 회담을 '제2의 독립투쟁'처럼 이끌었던 것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6.25 전쟁 당시 냉전 대결에 집착해 일본과의 우호관계를 강요하고, 원조 물자를 일본으로부터 조달할 것을 강요하는 美 아이젠하워 정부에 맞서 '북진통일'과 '일본의 진정한 사죄'를 요구한 이승만 대통령의 협상 전략은 14년 뒤인 1965년 한일협정의 토대를 만들었다고 평했다.

허문도 前장관은 근대국가의 기틀을 세운 이승만 대통령에 이어, 한국이 본격적인 근대화의 길을 달리도록 만든 박정희 대통령은 '새마을 운동'이라는 '만국활계(萬國活計)'의 유산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새마을 운동'이 '만국활계'라는 증거는 아프리카 등 제3세계가 이를 배우기 위해 너도나도 달려들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 중에서도 2009년 9월의 '한-아프리카 장관급 경제협력회의'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라고 했다.

당시 아프리카 빈곤국 고위층들은 60~70년대와 비슷한 자국 상황을 보면서, '원조가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발전하는 전략'으로 '새마을 운동'을 꼽았다는 것이다.

허문도 前장관은 "새마을 운동이라는 '활계'를 공급해달라는 나라는 아프리카를 넘어 이제 남미와 동남아로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G2'를 자처하는 중국 또한 이 '새마을 운동'을 철저히 자국화시켜 적용하고 있다는 게 허문도 前장관의 주장이었다. 중국 공산당은 '새마을 운동'을 '애심양광(愛心陽光) 운동'이라고 이름 붙이고, 2001년부터 서부 개발 계획에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중국 과학기술계의 권력자인 류수 중국과학기술협회 부주석이 '애심양광 운동'의 총책임자를 맡고 새마을 지도자 연수원장을 지낸 정교관 씨를 초청해 5년 동안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즉 중국의 급속한 발전 뒤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만든 '새마을 운동'이 있었다는 풀이였다.

한일 충돌 없이 공생발전하는 방법, 일본 안에 있다


허문도 前장관은 일본인 스스로가 ‘집단 정신병을 치유할 해법’도 소개했다. 

허문도 前장관은 일본인 스스로 먼저 깨달아야 할 점으로 "일본인에게는 죄의식이 없다. 그 자리를 부끄러움이 차지하고 있다"는 루스 베네딕트의 분석을 제시했다.

쉽게 풀이하면, 일본인들의 '도덕성'은 양심이 아니라 부끄러운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판단되기 때문에 '죄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인들은 자신이 저지른 죄를 남들이 알지 못하면, 이를 속죄하거나 고백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때문에 과거 주변국에 대한 침략과 식민지배, 학살 등에 대해 "왜 공개사과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본인의 '도덕성'이 '부끄러움'으로 판단되기에 나타나는 또 하나의 특성은 '원칙 없는 사회'라는 점이다. 때문에 美군정을 통해 '부끄러움'을 강요당하자 자신들이 주변국에 저지른 '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허문도 前장관은 이런 일본인의 '도덕적 특성' 보다는 아사카와 다쿠미, 야나기 무시요네, 아사카와 형제와 같이 한국인, 한국 문화와 진심으로 소통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한일 간의 공존 모델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일 간의 소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른 방안으로는 퇴계 이황이 강조한 ‘경(敬)’의 활용을 제시한다. 17세기 유학자인 야마자키 안자이가 조선 유학자로부터 ‘경(敬)’에 대해 배운 뒤 일본 전통종교인 ‘신도(神道)’와 접목시켜, 이를 일본 사회 최고의 덕목으로 만들어 놓은 것에 주목했다.

克日(극일), 이승만-박정희에게 배워라


허문도 前장관은 이 책을 통해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제대로 된 극일방법론’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승만 대통령이 6.25 전쟁 당시부터 끈질긴 대미협상을 통해 얻어낸 한미상호방위조약, 전후 복구비용, 식량과 무기 등 각종 원조, 심지어 한일 협정의 밑거름이 된 대일 압박 등은 그의 대표적 저서 '독립정신'을 보면, 어렴풋이나마 보인다는 게 허문도 前장관의 평가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이승만 대통령의 거대한 모습을 볼 능력이 없어 무턱대고 비난하고 비판한다는 일각의 지적과 일맥상통하는 평가였다.

허문도 前장관은 여기서 더 나아가 이승만 대통령을 독일의 아데나워, 프랑스의 사를 르 드골, 일본의 요시다 시게루보다 더 위대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 기초 확립'에 이은 박정희 대통령의 '근대화에 대한 열정'은 초인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국가 근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온갖 잡음과 불평불만을 남에게 미루지 않고 고스란히 자신에게로 돌리는 '자기희생'을 보임으로써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인(超人)'이 되었다는 것이다. 

허문도 前장관은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의 일생에서 제대로 된 '극일(克日)'을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죽음을 통해 깨닮음을 얻은 이승만·박정희, 두 초인의 일생과 행적을 통해 지금도 '혈제(血祭)'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일본 지배층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허문도 前장관의 책, ‘죄 많은 일본…통일까지 방해할 건가’는 2010년 한일병탄 100주기를 맞아 월간조선에 연재했던 글을 다시 정리한 것이다. 때문인지 분량도 430여 페이지로 적지 않다.

하지만 분량 때문에 손대기를 주저하는 사람은 없었으면 한다.

내용의 상당 부분이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근현대 정치사에 대한 자료들을 풍부하게 담고 있어, ‘극일’을 추구하는 운동가는 물론 동북아 역학관계를 공부하려는 정치학도, 일본에 대해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허문도 前통일부 장관의 책 '죄 많은 일본: 통일까지 방해할 건가' 표지. ⓒ뉴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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