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판결 분석, 법무부 ‘통진당 위헌성 입증’에 유리
  • 지난해 9월 4일,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직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통진당 의원단 입장 발표 자리에서, 서로 손을 맞잡은 이정희 대표와 이석기 의원.ⓒ 사진 연합뉴스
    ▲ 지난해 9월 4일,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직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통진당 의원단 입장 발표 자리에서, 서로 손을 맞잡은 이정희 대표와 이석기 의원.ⓒ 사진 연합뉴스

    서울고등법원이 이석기 통진당 의원에게 내란음모 혐의 무죄를 선고하면서, 통진당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오전 열린 정당해산심판 12차 공개변론에서는, 정부를 대리한 법무부측이 변론 도중 ‘RO 사건’,  ‘RO 조직원’ 등의 표현을 사용하자, 통진당측이 [이석기 항소심] 판결을 거론하면서 즉각 이의를 제기하는 모습도 보였다.

    통진당은 이석기 의원에 대한 서울고법 판결로, 정당해산심판에서 반전의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진당의 변론을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측 반응도 비슷하다.

    통진당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정당해산심판이 [기각]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통진당과 민변은, 서울고법 판결로 법무부측이 주장해 온 [통진당=RO]의 등식이 깨져, 법무부측의 [위헌성] 공세가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서울고법은 재판부는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이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지하혁명조직 [RO]에 대해서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 존재를 부정했다.

    서울고법의 이런 판단은 정당해산심판 결정을 앞두고 치열한 입증싸움을 벌이고 있는 통진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견해가 많다.

    통진당측이 ‘이석기 항소심’ 판결 이후, 부쩍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통진당이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분석은 바로 ‘이석기 항소심 판결’을 근거로 한다.
    서울고법 재판부가 이석기 의원과 통진당에만 미소를 던진 것이 아니란 얘기다.

    법조계에서도, ‘이석기 항소심 판결’이 결과적으로는 법무부측에 유리하게 적용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법조계에서는 ‘이석기 항소심 판결’이 아른바 [진보적 민주주의]의 ‘이적성’을 인정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통진당 해산심판 재판의 최대 쟁점은 강령과, 정당활동 전반을 통해 드러난 ‘위헌성’을 헌재 전원재판부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있다.

    여기서 가장 치열한 법정다툼을 일으키는 대목이 통진당 강령에 포함된 [진보적 민주주의]의 ‘이적성’이다.

    통진당 강령에 포함된 ‘진보적 민주주의’는 또 다른 표현인 ‘자주적 민주정부’와 함께 북한 대남혁명노선인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를 추종하는 근거로 지목돼 왔다.

    따라서 항소심 법원이 ‘진보적 민주주의’의 이적성을 인정했다는 것은, [통진당의 위헌성]을 입증하는 데 있어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앞서 지난 2월 이석기 의원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한 수원지법 재판부도, ‘진보적 민주주의’의 이적성을 인정했다.

    이석기 의원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진보적 민주주의’에 대해 법리적 판단을 내리는 이유는, 이 의원의 혐의와 관계가 있다.

    이석기 의원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이 과정에서 ‘진보적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책자(진보적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발견했다.

    1, 2심 재판부는 문제의 책자 ‘진보적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의 이적성을 인정했다.

    따라서 법원이 ‘진보적 민주주의’의 이적성을 인정했다는 것은, 통진당 해산심판 재판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 가지 더, 법원이 내란음모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고, [RO]의 실체에 대해 부정적인 판단을 내렸지만, 검찰이 적용한 내란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중형을 선고했다는 사실도 의미가 크다.

    재판부는 이석기 의원의 죄책이 ‘내란음모’를 충족하지는 못해도, 국가기간시설 파괴와 폭동을 목적으로 한 회합이 있었다는 사실, 이석기 의원을 정점으로 하는 위계질서를 구축한 특정 집단의 존재를 모두 인정했다.

    결국 재판부의 이런 판단은, 법무부가 통진당의 위헌성과 이적성을 입증하는데 있어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석기 항소심 판결’과 관련돼 헌재의 입장은 나온 것이 없다. 헌재의 한 관계자는 “(이석기 항소심)판결 결과를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재판관들이 ‘이석기 항소심 판결’ 결과를 주의 깊게 지켜봤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이석기 사건이 헌재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은, 헌재가 최근 법원으로부터 이석기 사건 공판기록을 넘겨받은 사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통진당 해산심판은 앞으로 4~5 차례의 변론을 추가로 연 뒤, 재판관들이 결론을 내리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재판의 결과는 올해 말 나올 전망이다.

    12일 열린 공개변론에서 법무부는 주체사상 학습서인 <강철서신>의 저자 김영환(51)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을 증인으로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