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5일 오후, 국내 주요언론들이 '팬암 항공기 실종'이라는 주제로 송고한 기사들. [사진: 네이버 검색화면 캡쳐]
    ▲ 25일 오후, 국내 주요언론들이 '팬암 항공기 실종'이라는 주제로 송고한 기사들. [사진: 네이버 검색화면 캡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승객 39명을 태우고 뉴욕으로 향하던
    미국 팬암항공사의 여객기가 라이베리아에서 실종됐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이 항공기는 지난 24일 라이베리아의 수도 몬로비아의 국제공항을 통과한 뒤
    "격렬한 폭풍우를 만나 몬로비아에 착륙하기 위해 돌아갈 것"이라는
    마지막 교신을 한 뒤 연락이 끊겼으며, 정글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사고 직후 영국과 프랑스 비행기들이
    비가 내린 정글 지역과 아이보리코스트 해안 등을 수색하고 있으나
    실종 항공기의 흔적은 아직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은
    “아, 아프리카에서 또 큰 사고가 났구나”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가만 들어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팬암 항공사’. 정식명칭은 ‘팬 아메리카 월드 에어웨이’로
    1927년 설립해 한 때 미국 최고의 비행사로 불렸던 회사다.

    하지만 1991년 파산한 뒤 사라진 항공사다.

    24년 전에 파산한 항공사에서 국제선 여객기를 띄운 걸까,
    아니면 아프리카 남아공에 이런 이름의 다른 항공사가 생긴 걸까.

    이와 동일한 내용의 기사를
    라이베리아 현지 언론인 ‘뉴 데모크라트’에서 보도한 것처럼 나왔다.
    하지만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혹시 몰라 남아공에서 활동 중인 항공사 명단도 찾아봤다.
    남아공에 ‘팬암(PanAm)’이라는 이름의 항공사는 없었다.

    분명 잘못된 내용임에도
    현재 일부 언론들이 해외토픽으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조금 더 찾아보던 중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 저장소’의 한 이용자가
    이 기사가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미국의 한 지역 온라인 매체인 ‘고센뉴스’에 실린 이야기라는 것이었다.

  • ▲ 지난 22일자 美지역지 고센뉴스 홈페이지 캡쳐
    ▲ 지난 22일자 美지역지 고센뉴스 홈페이지 캡쳐

    실제 고센뉴스는 지난 22일,
    ‘옛날 그 시절: 뉴 데모크랏, 1951년 6월 22일’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그 내용을 보자.

    “고센 뉴스: 팬암 비행기 실종

    39명의 승객을 태우고 남아공을 출발해 뉴욕으로 가던
    팬암 항공사 소속 컨스탈레이션 여객기가 금일 실종됐다.
    실종된 여객기는 라이베리아 정글에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이 여객기는 거센 폭풍우가 내리던 오전 3시 30분,
    라이베리아 먼로비아의 로베르타 비행장과
    “거센 폭풍우를 만났다. 다시 먼로비아로 돌아가겠다”고 교신한 것을 끝으로
    15분 뒤 실종됐다.…(하략)” 


    대략 이런 내용의 기사다.
    이때 일어난 사건사고를 토대로 고센 뉴스가 회상하는 내용이다.

  • ▲ 1950년대 '진짜 팬암' 항공사가 운용하던 DC-3 컨스텔레이션. [사진: DC-3 팬페이지 화면 캡쳐]
    ▲ 1950년대 '진짜 팬암' 항공사가 운용하던 DC-3 컨스텔레이션. [사진: DC-3 팬페이지 화면 캡쳐]

    1951년 실제 사고 당시에 팬암 항공사가 사용하던 여객기는
    ‘컨스텔레이션’이라고 불렸던 록히드社의 DC-3 기종이었다.
    이 여객기는 거의 최초로 대형 여객기로 설계된 기종이어서
    라이베리아 현지 언론 ‘뉴 데모크랏’은
    ‘대형 여객기 실종’이라고 제목을 붙였던 것이다.

    인터넷 매체도 아닌, KBS와 같은 공영방송을 포함한 주요 언론들이
    이처럼 60여 년전의 기사를 최근 기사로 착각해 송고하자
    네티즌들은 “요즘 아무나 기자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