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뉴의 질식 수비와 스티븐 제라드의 실수...명암이 교차한 리버풀과 첼시
  • ▲ 뎀바 바의 선제골ⓒ첼시 공식 홈페이지
    ▲ 뎀바 바의 선제골ⓒ첼시 공식 홈페이지

    '질식 수비', '원샷 원킬'의 진수를 보여준 무리뉴의 첼시

    패기의 로저스와 관록의 무리뉴의 대결은 무리뉴의 완승으로 끝나며 프리미어리그 우승의 향방은 미궁 속으로 빠졌다. 첼시의 승리는 비단 첼시뿐만 아니라 맨체스터 시티에게도 새로운 희망이 생겼음을 의미했다.

    SSS라인(스터리지, 스털링, 수아레즈)이 후반에 가동됐고, 벤치 혹은 컵 경기에만 출전했던 아스파스까지 투입되며 마지막 반전을 노렸지만 무리뉴의 질식 수비를 뚫지 못하며 0-2로 패배했다.

    리버풀로서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경기는 아니었지만, 승리를 거둔다면 맨시티와의 격차를 3점으로 벌리는 동시에, 첼시의 마지막 희망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리버풀의 끊임없는 공격이 이러한 의지를 증명했다. 뚜껑을 열기 전 영국 현지 전문가들의 예상은 2-2 무승부를 점치는 등 존 테리와 페트르 체흐가 빠진 첼시를 리버풀이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 봤지만, 정작 경기는 리버풀의 흐름대로 풀리지 않았다.

    전반전은 완벽한 리버풀의 페이스였다. 30%에 불과한 점유율이 증명하듯이, 수비는 완벽했지만 뎀바 바와 안드레 쉬를레, 모하메드 살라가 이끄는 공격진은 다소 불협화음을 연출했다. 특히 살라와 뎀바 바 조합은 효율성에서 크게 떨어졌다.

    무승부를 거둬도 나쁘지 않았던 리버풀은 여태껏 그들이 보였던 축구 스타일 그대로 맹공을 퍼부었다. 하지만 먼저 득점을 낸 것은 리버풀이 아닌 첼시였다. 수비 진영에서 사코가 내준 패스를 제라드가 미끄러지며 받아내지 못 했고, 이를 뎀바 바가 가로채며 그대로 미뇰렛을 향해 전진했다. 뎀바 바는 오른발 인사이드 슈팅으로 가볍게 넣었고, 잔디에 입을 맞추는 세리머니로 골을 자축했다.

    스티븐 제라드의 치명적인 실수였던 동시에, 첼시는 단 한 번뿐인 기회를 그대로 살리며 원샷 원킬의 진수를 보여줬다.

    다급해진 리버풀의 모습은 후반에 더욱 극명히 나타났다. 후반 13분, 전반전에 부진했던 루카스 레이바를 빼고 다니엘 스터리지를 투입하며 공격에 더욱 힘을 실었다. 첼시도 후반 15분에 모하메드 살라 대신 윌리안을 투입하며 미드필더의 숫자를 늘렸다. 살라와 달리 윌리안은 안정된 볼 키핑 능력과 드리블, 침착함을 두루 겸비한 선수이기에, 무리뉴의 선수 교체는 매우 적절했다. 급기야 후반 32분에 쉬를레를 대체해 개리 케이힐을 투입하며 수비의 끝을 보여줬다.

    전반전 부진을 만회하고자 제라드는 중거리 슈팅을 수 차례 날렸지만, 1번은 슈와처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고, 그 외는 모두 정확도가 떨어졌다. 이번 시즌 제라드는 습관적인 햄스트링 및 사타구니 부상으로 인해 중거리 슈팅을 크게 자제하는 편이었지만, 첼시전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만큼 제라드에겐 자신의 실수가 큰 부담감이었을 것이다.

    조 앨런의 중거리 슈팅과 루이스 수아레즈의 오프사이드 라인 침투 및 회심의 슈팅은 모두 무위에 그쳤고, 첼시의 수비뿐만 아니라 슈와처가 지키는 첼시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안 필드를 찾은 리버풀의 전설인 케니 달글리시와 제이미 케러거의 표정이 리버풀의 답답한 상황을 증명했다.

    최소 승점 1점이 필요했던 리버풀은 추가 시간에 추가 실점을 하며 무너졌다. 최종 수비진을 미드필더 지역까지 끌어 올렸던 것이 화근이 됐다. 리버풀의 진영엔 오직 미뇰렛 골키퍼만 있었지만 첼시는 토레스와 윌리언 두 명이었다. 페널티 박스까지 질주한 페르난도 토레스는 굳이 욕심내지 않고 같이 쇄도했던 윌리언에게 패스를 내줬다. 결국 윌리안이 가볍게 골을 넣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브렌든 로저스 감독은 착잡한 표정을 지은 반면, 무리뉴는 안 필드를 찾은 첼시팬들을 향해 포효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첼시는 리버풀의 12연승을 저지하는 동시에, 승점차를 2점으로 좁히며 승점 78점을 확보했다. 리버풀은 승점 80점을 유지하며 1위를 지켰지만, 두 경기를 덜 치른 맨체스터 시티가 전승을 거둘 경우 골득실 원칙에 의거, 1위로 올라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