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기 회오리는 멎었는가?

    조광동 /재미 언론인

    이석기 회오리 바람이 한바탕 한국을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르고, 한국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뛰어 오른 이 시대에
    이석기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충격을 받고,
    믿어지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국정원이 사실을 부풀려서 침소봉대했다고 말하기도 하고,
    국정원이 대선 댓글 개입을 희석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타이밍을 선택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한국의 많은 국민들, 어쩌면 다수의 사람들은
    이석기 사건의 의미와 본질을 깊이 인식하려 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석기 같은 내란 음모가 가능할 것이며,
    이런 불장난 같은 망상에 왜 그리 법석을 떠느냐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심정적으로 이석기를 두둔하고 싶은 사람들은 겉으로 그렇게 발언을 하지는 않지만,
    이석기의 내란 음모를 가볍게 여기고, 이석기와 국정원이 모두 잘못이고, 정신병원으로 가야할 사안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소설가 출신의 민주당의 대표는 이석기 죄보다는 국정원의 죄가 크다는 표현을 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거의가 이석기 사건의 본질 보다는 사건을 다루는 지엽적인 절차나 정치적 의미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석기의 망상 음모에 분노하고 울분을 터뜨리고,
    종북 좌파들을 북한으로 보내라는 사람들까지도 심리적 저변에 이석기 망상 같은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행동은 모두 애국적, 민족적이며, 옳다고 주장한 이석기의 발언에 한탄하면서도
    이석기의 망상에 대한 불안이나 두려움은 없어 보입니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저력과 발전을 신뢰하고 자신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판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석기 망상을 망상으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되고,
    이석기 내란 음모는 정신병자의 불장난 수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2013년 최첨단 시대에 낡고 후진 내란 음모 발상 자체가 우스운 것이라고
    일소에 붙이는 자신감은 과신과 오만이 될 수도 있고,
    상상치 못할 국가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선진 대국의 자신감으로 말하라면 미국인들을 따라갈 나라가 없습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예외주의(exceptionalism)를 비판했지만,
    미국을 이끌어 가는 동력의 원천 가운데 하나가 예외주의였고,
    미국인들은 이 예외주의에 도취할 수 있을 정도로 실험국가를 세계 최강국으로 만들었습니다.

    반대자들로부터 제국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을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고
    지배의식이 강했던 미국의 자존심에 상상을 초월하는 타격을 준 것이 911 사태였습니다.
    이 사건은 미국인들로 하여금 말할 수 없는 충격과 분노를 폭발시켰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미국 번영의 상징이며 심장이었던 뉴욕이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는 상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겠느냐 하는 불가능한 망상이 현실이 된 것입니다.

    19명의 테러리스트가 납치한 비행기 몇대로
    수천명의 생명과 거대한 쌍둥이 빌딩을 일시에 잿더미로 만들었습니다.
    상식으로는 불가능한 것이고 뛰어난 상상력으로도 엄두가 안 나는 망상이 현실이 된 것입니다. 한줌도 못되는 테러리스트들이 저지른 불장난이 세계적 불길로 타올랐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이 폭격터로 변하고, 이락이 전쟁터로 변했고,
    이 여파는 미국 경제까지 내리막길로 휘청거리게 했습니다. 

    스므명도 못 되었던 911 테러리스트들에 비교하면,
    이석기 비밀 집단은 수백명이 모였으니 대단한 숫자입니다.

    이석기를 비롯한 이들 집단들은 테러를 음모하는 테러리스트들이기도 합니다.
    알케이다가 서구문명을 미워하고 이슬람의 이상을 건설하려 하는 것처럼,
    이석기 집단들은 한국을 미워하고 “북한식 주체주의”를 동경하는 것입니다.

    이석기 망상주의자들이 통신시설과 전력 시설을 공격할 계획을 세운 것을 보면,
    알케이다 테러리스들이 미국의 핵발전소나, 상수도 시설을 염두에 두었던 것과도 일맥상통합니다. 911 사건 이후 미국이 가장 신경을 쓰는 테러 방지책이 대량 살상무기가 테러리스트 수중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북한의 핵무기가 미국의 첨예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북의 핵무기가 테러리스트 손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이번에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를 공격하려고 했던 내면적인 큰 이유는
    이러한 대량살상 무기가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갈 수 있다는 가정과 가능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국민들이 이석기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이석기 집단이 망상에 도취된 종북 좌파 이상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의 현실은 공산주의나 극좌파를 허용하는 미국이나 일본과 다르고,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분단국으로 북한이라는 상대 체제가 있습니다.
    한국의 좌파는 필연적으로 북한과 연계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좌파는 북한의 망상을 맹신하는 사람들로,
    한국에 북한 이념의 물고기가 헤엄칠 수 있는 물을 마련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1980년 광주사건 이후, 좌절된 젊은이들이 찾았던 극단적인 돌파구가
    이른바 NL(민족해방노선)과 PD(민중민주노선)이었고,
    이석기 집단은 NL파의 잔류세력이라고 합니다.
    한 때 여기에 심취했던 많은 젊은이들이 세월 속에 탈색을 했지만,
    지금도 한국의 학계, 언론계, 법조계, 문화계 등 각 분야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철없는 틴에이저들과 혈기찬 대학생들을 좌파로 길러내고 있습니다.

    좌파의 뿌리는 미국 동포사회에 까지 잔가지를 치고 있고,
    이번 이석기 사건에까지 연루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이들은 이석기 사건이나 이석기 집단을 내놓고 비호하지는 않지만
    심정적인 동조세력으로 남한에 “북한주의”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넓혀가고,
    북한 이념의 물고기가 뛰놀 수 있는 물길을 확대시켜 주고 있습니다.
    격하고, 극단적이고, 기가 많고, 상대적 박탈감을 많이 느끼고,
    빈부차별이 깊고, 부패와 부조리가 많은 한국 문화 풍토에서는
    망상의 물고기가 뛰놀 수 있는 망상의 물길이 깊어 질 수 있습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색깔론을 거론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사람들은 지금이 어느 때인데 3대 세습의 북한 왕조가 가능하고,
    어떻게 여기에 침묵하는지를 먼저 대답해야 합니다.

    인권을 외치는 사람들이 남의 땅에서 거지처럼 유랑하는 탈북자의 인권에는 왜 침묵하고,
    민주를 외치는 사람들이 자기 체제는 그토록 가혹하게 욕하면서 북한의 억압 독재에는 관대한지를 말해야 합니다.

    이석기 집단이 물리적 테러리스트 예비자들이라면,
    한국의 극단적 좌파 세력은 지적 테러리스트, 감성적 테러리스트입니다.

    한국에는 지적 테러리스트, 감성적 테러리스트들이 놀랍도록 많아 보입니다.
    이들 테러리스트의 특징은 미움과 증오심이 넘친다는 것입니다.
    한국 좌파들의 증오심은 조국을 더욱 극단적, 대결적으로 만들고,
    나라의 인격을 천박하고 척박하게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1980년대 좌파운동이 오늘의 한국 풍토에 이토록 짙은
    반미, 좌파 색깔을 물들일줄은 상상을 못했습니다.
    지금 한국이 방심하면 종북 좌파의 물길은 강이 되고 바다가 될 수 있습니다.
    이석기 사건의 본질과 우려가 여기에 있습니다.

    조광동(재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