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휴가에서 복귀한
박근혜 대통령의 첫 업무는 인사(人事)였다.박 대통령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로 정례화 된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를
5일에는 건너 뛰었다.대신 이정현 홍보수석을 통해
청와대 비서실 인선안을 발표했다.두 달여간 공석인
정무수석 임명이 있을 것이란 관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 개각 수준…비서실장·수석 10명 중 5명 교체박 대통령은
허태열 비서실장을 포함해
수석 비서관 10명 중 절반인 5명을 교체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신임 비서실장엔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이 임명됐다. -
허태열 전 비서실장은
박 대통령이 휴가에서 다녀온 뒤
사실상의 경질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반면에 여당 내부에서조차
경제리더십 부재 비판을 겪으며,
[교체 1순위] 압박을 받아온
조원동 경제수석은 살아남았다.박 대통령은 지난달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조원동 경제수숙을 주축으로 한
경제팀 교체 논란이 일자 질타와 신임을 보내며 격려한 바 있다.“지금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다.
열심히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실제 느끼게 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7월 10일 중앙언론사 논설·해설위원 실장과 오찬
정치권을 향해서는
현오석-조원동 라인 압박에 대한 경고였으며,
경제팀에게는 외부 목소리에 흔들림없이
새 정부의 경제운용 정책을 밀고 나가라는
주문이기도 했다.◆ [도전] 보이지 않는 수석들에게 칼 휘둘러
박 대통령은 실수에 인색한 편이 아니다.
허태열 비서실장의 교체 사유로
윤창중 사건-국정원 사태와 관련한 처신이 거론되고 있지만,
책임을 물었다면
지난 5월 이남기 홍보수석과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어야 했다.박 대통령 주변에서는
이번 인사 요인을 두고
복지부동(伏地不動)을 거론하고 있다.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채
제 몸을 사렸던 인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는 뜻이다. -
실제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30일
18년 만에 처음으로 청와대 국무조정실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부정부패에 견주어
복지부동을 꼬집었다.“부정부패로
공직사회의 기강이 무너지거나
복지부동으로
정부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된다.”-박근혜 대통령
실제로 이는
청와대가 밝힌 인사배경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하반기에 보다 적극적인 정책추진과
새로운 출발을 위해 새 청와대의 인선을 결정했다.”- 이정현 홍보수석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박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내세운
창조경제-고용·복지 등
핵심 어젠다들은
국민들의 뇌리 속에 희미하다.국민들은 여전히 창조경제에 대해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고,
고용·복지는 대통령의 지적사항까지
개선하지 못하는 꽉 막힌 모습을 보였다.박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산업안전보건 및 돌봄시설 점검결과를 보고받은 뒤
공개적으로
최성재 고용복지수석을 향해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그동안 여러 지적에 대해
개선방안을 추진했을텐데도
위반사항과 지적사항이 줄지 않아
참 답답하다”-박근혜 대통령
여권 한 관계자는
당초 교체 1순위로 꼽혔던 현오석-조원동 경제팀이
대내외적인 사퇴 압박 속에서도
박 대통령의 신임을 잃지 않은 데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맞춰
끊임없이 일을 만들어내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 게
가장 크지 않았을까 싶다”- 여권 한 관계자
-
◆ 집권 첫 하반기 “성과 내겠다” 의지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이번 인사가
민주당의 장외투쟁과 여당 지도부 내 불협화음 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기조의 전환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청와대 개편이
이정현 수석의 설명처럼
공직사회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본격적으로 국정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겠다는
의지라는 뜻이다.나아가 이제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박 대통령의 각오가
인사에 투영됐다는 설명이다.취임 후 첫 여름휴가를 보낸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리얼미터 조사)은
지난 주와 같은 62.4%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