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고농축우라늄(HEU)이나 폭발력을 크게 높인 플루토늄 기폭장치 실험일 가능성이 크다고 러시아 군사전문가가 예상했다.

    러시아의 핵미사일 분야 최고 전문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블라디미르 예브세예프 '사회정치연구센터' 소장은 25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권력 공고화를 위해 미국과 한국 등에 단호함을 보이려는 정치적 목적과 그동안 축적한 HEU나 플루토늄 등을 이용한 핵무기 기폭장치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군사적 목적 등에서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많은 전문가가 예상하는 핵탄두 시험은 아직 북한이 탄두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정도로 소형화하는 기술적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여 가능성이 작다고 관측했다.

    ◇ "폭발력 높인 플루토늄 기폭장치 실험 가능성 커" = 지난 2001년까지 핵미사일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운영하는 전략미사일군 중령으로 근무하다 예편한 뒤 민간 군사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예브세예프 소장은 "북한이 아직 HEU를 이용한 핵실험을 한 적이 없어 이번에 HEU 기폭장치를 실험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HEU를 무기급(90%)까지는 아니더라도 원시적 핵폭탄에 이용할 수 있는 80% 농도까지라도 농축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HEU 실험 가능성이 큰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예브세예프는 "플루토늄의 경우 북한이 이미 40kg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플루토늄용 기폭장치 실험 가능성이 훨씬 크다"며 "이 경우 그동안의 핵기술 진전을 보여주기 위해 폭발력을 크게 키운 실험을 할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는 "러시아 전문가들은 북한의 2009년 2차 핵실험의 실제 폭발력이 10 킬로톤(kt) 이하였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이번에는 이를 20 kt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kt은 TNT 폭약 1000톤(t)의 폭발력을 의미한다. 국내 전문가들은 북한의 2차 핵실험 폭발력을 2~6 kt으로 평가한 바 있다.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위력은 15kt 정도였다.

    ◇ "핵탄두 소형화 못해 탄두 시험은 어려울 것" = 예브세예프는 일각에서 제기한 핵탄두 시험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이 아직 ICBM에 장착할 정도로 탄두를 소형화하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회의적 견해를 밝혔다. 그는 "파키스탄이 1998년 처음 핵실험을 실시한 후 핵탄두를 만들기까지 10년의 시간이 걸렸으며 아직도 그들이 보유한 탄두를 완벽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며 "북한은 첫 핵실험을 한 지 겨우 7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탄두 개발에 성공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하려면 무게와 직경을 소형화해야 하는데 이는 아주 어려운 기술"이라며 "무게는 어떻게 소형화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탄두의 직경을 줄이는 것은 더 힘든 과제이며, 또 ICBM에 실린 탄두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마찰열에 타지 않도록 탄두에 열차단보호막을 씌우는 기술은 더 고난도"라고 설명했다.

    고도 1천~1천500km의 우주공간까지 올라갔다 대기권으로 진입하는 ICBM의 경우 탄두가 초당 수 km의 엄청난 속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열차단보호막이 없으면 대기권에서 마찰열을 견디지 못해 고장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또 탄두가 목표 지점에 정확하게 떨어지게 하려면 일정 수치 이하의 직경과 형태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예브세예프는 "제대로 된 핵탄두를 만들려면 수많은 비행 시험을 해야 하며 옛 소련도 수백 차례의 시험을 거쳐 탄두 개발에 성공했다"며 "북한이 아직 그런 시험을 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 "은하-3호 실제 사거리 6천km 이하" = 예브세예프 소장은 이어 한국 전문가들이 서해 상에서 건져 올린 북한의 은하-3호 로켓 잔해물 분석을 토대로 북한이 500kg 이상의 탄두를 싣고 1만km 이상을 비행할 수 있는 ICBM 기술을 확보했다는 결론을 내린 데 대해서도 "지나친 과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은하-3호 로켓은 지난 2010년 이란이 공개한 '시모르그' 로켓과 여러가지 면에서 유사하다"며 "서방 평가에 따르면 시모르그 로켓을 탄도미사일로 전용할 경우 사거리가 5천km(탄도 무게 750kg일 때)~5천400km(탄도 무게 500kg일 때) 정도로 추정돼 시모르그의 변종으로 보이는 은하-3호가 1만km 이상을 비행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시모르그와 은하-3호 1단에 함께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노동미사일 엔진의 성능을 개선했다 하더라도 최대 사거리가 6천km(탄도 중량 500kg)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