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지지층은 NLL 수호, 文지지층은 동북아 균형, 李지지층은 “文과 함께”
  • 4일 오후 8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간의 TV 토론이 열린다. 토론의 주제는 외교안보정책. 이에 각 후보 지지층들은 바라는 게 다르다. 

    박 후보 지지층은 ‘NLL 수호의지와 대북 억제력’을 강조하기를 바라고 있다. 문 후보 지지층은 동북아 균형자론을 통한 대북화해협력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후보 지지층은 문 후보를 도와 박 후보를 ‘저격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모두가 북한을 빼고는 말하기 어려운 주제들이다. 그렇다면 김정은 정권이 희망하는 공약은 뭘까. 바로 ‘서해평화협력지대’ 건설이다.

    盧정권부터 이어져 온 ‘서해평화협력지대’

    서해평화협력지대.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긴장감이 고조되는 서북도서 지역에서 남북한이 서로 평화협정을 맺고 공동으로 개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남북대화를 통해 긴장감을 해소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 ▲ 2007년 남북회담 당시 언론에 공개된 서해평화협력지대 그림.
    ▲ 2007년 남북회담 당시 언론에 공개된 서해평화협력지대 그림.

    이를 놓고 좌우 진영이 왈가왈부하지만 구체적인 청사진은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이를 연구한 국토연구원이 2004년 9월 발표한 보고서 ‘평화벨트 조성을 위한 서해 접경지역 이용방안’에 따르면 盧정권은 3단계 계획과 특별법을 통해 추진하려 했다. 내용은 이렇다.

    먼저 서북도서 중 백령도와 대연평도, 교동도를 ‘평화의 섬’이라는 남북교류협력지구로 지정한 뒤 개발 사업을 시작한다. 이어 북한 해주까지 ‘평화의 섬’을 4곳으로 확대한다.

    ‘서해평화협력지대’는 이런 ‘평화의 섬’ 개발을 시작으로 3단계로 추진할 계획이었다. 

    1단계는 군사적 긴장 완화와 남북교류협력 여건 조성에 주력하면서 해운협력, 남북어업 협력구역 설치, 생태자원 공동조사, 해상 재난 협력대처, 서해 평화구역화 착수 등이다.

    2단계는 ‘평화의 섬’ 조성, 남북 해상교통망 복원, 교동도와 황해도 연백, 인천 강화군 철산과 북한 개풍군 해창 간 연륙교 설치, 산업협력, 역사·문화유적 공동조사 및 보전, 북한 연안과 우리 측 어로저지선까지 평화구역 확대다.

    3단계에는 서해 경제공동구역 선포와 ‘평화관광벨트’라는 관광·교역 특구 조성을 통해 황해도와 경기도 앞바다(경기만)까지 남북한 경제공동체 기반을 형성하면서 중국을 포함한 황해 경제권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지도로 본 남북공동어로수역과 서해평화협력지대

    이렇게 말로 풀이하면 ‘좋은 남북협력’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盧정권은 이 계획을 구체적인 그림으로 나타내려 하지 않았다. 2007년 12월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우리 측 관계자들이 북한이 공개하려던 ‘서해평화협력지대’ 지도를 가로 막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 ▲ 우파 네티즌이 구글 어스를 이용해 그린 '서해평화협력지대' 완성 시의 상황.
    ▲ 우파 네티즌이 구글 어스를 이용해 그린 '서해평화협력지대' 완성 시의 상황.

    그런데 당시 논의된 ‘서해평화협력지대’ 계획을 우파 진영과 일부 네티즌이 그리자 기막힌 내용이 나왔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인천 영종도 앞바다는 물론 김포 신도시 앞까지도 북한에 개방할 수 있다는 그림이 나온 것이다.

    해병대 전력 상당수는 북한군에 포위될 것으로 보였다. 김포 일대에 북한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건 물론 해병대가 지키는 서북도서는 폭 3.7km의 수로를 한참 거쳐야만 갈 수 있는, ‘인질 상태’가 될 게 뻔했다.  

    불과 2년 남짓 ‘조공’을 바치지 않았다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을 일으킨 북한 정권의 특성을 생각하면 위험천만한 지도였다.

    서해평화협력지대를 바라보는 文후보 시선

    여기에 대한 박 후보나 새누리당의 시선은 불편하다. 북한의 공개사과와 명확한 군사위협 중단 조치가 없이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추진하는 건 위험하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문 후보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 ▲ 서해 2함대를 방문했을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모습.[사진: 연합뉴스]
    ▲ 서해 2함대를 방문했을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모습.[사진: 연합뉴스]

    문 후보는 출마선언 이후 NLL은 물론 서해평화협력지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문 후보가 유세 중 언급한 내용을 보면 추측이 가능하다.

    문 후보는 지난 10월 4일 盧정권에서 활약했던 문정인 교수를 만난 자리에서 “서해 평화협력지대가 크게 발전하면 황해 경제권으로 발전한다. 당장은 인천-해주-개성을 잇는 3각지대가 서해 경제협력지대 핵심이다. 여기에 당장 수혜를 입는 건 남한”이라며 ‘서해평화협력지대’ 추진계획을 밝혔다. 

    문 후보는 지난 10월 15일에는 유세 중에 “NLL에 대한 내 생각은 ‘10.4선언’의 승계”라고 밝혔다. 이는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추진하겠다는 말로 풀이됐다.

    이후 NLL 문제가 대두되자 관련 내용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 후보는 지난 12월 1일 강원도 유세 중 “비무장지대의 철조망을 걷어내고 DMZ에 바이애슬론 경기장 건설하겠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남북 공동주최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문 후보를 바라보는 이 후보의 시선 

    그렇다면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어떻게 바라볼까. ‘코리아연방’을 주장하는 이 후보는 문 후보보다 더 북한 편이라는 게 시중의 평가다.

    지난 11월 21일 이 후보는 해병대를 찾아 “대통령이 되면 임기 내에 1단계 통일을 완료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 후보의 발언 중 일부다.

    “다음 정부 5년 안에 남북관계를 전면적으로 발전시켜 실질적인 통일의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반드시 실현해서 더 이상 전쟁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민족통일기구인 ‘COREA위원회’를 구성해 임기 내 1단계 통일을 완료하겠다.

    이 후보는 이를 위한 4대 조치로 2차 총리회담 개최, 2013년 상반기까지 ‘민족협력위원회’ 구성 합의, 6.15 공동선언 기념일 제정, 국가보안법을 폐지를 공약으로 내놨다. 

  • ▲ 선거 유세 중인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사진: 연합뉴스]
    ▲ 선거 유세 중인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사진: 연합뉴스]

    지난 2일 인천 유세에서도 이 후보는 2010년 연평도 포격도발을 MB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며 ‘서해평화협력지대’와 ‘코리아 연방’ 문제를 거론했다.

    “10.4선언이 제대로 이행됐다면 우리 인천시민들이 그런 걱정 안하셔도 됐다. 그런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지금 10.4선언, 6.15선언 지키겠다고 하는가? 그의 입에서 그런 말 단 한마디도 나온 적이 없다.

    그래서 저희는 이번 선거에서 ‘함께 살자 대한민국, 상상하라 코리아연방’을 국민여러분께 말씀드렸다. 누구도 통일 말하지 않고 국민에 불안만 가중하는 상황 무척 안타깝습니다. 남북 오가고 개성 열리고 서해 평화협력지대가 되었다면, 인천은 더욱 발전하고 남북경협으로 새로운 미래로 가는 발걸음을 뗐을 것이다.

    저희는 ‘상상하라 코리아 연방’이라는 구호로 후퇴하지 않는 남북관계로 나아가고, 인천의 새로운 미래와 큰 발전 만들어낼 것이다. 북에 풍부한 철광석 자원 하루면 가져올 수 있다. 왜 지구 반 바퀴나 돌아서 브라질에서 가져와야 하느냐? 하루면 되는 것을 왜 몇 달 걸려 지구를 돌아야 하느냐? 남북경제협력의 길 10.4선언 이행의 길 우리가 만들어 나가자.” 

    김정은 정권이 가장 좋아할 만한 후보라는 세간의 평가가 틀리지 않아 보였다.

    4일 토론을 보는 포인트: 朴의 ‘주권 수호’ 대 文․李의 ‘코리아 연방’

    이런 이 후보는 지난 며칠 동안 “문 후보를 도와 박 후보를 견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 ▲ 통합진보당 트위터는 대선 운동기간 중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을 향해 계속 구애의 손짓을 하고 있다.[통진당 트위터 캡쳐]
    ▲ 통합진보당 트위터는 대선 운동기간 중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을 향해 계속 구애의 손짓을 하고 있다.[통진당 트위터 캡쳐]

    문 후보가 ‘이상한 네거티브 공세’를 할 때도 이 후보 측은 트위터 등에서 “종북공세가 두려운가? 우리가 대신 막아주겠다”며 문 후보 측에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취했다.

    그런데 문 후보 측의 반응은 냉랭하다. 자신들이 ‘종북 성향’으로 보이는 것을 두려워해서라는 분석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문 후보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가 NLL 문제여서 이 후보의 지지와 도움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반면 현재 지지율 1%대인 이 후보 입장에서는 문 후보를 끌어들이는 ‘물귀신 작전’을 펼 경우 기존 지지층을 결집하는 건 물론 인지도도 크게 높일 수 있어 손해볼 게 없다.

    어쨌든 4일 대선후보 외교안보 토론을 보는 포인트는 박 후보 대 문․이 후보의 1:2 구도다. 여기서 문․이 후보가 대놓고 ‘종북성향’을 드러내느냐, 아니면 이 후보 자신이 살기 위해 문 후보에게 ‘물귀신 작전’을 사용하는가 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