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보았나? -‘안철수 쇼‘ 끝났다

    ‘해석불가’ 안철수의 용두사미 “문재인 성원”

    오 윤 환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출마 포기 열흘만인 어제 대선 캠프 해단식에 나타나 ‘문재인 후보 지지’를 언급하긴 했다. “후보를 사퇴하면서 문재인 후보를 성원해달라’고 했다. 큰 마음으로 제 뜻을 받아주실 것을 믿는다”고 한 것이다. 문 후보 진영이 애간장 끓이며 기다린 ‘화끈한 지지’는 어디에도 없다.

    안 전 후보의 “문재인 성원”은 열흘 전 출마포기선언 때의 발언과 판박이다. “문재인을 당선시키자”가 아니다. “문재인 후보 성원”에 안철수라는 ’주어‘(主語)도 희미하다. 지지자들이 알아서 판단해달라는 방기(放棄)에 가깝다. 문 후보 진영의 우상호 공보단장이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위해 문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안 전 후보의 말씀에 감사드린다"며 “정권교체로 보답하겠다"고 논평했지만 어째 힘이 없어 보인다.

  • ▲ 안철수캠프 해단식에서 '마이웨이'를 다진 안철수.
    ▲ 안철수캠프 해단식에서 '마이웨이'를 다진 안철수.
     
  • ▲ 열흘 전 눈물 흘리며 사퇴선언한 안철수.
    ▲ 열흘 전 눈물 흘리며 사퇴선언한 안철수.

    안 전 후보의 “문 후보 성원”은 내용도 미적지근하고, 진심도 느껴지지 않는다. 지지는 하지만 “어떻게”도 빠졌다. 뿐만 아니라 그는 ‘문 후보 성원“을 입에 올린 직후 문 후보 진영을 포함한 여야를 싸잡아 비난했다.
    "현재 대선은 국민 여망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새정치를 바라는 시대정신은 보이지 않고 흑색선전과 이전투구가 난무해 새로운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고 ‘구태’로 비판한 것이다. “문 후보 지지”는 그 비판에 묻히고 말았다. 안 전 후보가 열흘 전 출마를 포기하면서 ‘문재인 단일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듯하다가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은 미뤄진다”고 ’감자‘를 먹인 것과 유사하다. 그 때보다 오히려 더 강도가 세다. 열흘전의 “백의종군”에서 한발짝도 더 나가지 않았다.

    이날 오전만 해도 문 후보 진영의 윤관석 전국유세단장은 평화방송에 출연해 안 전 후보의 문 후보 지원과 관련, “(안 전후보와 문 후보가) 차를 타고 유세를 한다거나, 다양한 행사가 있을 수 있다"고 ‘차량동승 유세’를 갈망했다. 우상호 공보단장 역시 ”선거가 중반전에 접어들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으로 도움이 되는 시점과 방법을 안 전 후보측에서 선택할 것으로 생각한"고 ‘화끈한’ 지원을 학수고대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국민들께서 만들어주셨던 새 정치의 물결, 새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간직하고 저는 더 담대한 의지로 정진해 나갈 것”이라는 안철수의 ‘마이웨이’ 선언이다. 문 후보 진영의 한쪽에서 “저 소리 들으려고 열흘을 기다린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탄식이 들린다.

    ‘안철수 변수‘는 가라 앉았다. 안철수만 바라보며 시간과 전력을 낭비한 문 후보 진영의 분위기가 삭막하다. 자업자득이다. 애초 민주당과 문 후보가 안 전 후보의 ‘화끈한 지지’를 기대했던 것 부터가 잘못이다. 열흘 전 안 전 후보는 ‘문 후보 지지’를 입에 올렸지만 “백의종군”이 전제였다. 또 “새정치의 꿈을 접는다”고도 했다. 문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전제로 협상해온 새정치와 정치개혁이 실패했음을 확인한 것이다. 문 후보 진영을 “더티한 세력”이라고 비난한 안 전 후보의 불쾌함이 가득 담겼다. 그런 안 전 후보에게 “문 후보 당선을 위해 발가 벗고 나서달라”는 요구는 애시당초 무리였다.

    민주당의 제18대 대선은 안철수의 선거가 아니다. 민주당 후보는 문재인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자당 후보가 안철수인지, 문재인인지 헷갈릴 정도로 ‘안철수’에 매달렸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밀리자 “안철수가 지지선언만 하면 역전될 것”이라고 목을 길게 늘어뜨렸다. ”안철수가 문 후보와 유세차량에 타기만 하면 선거는 그 걸로 끝"이라는 식이다. 그 결과가 안 전 후보의 '해석불가‘ “성원”이다.

    ‘안철수 쇼’는 끝났다. 그는 민주당과 문 후보를 화끈하게 도울 의사가 없어 보인다.
    민주당과 문 후보는 이제라도 ‘자기선거’에 치중하기 바란다. 어른들은 “아무리 못나도 조강지처”라 했다. 멀쩡한 자기당 후보를 두고 곁눈질 해온 결과를 두눈으로 똑똑히 보고 이제라도 “우리당 후보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선거에 정진하기 바란다. 후보단일화 ’앵벌이’의 끝이 처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