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호 감독 "럭비는 전신운동 다이어트에 최고"강동호 코치 "선수들의 열정으로 팀 운영된다"
  • '여자 럭비 국가대표팀' 합숙훈련 현장

  • ▲ 가볍게 몸을 푸는 여자 력비대표팀. ⓒ정상윤 기자
    ▲ 가볍게 몸을 푸는 여자 력비대표팀. ⓒ정상윤 기자

    AM 10시

    10일 인천 송도 LNG 구장. 비가 올 듯 햇빛이 보이지 않는 오전. 하지만 이런 날 피부는 더 탄다. 타는 걸 질색하는 20대 여성들이 운동장에 모습을 보였다. 

    12명의 선수들. 국가대표 여자 럭비팀 8인과 상비군 4인의 훈련은 오늘도 그렇게 시작됐다. 가벼운 스트레칭과 패스로 몸을 풀었다. 하지만 이내 땀 범벅이 됐다. 잔득 바른 썬크림이 날아갔다.   

  • ▲ 훈련중인 대한민국 여자 럭비대표팀.ⓒ정상윤 기자.
    ▲ 훈련중인 대한민국 여자 럭비대표팀.ⓒ정상윤 기자.

    AM 11시 30분

    본격적인 달리기 연습에 들어갔다. 생소한 스포츠 럭비. 하지만 모든 운동의 기초는 체력이다. 뛰고 또 뛰는 여자 선수들은 "럭비를 하면서 여자이기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검게 탄 피부는 이미 포기한지 오래다. 벌어지는 어깨도 발달하는 등 근육도 굵어지는 허벅지도 포기했단다. 그들이 포기하지 않은 것은 오직 하나, 럭비였다.   

  • ▲ 훈련중인 대한민국 여자 럭비대표팀.ⓒ정상윤 기자.
    ▲ 훈련중인 대한민국 여자 럭비대표팀.ⓒ정상윤 기자.

    AM 12시 30분

    본격적인 전술 훈련. 강동호 코치가 분주해지는 시간이다. 선수들을 다그치면서 또 격려하면서 바쁘게 움직였다. 여자 대표팀은 넓은 운동장을 종횡무진 달렸다. 

  • ▲ 2010년부터 여자 럭비대표팀을 지도해온 강동호 코치. ⓒ정상윤 기자.
    ▲ 2010년부터 여자 럭비대표팀을 지도해온 강동호 코치. ⓒ정상윤 기자.

    여자 럭비 클럽이 없는 한국에서 선수들은 늘 부족하다. 2010년부터 팀을 지도해온 강 코치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선수들이 럭비에 관심을 가지고 운동을 시작해도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없다. 운동을 잘하는 선수들이 나이가 차면 취업을 위해 팀을 떠난다. 또 일부 선수들은 대학진학을 위해서 운동을 그만둔다. 살길 찾아 떠나가는 것을 잡을 수 없다. 또 럭비 클럽에서 기초를 훈련할 수 없어 새롭게 충원하는 인원은 늘 기초부터 시작해야 한다. 3년간 기술훈련보다는 기초 패스훈련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럭비라는 스포츠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저변이 확대될 필요는 있는 것 같다."

  • ▲ 훈련중인 대한민국 여자 럭비대표팀.ⓒ정상윤 기자.
    ▲ 훈련중인 대한민국 여자 럭비대표팀.ⓒ정상윤 기자.

    강 코치의 말처럼 선수들의 숫자도 경력도 모두 부족한 게 사실이다. 12명의 선수 중 상비군 4인은 럭비를 시작한지 일주일 밖에 안됐을 정도. 주전선수들 중에도 3명을 제외하고는 경력이 1년을 간신히 넘는다. 

  • ▲ 발목이 아픈 송소연 선수를 치료해주는 한동호 감독. ⓒ정상윤 기자.
    ▲ 발목이 아픈 송소연 선수를 치료해주는 한동호 감독. ⓒ정상윤 기자.

    PM 1시 30분

    "드디어 점심이다."  밥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하지만 럭비팀의 식사시간은 밥 숨기기 쟁탈전이었다. 더운 여름, 운동 후 입맛이 없는 선수들은 한동호 감독의 눈을 피해 밥을 남긴다.

    하지만 한 감독은 귀신처럼 밥을 남긴 선수를 찾아 꾸중한다. "뛰어야 할 사람이 정량을 다 먹어야 한다"는 것. 선수들도 묵묵히(?)밥을 먹었다. 하지만 식사 후 여러 장소에서 숨겨둔 밥이 발견됐다.

    한 감독이 선수들에게 밥을 남기지 말라고 강조하는 것에는 남다른 이유가 있었다.

    "선수들이 럭비에 대한 호기심으로 대표팀 입단을 희망한다. 선수들은 예상은 했지만 정작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치면 그나마 있던 호기심과 재미까지도 잃어버린다. 럭비는 그전에 해왔던 운동에 비해 힘든데 먹는 양이 똑같으면 분명 체력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럭비 현실도 힘든데 운동까지 힘들어서 떠나면...많이 먹여 체력을 비축하고 럭비에 빠져들게 만들고 싶다."

  • ▲ 연수중학교 남자 럭비부와의 연습경기를 앞둔 여자 럭비 국가대표팀. ⓒ정상윤 기자.
    ▲ 연수중학교 남자 럭비부와의 연습경기를 앞둔 여자 럭비 국가대표팀. ⓒ정상윤 기자.

    PM 3시 30분

    한동호 감독이 한쪽에서 상비군 선수들에게 패스의 기초를 알려준다. 그런데 오전과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선수들의 표정에서 긴장감이 드러난다. 

    연수중학교 남자 럭비부와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강동호 코치는 "선수들이 실전 경험이 부족해 경기에 긴장을 많이 한다"며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것이 선수출신이 저도 두려울 때가 많은데 오죽할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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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박사건 실제상황". 자유분방한 여자 럭비대표팀 선수들. ⓒ정상윤 기자.

    아마추어 중의 아마추어로 힘든 운동 럭비에 도전한 여전사들의 협동은 빛났다. 오는 8월 국제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대표팀의 훈련은 계속된다. 그들의 협동이 쓸 대한민국 럭비사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