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창중 칼럼세상>

    박근혜, 당장 비박(非朴) 설득에 나서라!

    

  • 비박(非朴) 대선 주자들로부터 계속 경선 룰 협공을 받고 있는 박근혜, 지금쯤 심각하게 고민할 문제-정치 리더십의 ‘전략적 유연성’에 관해!

    정치인에게 치명적인 딱지는 국민 입장에서 볼 때 말이 도무지 통하지 않을 것 같은 벽창호-마이웨이 이미지. 지금 박근혜는 자신의 이미지에 엄청난 상처를 입고 있다.

    이건 종국적으로 박근혜가 대권을 손에 넣느냐 아니냐하는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 단언한다. 깊이 사색할 필요가 있는 문제!

    비박 대선 주자들로부터 협공을 받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경선 룰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또 다른 측면에서 소통 불가의 ‘마이웨이 이미지’가 박근혜한테 덕지덕지 달라붙고 있다.

    비박계가 경선 룰을 문제 삼고 있는 게 벌써 두 달 가까이. 그런데도 어떤 돌파구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한마디로 정치 리더십의 부재!

    박근혜가 “선수가 경기 룰에 맞춰야한다”는 원칙론을 고수하는데 대해 맞다, 맞다하고 전폭 지지하는 쪽에서도 친박계가 힘으로 경선관리위원회 발족을 밀어붙이는데 대해선, 저런 식으로, 비정치적으로 몰아가는 건 성급한데 하는 회의를 갖게 한다.

    ‘원칙 박근혜’ 입장에선 경선 때마다 경선 룰을 바꾸자는 주장이 얼토당토아니하기 때문에 못 본척하는 ‘관대한 무시(benign neglect)’ 전술로 나가면서 또 한편에서 밀어붙이면 비박들이 나가든 있든 그건 그들의 자유 아니냐하는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박근혜 지지도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하락하고 있는 배경? 이건 틀림없이 박근혜 이미지가 오만하게 투영되고 있기 때문! 억울하다고 할지 모른다.

    그래서 정치는 종합예술(composite arts)! 국민 입장에선 저런 박근혜가 정권 잡게 되면 오뉴월에 서릿발 내리게 할 것 아닌가하는 ‘연상적 발상’을 하게 되는 법.

    정치는 원칙을 지키되 때로는 유연해야 한다. 직구(直球)만 던질 게 아니라, 변화구를 섞어야 원칙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유지될 수 있다.

    김영삼이 1992년 자신이 대선 후보로 뽑힌데 대해 반발해 탈당의 길로 나선 박태준을 전남 광양제철소 그의 집무실까지 찾아가 탈당을 만류한 ‘광양만의 굴욕’!

    ‘민주투사’ 김영삼이 박태준을 만난 뒤 그를 설득하지 못한데 따른 난감함과 분노를 다스리려고 어금니를 굳게 깨물며 애썼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결국 박태준 붙잡기엔 실패했지만, 국민 입장에선 YS가 체면 불구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려하는구나 하는 동정심을 유발하는데엔 성공. 두말할 것 없이 박태준의 탈당 효과도 크게 줄어들었다. 이게 정치의 묘미!

    박근혜는 비박후보들을 개인별로 만나 대화하고 설득하는 모드로 전환해야 할 긴요한 시점이다. 왜 비박계가 왜 튀는가? 이들의 입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박근혜 세상’에서 존재감을 과시해 정치생명을 유지하고 싶은 생존 본능.

    박근혜가 정권 잡으면 비박들은 고난의 길에 들어선다는 위기감. 정치 생명 끝이라는 막연한 불안감.

    박근혜 지지도와 비교도 안 되면서 고개 들고 나오는 심리적·정치적 배경을 역지사지(易地思之)해 볼 수 있어야 한다.

    김문수, 이재오, 정몽준을 만나기 위해 모든 채널을 동원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 그들을 만나 과연 주장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경청이라도 해보는 자세-그런 게 정치력이고 정치지도라면 마땅히 갖춰야 할 게 정치력!

    그런 노력을 기울이고 기울였는데도 비박계가 경선 불참하고, 심지어 탈당까지 한다면 그것도 그들의 선택! 박근혜, 대도(大道)를 걸을 수밖에!

    박근혜가 정치력에 대한 유연한 사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당대표 황우여와 친박계가 ‘눈에 보이지 않는 오더’대로 돌격 앞으로만 하는 것.

    일본 보수의 대원로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는 시대를 초월해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4가지 조건을 꼽는다.

    ①통찰력-사태의 추이를 예측하고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파악하는 능력
    ②설득력-조직 안팎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③결합력-인재, 정보, 자금을 결합시키는 능력
    ④? 놀랍게도 인간적 매력! 아,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구나 하는 인간적 따뜻함이다.
    (그의 책 <보수의 유언>)

    박근혜가 지금 들어야 할 말들이다. 박근혜가 나서라!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정치평론가/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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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메일 cjyoon1305@naver.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