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독일은 '니콜라이 교회'에서, 통일 한국은 '옥인 교회'에서!"'자생초'... 자유, 생명, 그리고 진실을 위한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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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후 7시 30분, 서울 효자동 중국대사관 맞은편 '옥인교회'.

    ‘자유’와 ‘생명’을 품은 이곳이 새롭게 변모했다.

    지저분해보였던 텐트는 뒤로 옮겨졌다. 시멘트벽은 파스텔톤으로 채색돼 있었다. 그 앞엔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해 누구나 쉬었다 갈 수 있도록 했다.

    자리에 앉아보았다. 이내 곧 커피 한 잔을 들고 한 사람이 나타났다. 자세히 보니 이곳에 계속 머물면서 ‘탈북자 강제북송’을 외쳤던 자원봉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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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양각색의 자원봉사자들은 정말 '우연히'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다.

    그들은 어느 단체 소속도 아니었다. 각자 개별적인 사연이 있었다. 차인표, 보니엠, 안철수 등 유명 인사들이 이곳을 찾았고, 그 소식을 신문 매체 등을 통해 접했다. 그러다보니 관심이 생겼고 봉사활동까지 하게 됐다고 했다.

    ‘탈바꿈’이란 말이 떠올랐다.

    이곳은 그렇게 달라져 있었다. 22일은 이곳에서 ‘북송반대’가 울려퍼진지 99일째 되는 날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날 교회 앞엔 ‘하나, 둘, 셋, 넷…’ 99개의 촛불이 켜졌다. 종이컵에 불이 자주 붙어 촛불은 사이즈가 큰 플라스틱에 담겼다. 그만큼 집회에 요령이 생긴 것이다.

    이날 99명의 사람들이 왔다고 말하고 싶다.

    절대로 몇 명이 왔는지 세기가 귀찮아서가 아니다. 그만큼 운명적인 날이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 “사실 전 ‘탈북자’란 꼬리표가 싫었습니다. 하지만 이 집회에 참석하면서부터 ‘탈북자’는 거부할 수 없는 ‘숙명’이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집회가 시작되자 탈북자 최은혜씨가 입을 열었다. 그는 “이제 당당히 ‘탈북자 최은혜’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며 변화된 심경을 전했다.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온 최 씨는 그간 집회에 매일 참석하며 봉사를 해왔다.

    최 씨는 “기꺼이 주차장을 내주신 옥인교회에 감사드린다. 장로님, 목사님, 그리고 옥인교회 신도님들도 함께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문화제는 ‘옥인교회 앞 100일 전야제’였다. 지난 2월 14일부터 열린 집회가 벌써 100일을 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구 동독지역의 대도시인 라이프치히에 있는 ‘성 니콜라이 교회’

    1981년 초, 월요일 저녁마다 이곳에서 동독의 ‘자유-평화’를 위한 촛불기도회가 열렸다. 기도엔 처음에 10~20 여명만이 참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1989년 10월 9일. 마침내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기도회’가 동독지역 전역으로 확산된 것이다. 한달이 지나고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다. 그 다음해 3월 동독은 자유선거를 치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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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 독일은 '니콜라이 교회'에서, 통일 한국은 '옥인 교회'에서!”

    ‘옥인 니콜라이 교회’ 앞에서 울려퍼진 함성이다.

    이날 집회에는 이곳을 위해 애쓴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 북한민주화위원회 홍순경 위원장, 탈북자동지회 최주활 회장, 평양시민회 김석원 회장,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소 이애란 원장, 국경없는인권 강기종 의장, 동국대 북한학 박사과정 일본인 와다 신스케 씨 등이 참석했다.

    박선영 의원은 무대에 올라 “77일째 되던 날, 정치인이 물러나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운동이 이어지길 기대하며 공식적으로 종료했다고 선언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이렇게 이 자리를 지켜주셨다”고 했다.

    “국회 임기가 끝나면 그동안 만들어둔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공고히 다질 생각입니다. 6월 초 미국과 캐나다를 돌아다니며 탈북자 문제에 대한 관심을 계속해서 촉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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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청년유권자연맹> 회원 20 여명도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53일째 해왔고 앞으로 100일이 되는 날까지 할 예정이다. 

    이도경 간사는 "청년세대가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동포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날 옥인교회 앞은 '축제의 장'이었다.

    참석자들은 가수 윤항기씨가 작사·작곡하고 박선영 의원이 개사한 'WHY(그들은 왜)'란 노래를 함께 불렀다. 그리고 이곳에서 벌어진 99일간의 사진들을 함께 감상했다.

    이어 이홍식 씨의 하모니카의 연주가 이어졌다. 북한정의연대 대표 정베드로 목사의 강제북송 퍼포먼스와 시인 홍성훈 님의 시낭송도 있었다.

    또한 첼리스트겸 환경웃음운동가 이웃음 씨의 공연이 있었다. 끝으로 국악인 신이나 씨와 가수 춘향이 씨의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 ▲ 북한정의연대 정 베드로 목사 ⓒ 뉴데일리
    ▲ 북한정의연대 정 베드로 목사 ⓒ 뉴데일리
     
  • ▲ 국악인 신이나 씨. ⓒ 뉴데일리
    ▲ 국악인 신이나 씨. ⓒ 뉴데일리
     
  • ▲ 가수 춘향이 씨 ⓒ 뉴데일리
    ▲ 가수 춘향이 씨 ⓒ 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