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대리인 인터뷰에서 “일련번호 나란히 있는 100만달러 있을 수 있나”
  •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37)씨의 2009년 '13억 돈상자' 의혹과 관련, 정연씨에게 돈을 건네 받은 것으로 알려진 재미동포 경연희(43)씨가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오마이뉴스>와 가진 간접 인터뷰에서다. 경씨는 "노정연씨에게 돈을 요구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고 전했다. 따라서 노정연씨의 '13억 돈상자'는 사실이 아니라는 게 경씨의 주장이다.

    이번 사건은 정연씨가 경씨 소유의 미국 뉴저지주 허드슨클럽 호화주택을 구입하면서 잔금 100만달러를 지급하기 위해 2009년 13억원을 환치기 수법으로 환전, 경씨에게 전달했다는 것이 골자다.

    사건의 실체는 경씨가 자주 다녔다는 미국 코네티컷주 폭스우즈 카지노의 매니저인 이달호(45)씨의 폭로로 인해 드러나게 됐다.

    이후 검찰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라며 사건을 대검 중수부에 할당했고  환치기를 직접 해준 인물인 수입자동차 딜러 은모(54)씨는 지난달 25일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이미 검찰에 체포됐다.

    또한 정연씨와 경씨가 허드슨클럽 435호를 매매계약 할 당시 재미교포 부동산 중개인 엘리사 서(Elisa Suh)씨가 함께 자리에 있었고 계약을 공증한 사실도 드러났다.

    공증인(notary) 서씨는 지난 5일 "(2007년 10월8일) 경씨가 정연씨에게 그 집을 파는 계약을 맺은 게 맞고 당시 정연씨가 계약서에 ‘Roh’라는 자필 서명도 했다"고 밝혔다.

  • ▲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계약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뉴욕의 고급 아파트 단지인 허드슨 클럽. ⓒ이종혁 의원실 제공
    ▲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계약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뉴욕의 고급 아파트 단지인 허드슨 클럽. ⓒ이종혁 의원실 제공

    그러자 민주통합당은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검찰이 사건을 들춰내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사건의 실체가 거의 다 드러난 사건을 덮으려는 이유가 뭐냐"면서 민통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검찰은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경씨를 소환해 조사를 벌인다는 방침이지만 경씨는 무슨 이유인지 검찰의 소환 요구를 누차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 이씨의 폭로와 시민단체의 고소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경씨가 언론에 자신의 입장을 간접적으로나마 피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마이뉴스> 측은 경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경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자신의 입장을 전해줄 대리인 성격의 친구 두 명을 대신 인터뷰 장소에 내보냈다.
       
    이 자리에서 경씨의 두 친구는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2008년 12월 이후부터 지금까지 경씨와 노씨는 전화통화는 물론 어떤 연락도 주고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이들은 또 "경씨는 2007년 박연차씨로부터 45만달러를 받은 이후 허드슨클럽 빌라와 관련해 노정연씨와 어떤 금전 거래도 없었다"고 전했다.

    경씨의 친구 A씨는 "검찰이 당시 노씨의 통화기록만 확인해 봐도 두 사람 간에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친구 B씨는 "이미 2008년 12월 경부터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게다가 2009년 1월이면 박 전 회장이 구속된 상태였는데 당시 경씨가 노씨에게 연락해서 돈을 요구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했다.

    B씨는 또 '13억 돈상자' 의혹에 대해서도 "(경씨에게) 돈을 보내지도 않았는데 왜 그런 일을 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B씨는 "경씨가 자신이 노씨에게 100만달러를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며 속상해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사건을 폭로한 이달호씨는 "경씨에게서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로부터 일련번호가 나열된 새 돈 100만달러가 든 가방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 ▲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계약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뉴욕의 고급 아파트 단지인 허드슨 클럽. ⓒ이종혁 의원실 제공

    노정연-경연희씨가 체결한 미국 뉴저지주 허드슨클럽 이면계약서 ⓒ이종혁 의원실 제공

    이에 대해 A씨는 "경씨는 권 여사를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어떻게 일련번호가 나란히 있는 돈을 가방 채 가지고 있을 수 있느냐"라고 반박했다.

    두 친구는 "경씨가 극도의 불안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달호씨의 주장을 일부 언론들이 보도하고 이에 근거해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B씨는 "현재 이 사건이 너무 많이 왜곡돼 있다. 특히 정치적인 문제와 결부돼서 제일 왜곡돼 있는 것이 노정연씨 또는 노 전 대통령 가족의 돈이 경씨를 통해서 여기로 전해졌고 그게 전부가 아니라 더 있는 것처럼 왜곡돼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경씨가 "다른 것은 몰라도 노정연씨 측으로부터 돈이 자신에게 전해졌다는 것만이라도 사실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으면 좋겠다"며 자신들을 인터뷰 자리에 내보냈다는 것이다.

    두 친구에 따르면 검찰은 경씨의 부친인 S사 전 회장을 통해 경씨의 귀국을 종용하다가 최근 경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A씨는 "검찰에서 '13일까지 들어와라. 그렇지 않으면 미국에 수사 공조를 요청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경씨의 검찰 출석 여부와 관련해 B씨는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느냐 여부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런 것을 생각할 여력이 없을 만큼 경씨가 너무 힘들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씨 대리인들의 이같은 <오마이뉴스> 인터뷰에는 노정연씨와 경씨가 체결한 이면 계약서에 대해 일체의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보아, 검찰의 귀국 종용에 대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 검찰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