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예비역 단체, 천안함 유가족, 연평해전 유가족들 통진당·국회 항의방문천안함 유가족 등 “통진당이 대국민 공개사과 안 하면 순차적 법적조치”
  • ‘고대 해적녀’의 발언에 해군참모총장이 서울중앙지검에 고소를 한 데 이어 예비역 해군과 천안함 유가족, 서해교전 유가족들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9일 오후 1시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솔표빌딩에 입주한 통합진보당에 해군협회, 해군사관학교 동창회, 해군OCS, UDT 동지회, SSU 동지회, UDU 동지회, 역대 해군참모총장단 등 해군 예비역 단체 관계자와 함께 천안함 유족들과 연평해전 유족들이 항의방문을 했다.

    이들은 이어 오후 3시 경 국회를 방문해 통합진보당 의원들을 만나 대국민 공개사과와 김지윤 씨의 비례대표직 사퇴를 요구했다.

  • ▲ '제주해적기지' 발언에 대한 해군 예비역과 전사자 유가족들의 항의방문단이 경찰의 보호 아래 국회로 모이고 있다.
    ▲ '제주해적기지' 발언에 대한 해군 예비역과 전사자 유가족들의 항의방문단이 경찰의 보호 아래 국회로 모이고 있다.

    국회 앞에 모인 이들은 김지윤 씨의 ‘제주해적기지’ 발언과 함께 통합진보당 등 좌파 정치인들의 ‘망발’을 규탄했다.

    1960년 해사를 졸업했다는 한 해군 예비역(76세)은 “그럼, 내가 해적사관학교를 나왔단 말이냐”며 “무슨 나라 팔아먹을 사람이냐. 그 말 듣고 화가 나서 집에서 끙끙 앓다가 못 참고 나왔다”고 분을 참지 못했다.

    UDT 동지회로 참여한 정 훈 씨는 “김 씨가 한 말은 정치적인 발언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할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해적? 그런 말은 하면 안 된다. 요즘 중국어선이 얼마나 우리 어민들을 괴롭히고 있느냐. 그런 걸 해군이 해경과 함께 막으려고 만드는 게 제주해군기지인데 그런 식으로 말하면 되겠느냐”고 호통쳤다.

    정 씨는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를 지키려고 해군이 건설하는 기지를 ‘해적기지’라고 표현하다니 말이 되느냐. 그럼 육군이 강원도 산에다 북한군 막겠다고 시설 지으면 그건 ‘산적기지’가 되느냐”며 “김 씨는 여기에 꼭 좀 대답해 달라”고 당부했다.

  • ▲ 통합진보당 항의방문단 중 대표 10명이 국회 정문을 들어서고 있다.
    ▲ 통합진보당 항의방문단 중 대표 10명이 국회 정문을 들어서고 있다.

    정 씨는 “언론도 마찬가지다. 왜 제주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쪽만 화면에 비춰주느냐. 왜 그 쪽을 중심으로 보도하느냐. 그러니까 모르는 사람들은 반대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줄 아는 게 아니냐. 언론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보도하는 게 정상 아니냐”라며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장 분노한 건 2010년 북한군의 천안함 폭침과 2002년 서해교전 당시 전사자들의 유족들이었다.

    천안함 46용사 중 한 명인 故 나현민 상병의 아버지인 나재봉 씨는 “장례식 때 가족들이 아이들 시신을 끌어안고 울면서 장례를 치렀다. 김 씨의 발언을 그냥 놔둔다면 아깝게 전사한 자식이 ‘해적’이 돼버리는 꼴 아니냐. 아무리 터진 입이라지만 그런 망발을 하면 안 된다”며 김 씨와 통진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나 씨는 “우리는 김 씨와 통진당이 국민들 앞에 나서 사과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것을 요구한다. 비례대표도 스스로 물러나야 할 것”이라며 “만약 통진당이 국민들 앞에 공식사과를 하지 않으면 순차적으로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 씨는 “지금까지 한 두 번도 아니고 전사자들을 모욕하는 망발이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모였다. 지금까지 정치인이니 지식인이니 하는 이들이 망발을 해도 방관했는데 선거판을 앞두고 이대로 두면 모든 해군 장병들 얼굴에 먹칠을 할 판”이라며 “천안함 유족과 연평해전 유족들은 이번에 법적조치를 끝까지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나 씨는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얼마 전 천안함에 대해 ‘이상한 발언’을 했던 이상돈 교수도 3주 전 유가족과 장병들 앞에서 정식으로 사과했다고 전했다. 나 씨는 “우리 유가족은 통합진보당은 물론 좌․우를 막론하고 앞으로 이런 식의 발언을 하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분개했다.

    항의방문단은 김혁수 前제독, 김성찬 前해군참모총장, 박찬철 해군협회 사무총장, 최종식 해군동지회 회장, 이인옥 천안함 유족회장, 윤두호 연평해전(서해교전) 유족회장 등 10여 명이 국회로 들어가 통합진보당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 ▲ 항의방문단이 국회에 모일 때 청년유권자연대의 '탈북자강제북송'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도 벌어졌다. 항의방문단은 이들을 격려했다.
    ▲ 항의방문단이 국회에 모일 때 청년유권자연대의 '탈북자강제북송'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도 벌어졌다. 항의방문단은 이들을 격려했다.

    한편 항의방문단은 국회 정문 앞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에 침묵하는 국회의원들을 향해 1인 시위를 하던 청년유권자연대 회원들을 보자 격려를 하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좌파 진영은 이 같은 해군과 예비역, 전사자 유가족의 항의를 폄하,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꼼수’ 진행자 중 하나인 김용민 씨는 트위터에 ‘김지윤 씨가 쫄지 않았으면 합니다’ ‘김지윤 님, 기득권 세력이 님의 발언에 성화인 이유는 내부 단속을 위함 때문입니다. 소신껏 하고 싶은 말 다하세요. 지지와 응원을 보냅니다’라는 글을 올리는 등 ‘제주해적기지’ 발언을 지지하며 이를 비판하는 이들에게 막말을 내뱉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