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성 보수세력의 손수조, 이준석 띄우기 정략
     
    머리수 채울 청년들만 찾다, 낙하산 투입
     
     변희재, pyein2@hanmail.net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청년비례대표 참여자들의 윤곽이 드러났다. 민주통합당의 경우는 389명이란 인원이 지원하여, 절차적 하자에도 불구하고 16명의 합격자가 발표되었다. 반면 통합진보당은 운동가 중심의 정당답게 20여명의 소수정예부대만이 지원하였다. 실제로 통합진보당의 경우는 대부분 학생운동가들로 채워져있다.

    한국외대와 국민대에서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후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과 반값등록금운동본부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김재연(31), 조현실(32) 후보를 비롯 통합진보당내 계파 중 하나인 '다함께'에서 활동해온 일명 '고대녀'로 불리는 김지윤(27) 후보 등이 대표적인 후보들이다.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 당 정체성에 걸맞는 활동한 청년들 중용

    또한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이공계열 대학생들의 연구모임인 'CUBE'에서 활동한 조우리(24)후보, 서울대 약대 학생회장 출신으로 전국약학대학학생회협의회에서 활동했던 장보현(25)후보, 예술전공 학생들의 모임인 '철학하는 예술가 포럼' 대표 박민희(26)후보 등도 각 전공분야 대학생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단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던 후보들이다.

    2011년 경희대학교 총학생회장인 이윤호(25)후보, 2010년 광운대학교 총학생회장 유승재(25)후보, 2008년 우석대학교 총학생회장인 최정원(26) 후보 등도 총학생회 등 대중조직에서 활동한 경력자이다.

    민주통합당 역시 당의 정체성에 걸맞는 활동을 해온 인물들을 선발하였다. 민변 사무차장을 지닌 변호사 박지웅, 열린우리당 학생사업팀 간사 정은혜, 시민통합당 전남도당 대변인 김광진, 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대변인 김영웅, 노무현재단 부산지역위원회 운영위원 박인영, 임종석 의원 정책비서 이승연, 희망제작소 사회경제센터 연구원 안상현 등등이다. 통합진보당과 마찬가지로, 현 민주통합당이나 같은 계열의 운동권단체 활동가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민주통합당의 청년비례대표 경선의 불투명한 과정을 문제삼으며 서울남부지법에 효력정지가차분신청을 낸 성상훈과 강석하 등의 경력은 조금 차이가 있다. 성상훈은 해양대 출신에, 해군, 해운회사를 거쳐 해양 관련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야말로 바다 한우물만 판 셈. 강석하 역시 대학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하며, 무신론론자 동아리 등등 과학 활동을 해왔다. 이들은 정치보다는 자신의 전문분야를 살려, 이른바 오타쿠나 마니아 성향의 기질을 발휘해온 것이다.

    중도우파진영에도 청년창업가들의 모인인 실크로드CEO포럼을 중심으로 20대와 30대 전문가 혹은 오타쿠 그룹은 이미 결성되어있다. 포럼 회장인 김민준 베스트앤퍼스트 대표, 프리보드기업협회 회장인 송승한 쏜다넷 대표, 포럼 동아리 창업 당담자인 양원준 카모델 대표 등은 각기 창업가이자 마니아들이기도 하다.

    마니아 및 창업가, 중도보수 청년활동가들과 비전 공유해야

    이외에도 대중문화기자협회 결성을 준비하는 스포츠월드의 김용호 연예전문 기자, 과학적 회의주의자 사이트인 스켈티컬레프트의 황의원 대표, 콘텐츠유통기업협회의 김태오 부회장, 다문화콘텐츠협회의 김태진 전문위원 등등은 모두 인터넷과 대중문화 시장 개혁 관련 정책들을 갖고 있다.

    친노종북세력보다 세는 약하지만 한국대학생포럼의 변종국, 윤주진 전 대표, 청년자유연합의 정지윤 부대표, 바른사회대학생연합의 김형욱 대표 등등 성실한 정치 사회 활동가들도 존재한다.

    마니아 혹은 창업 활동가들과 중도우파 정치 사회 활동가들은 주로 세금을 투입하여, 등록금을 낮추고, 취업준비자금, 하숙비 등을 타내는 정책을 내세우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청년 정치인들과 부딪힐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해당분야의 전문실력이나, 전체적인 사회에 대한 인식의 깊이에서 친노종북세력의 동세대들에 전혀 떨어질 바가 없다. 단 한 가지의 차이가 있다. 뜻을 펼칠 정당이 없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총선을 맞아 비대위를 구성하면서 이준석이라는 벤처기업가를 위원으로 위촉했다 밝혔다. 그러나 청년창업가 그룹인 실크로드CEO포럼은 물론 콘텐츠유통기업협회 등은 물론 청년벤처인들 사이에서 이준석이란 이름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고 우파지향적 정치사회 활동을 해온 경력도 없다. 그가 만약 그런 활동을 했다면 한국대학생포럼이나 청년자유연합 측에서 모를 리가 없다. 청년창업가 내에서도 모르고, 청년 사회단체에서도 모르는 인물이 보수우파의 20대를 대표하여 새누리당의 비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보수인지 우파인지도 모를 손수조 띄우는 기성 보수세력

    최근에는 부산 사상구에 손수조라는 20대 여성이 문재인 대항마로 뛰고 있다. 바닥에서부터 대중을 설득하여 올라왔다고 보기엔, 시작부터 너무나 화려한 언론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이런 언론플레이 덕인지 보수 기성세대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도 손수조 타령이 한창이다.

    그러나 그의 사회활동경력은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3년 정도 광고회사 근무한 것 이외에는 알려진 게 없다. 이런 손수조가 최소한 인터넷 상에서 보수우파진영에서 20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묘사되는 것은 보수진영에서 성실히 뛰어온 활동가들에 대한 모독이다. 엄밀히 말하면 손수조가 보수인지 우파인지조차 아무도 모른다. 아무 것도 실천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비례대표가 아니라 부산 사상구 출신으로 지역에서 뛰는 후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새누리당 소속 사상구 기초단체장, 시의원, 기초의원, 당협 직능 특보단조차도 이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26일 결의문을 통해 "손 예비후보를 깜짝 카드로 내놓으려는 발상은 지역 정서와 동떨어진 너무나도 부적절한 생각"이라며 "총선 패배는 물론 정권 재창출에 악영향을 미칠 이런 움직임에 단호하게 대처하기로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들은 "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가 사회 경험이 전무하고 리더십이 검증되지 않은 후보를 공천해 사상을 낙선지역으로 삼고자 한다면 당협 대의기구는 전원 탈당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노종북세력의 경우 이준석이나 손수조와 같은 영입 케이스는 있을 수 없다.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의 청년비례대표 후보자들의 경력에서 드러나듯이, 평소부터 정체성에 걸맞는 사회활동을 해온 인물들만을 중용한다. 친노종북세력의 20대와 30대 조직이 탄탄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필자가 2003년 안티조선 진영에서 활동할 때, 당시 정연주 KBS 사장과 KBS노조는 만 29세의 필자를 발굴하여 당시만 해도 최연소로 KBS 시청자위원으로 발탁했다. 또한 진영 최대의 여성단체인 여성민우회의 연구프로젝트에도 참여시켰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고정 필진의 지위도 주었다. 지금도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20대 필진을 과감하게 투입시키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 뿐 아닌 기성 보수세력 전체의 문제

    이명박 정부는 집권 이후, 그 수많은 정부부처 위원회와 공영방송 시청자위원회에 20대는커녕 30대조차 새 인물을 발굴하여 임명하지 않았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투쟁의 현장은커녕 담론형성의 공론장에서조차 본 적도 없는 정체불명의 20대들을 띄우고 있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성 보수세력 전체의 문제이다.
    젊은층은 머리수만 채워넣으면 되고, 그들의 리더는 기성세대가 선택한 아바타 하나를 낙하산으로 꽂아넣으면 된다는 인식, 이미 바꿀 시기조차 놓쳤다. 이미 실력을 갖춘 20대와 30대라면 보수세력의 기성세대가 변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보수세력에는 젊은층이 없냐”는 똑같은 질문, 아무리 알려줘 봐야, 오늘도, 내일도, 내년에도 반복될 것이라는 점도 익히 알고 있다.
    변희재 /빅뉴스, 미디어워치 대표/뉴데일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