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닥쳐라 法” vs “쫄지마 法”

    DJ-노무현 法무시 승계한 민주당-나꼼수

    오윤환

    노무현 대통령이 “그 놈의 헌법”이라고 했을 때 알아봤어야 했다.
    "국가보안법 그거 썩어빠진 퇴보 법"이라고 했을 때 깨우쳤어야 했다.
    이 사람들이 ‘법’ 알기를 발끝에 때만큼도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저 “으이그. 저 저질...”하고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던 게 화근이었다.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지나가는 여성에게 오줌을 갈기며 희롱했다”고 자서전에서 밝힌 대로 그의 황폐한 정서가 도진 것쯤으로 여긴 게 실책이었다. “그 놈의 헌법” "국가보안법 썩어빠진 퇴보 법"이라는 법에 대한 ’능멸‘이 작금 나라를 휩쓰는 법치부정과 법치능멸의 모태였음을 뒤늦게 깨달은 2012년, 머리를 땅에 찧고 싶은 심정이다.
     
    BBK 허위날조로 교도소에 수감된 ‘나꼼수’ 정봉주 석방을 위해 ‘정봉주법’을 만들겠다고 생떼 쓰는 민주당, 본인이 두 건의 뇌물 혐의를 받고 있는 한명숙 민주당 대표가 저축은행 불법자금 수수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임종석 전 의원을 당 사무총장에 기용한 것이 모두 노무현의 “닥쳐라 법!”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것 아닐까?
    허기야 국무총리 시절 노무현의 한미 FTA 반대세력을 ‘엄단하겠다’고 했던 한 대표가 그 ’엄단 대상’을 자처하며 FTA 폐기를 주장하는 마당이니.

    또 노무현 정권이 시작한 제주 강정해군기지 건설현장에서 ‘난장’을 벌이는 세력도 노무현 비석 앞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는 민주당 지도부와 소속의원들이니 말해 무엇 하겠는가. 법치가 무너지는 와중에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화염병을 던져 경찰관 등 6명을 숨지게 한 ‘용산철거민 방화 살인범’을 특별사면해달라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요청해 숨진 경찰관 가족의 가슴에 소금을 뿌린 마당이다. 그들의 법의식은 이제 ‘무시’와 ‘능멸’을 넘어 ‘법 농단’에 이른 지경이다.
     
    노무현 후예들의 법의식은 ‘정봉주법’과 ‘나경원법’ 논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정봉주법은 허위사실을 유포하더라도 “거짓인 줄 모르고 했다면 처벌하지 말자”는 내용이다. ‘확정 판결을 받은 자에 대하여는 형의 집행을 면제한다’는 경과규정을 두어 정봉주를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쿠데타적 소급입법이다.

    나경원법은 공직선거에서 당선을 목적으로 본인이나 상대 후보 및 그의 가족에 대한 허위사실을 신문 방송 SNS를 포함한 인터넷을 통해 유포할 경우 벌금형 대신 징역형으로 가중 처벌하는 내용이다. 한쪽은 “거짓인 줄 몰랐다”고만 하면 어떤 비방도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고, 다른 쪽은 선거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엄벌하자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정봉주법을, 민주당은 나경원법을 반대하고 있다.
     
    정봉주가 민주당 주장처럼 ‘거짓인 줄 모르고’ BBK 의혹을 제기했을까? 그는 “이명박 후보 최측근 김백준이 2001년 5월 3일 삼성증권에서 98억을 신한은행에 개설된 개인 계좌로 받아 그날 김경준의 주가조작과 횡령에 동원된 페이퍼컴퍼니에 98억원을 빌려줬다. 이 후보가 김경준의 주가조작을 몰랐다는 주장은 허위”라고 주장했다. 문서라도 들여다본 듯 세세하다. 법원은 “98억원은 EBK 설립과 청산 과정에서 오간 돈이지 주가 조작과는 관련이 없다"며 "정씨가 자기 주장의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단정적으로 주장했다"고 유죄를 판결했다. ‘거짓인 줄 모르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경원법은 서울시장선거에서 나 후보를 낙선시키고 박원순 후보를 당선시킨 결정적 한방인 ‘나경원 1억원 피부숍’이 거짓으로 드러났으니 두 번 다시 선거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막자는 것이다. 경찰수사결과 나 후보가 강남 피부병원에 지불한 돈은 550만원이 전부이고, 그것도 다운증후군을 앓는 딸과 함께 차료받은 것으로 드러났으니 새누리당으로서는 나경원법으로 한풀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처음 이를 폭로한 주간지 ‘시사인’이 스스로 공개한 녹취록에도 병원 원장 입에서 ‘1억원’이 나온 사실이 없다. 취재기자가 ‘1억원’을 유도하는 모습만 나올 뿐이다.
     
    정봉주법이 통과돼 정봉주가 ‘나꼼수’에 복귀하면 길길이 흥분할 사람이 김대업이다.
    김대업은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꺼꾸러뜨렸지만 감옥살이 신세로 전락했다. 내용은 다르지만 허위 날조는 정봉주가 감옥에 갇힌 죄와 동일한 성격이다. 김대업은 이회창 두 아들 병역의혹이 ‘사실’이라고 믿었을지 모른다. 나아가 “두 아들을 병역면제 시킨 이회창이 대통령되는 것만은 막아야겠다”고 결심한 확신범 아니었을까? 정봉주법이 2012년이 아니라 10년전 만들어졌다면 김대업은 애시당초 감옥에 갈 이유가 없었다. ‘정봉주법’이 현실화되면 천하의 김대업도 “거짓인 줄 몰랐다”고만 하면 처벌이 불가능하다. 정봉주가 풀려나면 김대업은 아마 머리 뚜껑이 열릴지 모른다.
     
    ‘이회창 20만 달러 수수‘를 주장해 형사처벌 받고 출마길이 막힌 동교동계 막내 설훈 전의원도 지금쯤 3선, 4선 의원으로 목에 힘을 줄 수도 있다. 정봉주법이 만들어 지면 나꼼수와 시사인은 제 세상 만난듯 “차기 정권은 우리에게 물어봐!”라고 큰소리 칠 지 모른다. 이왕이면 ’나경원 1억원 피부숍‘도 ’10억원‘ 쯤으로 통 크게 떠벌일 걸 그랬다고 아쉬워 할런 지도 알수 없다. 정봉주법은 김대업, 설훈, 정봉주를 수없이 양산해 4월 국회의원선거와 12월 대선에서 분탕질하겠다는 게 아니고 뭐겠는가. 수백, 수천의 김대업을 앞세워 정권만 잡으면 그만이라는 ’먹튀‘다. 봉주법이 그리 시급하면 나경원법도 만드는 게 균형이 맞지 않을까?
     
    정봉주 석방을 위해 입에 거품을 물고, 여성의 비키니 사진까지 까발리며 "성욕감퇴제 복용하고 있다" "코피를 조심하라" 어쩌구 하며 성희롱하는 나꼼수는 그렇다 치자. 홍성교도소로 면회 가고, 나꼼수 집회에 참석해 "정봉주, 홍성교도소에 갇혀 있다. 민주주의도 갇혀있고 표현의 자유도 갇혀있다"며 “정봉주 석방”을 외치는 한명숙 민주당 대표는 본인의 코가 석자인 처지다. 한 대표는 ‘5만 달러’와 ‘9억원’ 뇌물의혹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1심과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대법원이 남아 있다. 한 대표는 대법원 판결을 예단하지 말라. ‘파기환송’이라는 것도 있지 않은가. 저명한 헌법학자인 정종섭 서울대 법과대학장 겸 법학전문대학원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에 대해 “재판장이 모든 증거를 판단하지 않았다”고 정면 비판한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대법원이 정봉주 판결로 곤욕을 치른 이상훈 대법관 처지에 놀라 움츠러들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한 대표가 ‘수권야당’이라는 민주당 사무총장에 임명한 임종석은 삼화저축은행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주인공이다. 삼화저축은행은 서민들의 쌈짓돈으로 범죄를 저지른 막장이다. 임 총장은 결국 서민들의 피땀 어린 돈을 받았다는 얘기다. 한 대표는 이런 사람을 수권야당 사무총장에 앉혀 법원에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는지 모른다. ‘못된 검찰’의 기소를 법원이 “뒤집어 달라”고. ‘법 무시’가 ‘법에 대한 도전’으로 발전하는 모양새다.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동병상련인지도 모르겠고.
     
    사실 노무현이 “닥쳐라 법!”의 원조는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왕 원조’다.
    그는 재임 중 민주화보상위와 국가인권위를 만들어 놓고 간첩, 빨치산들을 ‘민주화유공자’로 인정하고 국민세금을 퍼줬다. “세금이 기가 막혀” 길게 말할 것도 없다. 1989년 경찰에 화염병을 던져 7명을 숨지게 한 부산 동의대 방화 살인범 46명을 "민주 헌정질서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민주화운동자“라고 떠받들고 보상금을 쥐어준 김대중 정부는 ‘법’을 깔아뭉갠 정도가 아니라, 법보다 상위개념인 ‘관습’ ‘상식’까지 짓밟았다. 이런 DNA를 물려받은 노무현 입에서 “그 놈의 헌법”이 나온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 방화살인범 특별사면’도 DNA 염색체가 다르지 않다.
     
    올바른 스님이라면 지금 동안거가 한창일터다. 산문을 꼭 걸어 잠그고 수행정진할 때다. 그런데 봉원사 전 주지 ‘명진’은 저잣거리에 활보 중이다. 그의 손에 목탁이, 그의 입에서 염불이 흘러나오는 걸 보지 못했다. 인터넷엔 그가 왕년에 룸살롱 신밧드를 드나들었다는 글들이 빼곡하다. 그런 그가 정봉주에게 "탈옥해 정봉주!“를 외쳤다. 부처님은 뭘 하실까?
     
    이제 국민들이 나꼼수식 막장들의 “닥쳐라 법”에 “쫄지마 법!”으로 응원해야 할 때다. 법은 나꼼수나 민주당, 중 명진의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법이 있거나 말거나 묵묵히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사는 99% 국민들의 것이다. 나꼼수와 민주당은 국민을 1%와 99%로 나눠 분노를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법은 선량한 99% 국민들의 것이다. “닥쳐라 법”은 법을 손톱 밑의 때만도 여기지 않는 ’1%‘의 악행일 뿐이다. 99%의 국민은 1%의 불법, 탈법, 무법세력에 맞서 “쫄지마 법!”을 외쳐야 한다.

    오윤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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